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업계 오너들이 '테마파크' 사업에 대규모 투자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테마파크가 국내외 관광객을 끌어들일 수 있는 새로운 먹거리가 될 것이라는 기대 때문입니다. 다만 거액의 투자가 필요한 데다, 후속 투자까지 이뤄져야 하는 만큼 수익성에 대한 우려가 따라 붙습니다.

① 2500억 투자하는 김동선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셋째 아들인 김동선 한화호텔앤드리조트 미래비전총괄(부사장)은 최근 인천에 테마파크 사업을 추진하기로 했습니다. 한화그룹은 호텔, 아쿠아리움, 야구단 등 여러 관광·레저 사업을 벌이고 있지만 테마파크 사업에 뛰어드는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이를 위해 한화호텔앤드리조트는 지난 15일 인천시와 '수도권매립지(승마장 부지) 활성화를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했습니다.

김 부사장이 '한화표' 테마파크를 추진할 부지는 2014년 인천 아시안게임이 열렸던 드림파크 승마경기장입니다. 면적은 17만㎡로 축구장 24개 크기와 같습니다. 김 부사장은 이 경기장에서 2014년 인천 아시안게임 승마 마장마술 단체전 금메달을 딴 인연이 있습니다.

한화호텔앤드리조트는 이 테마파크 개발에 약 2500억원을 투자할 예정입니다. 복합 문화 공간을 조성하고 다양한 레저 시설을 투입해 지역 경제 활성화에 나선다는 구상입니다. 한화호텔앤드리조트 자회사인 아쿠아플라넷, 한화넥스트, 한화푸드테크 등이 보유한 아쿠아리움, 승마 경기장, 식음(F&B) 서비스 등이 들어설 것으로 전망됩니다.

김 부사장은 “완전히 새로운 놀이 문화공간을 조성해 이곳이 다시 한번 전 국민의 스포트라이트를 받을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② '9조' 쏟아붓는 정용진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 역시 경기도 화성시에서 대규모 국제 테마파크인 '스타베이 시티' 건립을 추진 중입니다. 스타베이 시티는 이마트 계열사인 신세계프라퍼티와 신세계화성(신세계프라퍼티 컨소시엄)이 2019년부터 함께 추진 중인 복합개발사업입니다.

스타베이 시티는 경기도 화성시 송산면 송산그린시티의 420만㎡(약 127만평) 규모의 부지에 테마파크를 비롯한 호텔, 쇼핑몰, 골프장 등이 어우러진 복합 관광단지를 조성하는 사업입니다. 신세계그룹은 이 사업에 2050년까지 9조원 이상을 투자할 예정입니다.

특히 신세계그룹은 테마파크 사업을 위해 지난해 10월 글로벌 미디어 그룹 '파라마운트 글로벌(Paramount Global)'을 IP사로 유치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파라마운트는 헐리우드 유명 액션 블록버스터 영화 '미션 임파서블'과 '탑건', 인기 애니메이션 '네모바지 스폰지밥', '글래디에이터', '대부', '닌자거북이', '스타트렉' 등 유명 영화와 TV 프로그램 포트폴리오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신세계그룹은 파라마운트 IP를 접목한 테마파크를 개발해 아시아 대표 랜드마크로 개발한다는 계획입니다.

스타베이 시티는 지난해 말 경기도로부터 285만㎡(86만평, 공통주택면적 제외)의 부지에 대해 '화성 국제테마파크 관광단지'로 지정 받았습니다. 올해 안에 관광단지 조성 계획을 승인 받아 2026년 착공에 돌입, 2029년 테마파크를 포함한 1단계 개장을 한다는 것이 목표입니다.

③ 수익이 관건

최근 세계 상위 테마파크들에는 관광객들이 몰리면서 꾸준한 성장률을 보이고 있습니다. 세계테마엔터테인먼트협회(TEA)에 따르면 지난 2023년 세계 상위 테마파크 25곳에 몰린 방문객 수는 2억 4464만명으로 전년 대비 23% 늘었습니다.

특히 중국, 일본 등 아시아 시장 테마파크의 성장률이 뚜렷합니다. 이 때문에 국내에서는 글로벌 테마파크를 개발해 관광 경쟁력을 끌어올리고자 하는 지방자치단체들의 수요가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다만 테마파크 개발에는 거액의 투자가 필요해 민간 자본 유치가 필수입니다. 한화, 신세계와 같은 대기업들이 지자체와 함께 투자에 나서는 이유입니다.

하지만 장밋빛 전망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테마파크 사업은 투자 규모에 비해 수익성이 낮은 사업입니다. 지속적인 수익을 내기 위해서는 완공 후에도 후속 투자까지 이어져야 합니다. 게다가 우리나라는 내수 시장이 작아 대규모 투자 후 기대되는 수익이 더 낮습니다.

이 때문에 국내에서는 테마파크 개발 사업이 여러 차례 무산된 바 있습니다. 신세계그룹이 현재 스타베이 시티를 추진하는 화성 국제테마파크 관광단지 사업이 대표적입니다. 경기도와 화성시는 18년 전인 2007년부터 이곳에서 테마파크 개발을 추진했습니다.

18년 전인 2007년에는 유니버설 스튜디오 테마파크와 리조트 개발을 위해 신한은행, 포스코 등이 참여한 컨소시엄과 MOU를 체결했습니다. 하지만 17년 전인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 탓에 MOU가 파기됐습니다. 16년 전인 2009년에는 롯데그룹이 이 사업을 이어 받았지만 토지대금 협상 등의 문제로 결렬됐습니다. 10년 전인 2015년에는 대우건설과 중국 자본이 이 사업을 재추진했으나 이 역시 무산됐습니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과 일본에서는 대규모 투자를 통해 테마파크 사업을 확대하며 관광객을 끌어들이고 있다"라며 "한국은 상대적으로 관광 매력도가 낮은 만큼 테마파크를 통해 지속적인 관광객 유치가 필요하다고 본다"라고 말했습니다.

물론 대형 유통기업들의 테마파크 사업 진출을 두고 집객 효과를 통한 본업과의 시너지를 노린 것이라는 해석이 나옵니다.

오프라인 유통업계는 소비자들의 집객력과 체류 시간을 늘리는 것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온라인 유통 시장이 커지면서 고객들을 오프라인 공간으로 불러 내는 것이 목표가 된 것입니다. 이에 주요 유통사들은 스타필드·타임빌라스 등 복합쇼핑몰을 체험 공간으로 단장했습니다.

대형마트 역시 문화·휴게 특화 공간으로 변신했습니다. 실제 이마트는 지난해 이마트 죽전점을 스타필드마켓 죽전점으로 리뉴얼 오픈했습니다. 약 700평 규모의 휴게 공간을 조성해 고객들이 휴식을 취하고 문화생활을 즐길 수 있도록 꾸몄다고 당시 회사 측은 설명했습니다.

업계 관계자는 “이미 쇼핑몰이나 식음 등 테마파크와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사업을 운영하고 있어 이를 기대하고 있다”라며 “특히 쇼핑몰의 경우 고객의 ‘라이프스타일’을 잘 알고 있고 집객 노하우도 보유하고 있고 한 공간에서 먹고 즐기는 것이 가능해 시너지 효과가 더욱 기대된다”라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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