"우리가 겪은 참사를 어떤 누구도 겪지 않기를 바랍니다."
기획전시 '암흑을 직시하는 동시대인'에 전시된 문구 중 하나입니다.
전시를 주관한 재난참사피해자 연대 '우리함께'는 세월호 참사를 포함해 ▲삼풍백화점 붕괴 참사 ▲씨랜드 청소년수련원 화재 참사 ▲인천 인현동 화재 참사 ▲2·18 대구지하철 화재 참사 ▲7·18 공주사대부고 병영체험학습 참사 ▲가습기살균제 참사 ▲스텔라데이지호 침몰 참사, 이 8개의 재난참사 피해자들이 2023년 12월 16일 모여 만든 단체입니다. 이들은 재난참사 피해자들과 연대하며 진상규명과 희생자 명예회복에 힘쓰고 있습니다.
이들이 열고 있는 '암흑을 직시하는 동시대인' 기획전시는 청강문화산업대학교에서 협력하며 사랑의 열매에서 지원합니다. 이번 전시는 청년 작가들이 청강문화산업대학교에서 '참사, 애도와 서사' 수업을 듣고 재난피해자를 만난 후 그린 작품을 선보입니다. 호밬, 정시현, 오서윤, 안미르, 배종원, 땡글, 강예나 총 7명의 작가가 참여했습니다.
참사의 고통에 공감하는 마음으로 재난피해자권리센터를 찾아 전시를 관람했습니다.
전시장에 들어서자 이번 전시에 포함된 재난 기록이 보였다. 벽에는 7개 참사가 어떻게 진행됐는지 설명된 글이 붙어있었습니다. 천장에는 "재난참사 피해자의 희망에 빚져 우리가 오늘을 살았다, 이제 우리가 당신들이 살아갈 내일을 만들 힘을 채워갈 차례다"라는 문구가 매달려 있었습니다.
기록을 보며 재난이 결코 남 일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참사가 백화점, 지하철, 여객선 등 누구나 갈 수 있는 장소에서 발생해 많은 사람이 피해를 입은 것이 안타까웠습니다.
재난 기록이 있는 곳에서 오른쪽으로 돌면 정시현 작가의 만화 '당연한 것'이 보입니다. 이 작품은 가습기 살균제 참사 피해자들의 일상을 담고 있습니다. 약 먹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하고, 체육 시간에 달리면 숨이 차서 뒤처지며, 아파서 수업을 끝까지 듣지 못하고 조퇴하는 일이 빈번합니다.
재난 참사의 고통은 순전히 개인에게만 부여되고 있기에 피해자와 유가족의 상처는 여전히 아물지 않습니다. 무책임한 사회에 분노를 느끼며 지금까지 이들을 위해 노력하지 않았던 우리를 반성했습니다.
그 옆에는 웹툰 포스터가 붙어있습니다. 땡글 작가의 '복귀', 오서윤 작가의 '내일의 안녕', 배종원 작가의 '안산으로 돌아가는 날'입니다.
'복귀'는 가습기살균제 피해자가 대중의 시선에 갇힌 고통스러운 현실을 말하는 웹툰입니다. 사람들은 이들이 항상 슬픔에 빠져 있는 모습을 원합니다. 생존해서 삶을 살아가도 그들은 웃지 못합니다.
'내일의 안녕'은 세월호 참사 유가족인 형이 동생을 잃은 후 죄책감을 느끼는 이야기를 다룬 작품입니다. 고등학교 3학년 학생이었던 형은 전원 구조라는 오보를 믿고 공부에 매진했으나 동생의 죽음을 알게 된 후 추운 날 자전거를 타고 팽목항으로 향합니다. 이야기는 형이 동생에게 보고 싶다고 말하는 것으로 끝납니다.
'안산으로 돌아가는 날'도 세월호 참사 이야기입니다. 이 웹툰은 동생을 잃은 형이 안산을 떠난 후 다시 돌아오는 과정을 담았습니다. 형은 동생과 함께 봤던 영화 <토르>의 장면을 떠올리면서 가족사진을 떼어내며 더 이상 울지 않겠다고 고백합니다. 그는 다른 곳으로 이사 갔지만 안산을 떠나서는 살 수 없다는 걸 깨닫고 다시 돌아옵니다. 평범한 일상을 누릴 자격이 있는지 고민하는 형의 모습으로 이야기가 마무리됩니다.
2014년 4월 16일, 세월호 참사가 벌어진 지 10년이 지났습니다. 시간이 흘렀지만 우리는 이 사건을 절대 잊을 수 없습니다. 제주도를 향하던 여객선이 진도 해상에서 침몰했다는 보도를 들었을 때, 전원 구조 소식이 오보라는 것을 알았을 때 그 충격과 슬픔은 아직도 우리에게 큰 상처로 남아 있습니다.
슬픔으로 고립된 자들은 일상의 행복을 누리지 못하고 죽은 자처럼 살아갑니다. 상상 못할 고통을 겪은 이들의 이야기에 마음이 아팠습니다. 항상 피해자들을 기억하며 애도하는 마음을 가져야 합니다. 그것이 우리가 그들에게 해줄 수 있는 연대의 목소리입니다.
관람은 약 30분 정도 소요됐습니다. 뜻 깊고 감동적이었기에 더 많은 작품을 만날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바람도 있습니다. 전시는 그림과 만화로 이뤄져 누구나 쉽게 관람할 수 있습니다. 특히 청년 작가들의 그림인 점이 인상 깊습니다. 대학교를 포함한 교육 기관에서 재난 참사 피해자들의 아픔을 알리는 수업이 늘어나고 이러한 전시가 더욱 활성화되기를 바랍니다.
10월 4일까지 하는 재난피해자권리센터 기획전시 '암흑을 직시하는 동시대인'은 평일 오전 11시부터 오후 6시까지 진행됩니다. 전시장에 방문해 피해자들의 고통에 연대하는 것은 어떨까요?
'게시판'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이러다 다 망할라"...'피자' 프랜차이즈의 몰락 (2) | 2024.09.16 |
---|---|
출시 1년 지난 농심 먹태깡 품귀는 이제 '옛말' (1) | 2024.09.15 |
종영 1회 남긴 '굿파트너', 순간 최고 20.6%..뜬금 로맨스는 호불호 (3) | 2024.09.15 |
'가족X멜로' 오늘(15일) 종영, 지진희→손나은 직접 전한 마지막 소감 (2) | 2024.09.15 |
방송사마다 겨우 하나…줄어드는 지상파 파일럿 예능 프로그램 (4) | 2024.09.1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