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계엄 선포와 해제 사태 이후 정국 불안이 높아진 가운데 내수 부진이 더 깊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옵니다.

가뜩이나 고물가 속에 내수 부진이 길어지는 상황에서 정치적 불확실성까지 높아지면 소비가 더욱 위축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많은 식품·외식업체는 내년에도 내수 부진이 이어질 수 있다고 보고 비용 절감 등 대비책 마련에 나섰습니다.

한 식품기업 관계자는 오늘(5일)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내년에도 경기가 안 좋을 거라 생각한다"면서 "코로나19 때처럼 내부적으로 컨틴전시플랜(비상대응계획)을 세워 내년에 전체적인 비용을 아끼자는 분위기"라고 말했습니다.

다른 식품업체 관계자는 "불확실성이 커지는데 가뜩이나 얼어붙은 소비심리가 더 위축되지 않도록 정부가 돈을 푸는 등 소비 진작 조치를 활발하게 했으면 좋겠다"라고 말했습니다.

식품업계는 지난 3분기에도 이미 내수 부진 영향을 받았습니다.

내수 비중이 90% 이상인 오뚜기의 3분기 연결기준 매출과 영업이익이 감소했고, 오리온의 한국법인 매출도 줄었습니다. CJ제일제당도 내수 소비 부진과 원가 부담 등으로 식품사업 매출과 영업이익이 줄었습니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실장은 "정치적 불확실성이 커지면 가계 소비나 기업 투자가 지연될 수 있다. 지금의 정국 불안은 내수 회복에 상당한 마이너스(―)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이어 "주요 기업 인재 채용계획 보면 고용 시장이 안 좋아질 수 있는데 이에 대비해 가계에서 허리띠를 졸라맨다면 가장 먼저 줄일 수 있는 것이 외식"이라면서 "내년 봄까진 경기가 안 좋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날 명동에서 만난 한식주점 점주는 "계엄이다 뭐다 안 좋은 소식만 들려서 심란하다. 올해 장사는 작년의 반토막이고 어제는 손님이 30%는 줄었다"라면서 "내년 초까지는 계속 어려운 상황이 이어질 거라고 예상한다"라고 말했습니다.

고물가와 고금리 상황이 길어지면서 내수 소비는 갈수록 위축되고 있습니다.

올해 상반기부터 초콜릿 과자 등 가공식품 가격이 잇따라 오르고 치킨 등 외식 가격도 인상되고 있습니다. 서울의 칼국수 평균 가격은 9천원이 넘고 냉면은 1만 2천원에 육박합니다.

업계에서는 환율 변동으로 수입 물가가 뛰면 식품·외식 가격이 더 오를 수도 있다고 봅니다.

예를 들어 라면의 경우 원재료인 밀가루와 팜유를 수입하는데 원/달러 환율이 상승(원화 가치 하락)하면 비용 부담이 늘어납니다.

삼양식품 관계자는 달러 강세(원/달러 환율 상승)로 인한 영향에 대해 "단기적으로는 수출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는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밀가루, 팜유 등 원자재 수입 때문에 오히려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라고 지적했습니다.

한 업체 관계자는 "환율을 최악의 경우와 정상적인 경우로 나눠 두 가지 시나리오를 짰다"라면서 "환율 때문에 굉장히 힘든 상황"이라고 말했습니다.

식품업계에서는 특히 원재료를 비축해둔 대기업보다 중소기업이 환율 변동의 영향을 크게 받을 수 있으며, 해외 사업 비중이 큰 기업보다 내수 중심 기업이 환율 상승으로 피해를 볼 수 있다고 봅니다.

한 관계자는 "CJ제일제당이나 삼양식품, 농심같이 해외 현지에서 사업하거나 수출하는 기업은 제품을 팔고 달러로 받으니 환율 상승 영향을 상쇄할 수 있다"라고 말했습니다.

현대경제연구원 주원 실장은 "트럼프 1기 때도 취임 전후 몇 달간 강달러였다"라면서 "(트럼프 2기 정부 출범 전후로) 환율이 높은 수준일 테고 수입 물가도 올라갈 것이다. 수입 물가는 경제 모든 영역에 영향을 미치지만, 특히 외식과 식품 물가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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