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용 의견 4인 "3인 이상 재적해야" 기각 의견 4인 "2인도 서로 다른 의견 교환 가능"

헌법재판소가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재판관 4대 4 의견으로 기각했다. 가장 쟁점이 된 '방통위 2인 체제 위법성'을 두고 재판관 4인(문형배·이미선·정정미·정계선)은 인용의견을 내며 2인 체제 의결은 '방송통신위원회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방통위법)을 위반해 “파면을 정당화할 수 있을 정도로 중대한 법률 위반에 해당한다”라고 했다. 반면 4인(김형두·정형식·김복형·조한창)은 “헌법 또는 법률 위반이 인정되지 않는다”라며 기각 의견을 냈다.

오늘(23일) 오전 헌법재판소는 이진숙 위원장이 △재적 위원 2인으로만 의결한 점 △MBC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방문진) 임원 임명에 관한 안건을 두고 회피하지 않은 점 △자신에 대한 기피신청에 대한 의결에 참여해 각하한 점 △(임명 당일) 방문진과 KBS 이사를 각각 임명 및 추천한 점 등이 헌법과 법률을 중대하게 위반했다는 이유로 국회가 탄핵심판청구를 한 사안을 두고 기각 결정을 내렸다. 헌법과 헌법재판소법에 따라 탄핵을 인용하려면 재판관 6인 이상이 찬성해야 한다.

지난해 7월 31일 방통위원장에 임명된 이진숙 위원장은 김태규 부위원장과 취임 첫날 방문진과 KBS 이사 선임 및 추천을 강행했다. 그러자 국회는 지난해 8월 2일 '방통위 2인 체제의 위법성'을 지적하며 탄핵소추안을 표결에 부쳤고 탄핵소추안이 가결돼 이진숙 위원장은 직무가 정지됐다.

방통위법 위원회의 운영 '회의' 조항을 보면 위원회의 회의는 재적위원 과반수의 찬성으로 의결한다. 인용을 주장한 4인은 “2인 의결 그 자체가 방통위법을 위반했다”고 봤고, 기각을 주장한 4인은 “2인으로만 개최되는 회의에서는 다수결 원리가 작동되지 않는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진숙 위원장 탄핵 인용을 주장한 4인 재판관은 “재적위원을 문언 그대로 해석하면 현재 위원회에 실제로 소속된 위원만을 의미하는 것으로 볼 수 없고, 위 조항을 적용할 수 있는 최소 재적위원 수에 관한 명문 규정은 없다”면서도 “어떤 법률에 대한 여러 갈래의 해석이 가능할 때에는 합헌적 법률해석을 해야 하므로 위 조항을 해석함에 있어서도 문언의 형식적 의미뿐만 아니라 헌법 제21조가 보장하는 방송의 자유의 의의 및 방통위를 합의제 기관으로 설치해 방송의 자유와 공적 기능을 보장하고자 한 입법취지를 함께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입법자는 과거 권위주의 정부에 의한 방송 통제와 탄압이 이뤄졌고, 민주화 이후에는 행정부로부터 독립된 방송위원회가 방송 관련 업무를 수행하게 되었다는 역사적 맥락을 고려해, 방통위법에 따라 방통위를 직무상 독립을 보장받는 5인의 상임위원으로 구성되는 합의제 기관으로 설계하고, 주요 소관 사무를 심의·의결사항으로 명시했다. 또한 방통위 구성에 있어 대통령이 지명한 위원과 국회가 추천한 위원, 여권 추천 위원과 야권 추천 위원이 모두 임명되도록 함으로써 견제와 균형의 원리를 중첩적으로 구현했다”며 “이는 방통위의 다원적 구성을 통해 방통위가 국가권력이나 특정한 사회 세력의 간섭을 받아 운영될 위험을 방지하고, 서로 다른 의견의 교환을 통해 실질적인 합의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보장해, 방통위 의사결정의 정당성과 합리성을 확보하기 위함으로 볼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따라서 적법한 의결을 하기 위해서는 3인 이상의 위원이 재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인용을 주장한 4인 재판관은 “방통위의 의결은 원칙적으로 상임위원 5인이 모두 임명돼 재적하는 상태에서 재적 위원 과반수인 3인 이상의 찬성으로 이루어짐이 바람직하다. 후임자 임명 지연 등으로 결원이 발생해 불가피하게 5인 미만의 위원이 재적하는 상태에서 의결하는 경우라 하더라도, 적법한 의결을 위하여는 방통위가 합의제 기관으로서 실질적으로 기능하기 위한 최소한의 위원 수, 즉 3인 이상의 위원이 재적하는 상태에서 재적위원 과반수의 찬성이 필요하다”고 했다.

반면 이 위원장 탄핵 기각을 주장한 4인 재판관은 “재적의 사전적 의미는 어떤 단체에 적을 두고 있는 것이므로, 방통위의 의결정족수를 규정한 방통위법 제13조 2항의 재적위원은 문제되는 의결의 시점에 방통위에 적을 두고 있는 위원을 의미한다고 해석되는바, 이 사건 의결 당시 방통위의 재적위원은 피청구인(이진숙)과 김태규 2인뿐”이라며 “따라서 재적위원 전원의 출석 및 찬성으로 이뤄진 이 사건 의결이 방통위법상의 정족수를 충족하지 못했다고 보는 것은 법규범의 문리적 한계를 넘는 해석”이라고 했다.

이어 2인끼리도 의견 교환이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기각을 주장한 4인 재판관은 “방통위법이 방통위를 5인의 상임위원으로 구성되는 합의제 행정기관으로 설치한 취지에 따르면 5인의 위원이 모두 심의·의결에 참여하는 것이 가장 이상적이기는 하나, 2인 간에도 서로 다른 의견의 교환이 가능하고, 토론을 통해 합의에 도달해야 의결정족수를 충족하게 되므로, 재적위원 2인으로만 개최되는 회의에서는 다수결의 원리가 작동되지 않는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도 주장했다.

그러면서 2023년 8월부터 임기를 시작한 이동관 위원장과 이상인 부위원장 2인 체제를 언급하기도 했다. 기각을 주장한 4인 재판관은 “방통위는 위원 추천·임명 불발로 2023년 8월 25일 경부터 이른바 '2인 체제'에서 수많은 안건을 심의·의결해 왔다”며 “그동안 이뤄진 심의·의결 대상에는 공영방송 보궐이사 임명에 관한 건, 지상파방송사업자 재허가에 관한 건, 법규 위반 사업자에 대한 제재처분에 관한 건 등 적시 처리돼야 할 중요한 현안들이 다수 포함돼 있었고, 특별재난지역 수신료 면제에 관한 건과 같이 특히 시급하게 처리돼야 하는 안건도 있었다”며 “만약 방통위가 위와 같이 중요하고 시급한 현안을 장기간 처리하지 않고 방치했다면 헌법 및 국가공무원법에 규정된 공무원의 성실의무에 위반하는 결과가 발생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또 “방통위는 외부 법률자문을 통해 재적위원이 2인인 상태에서의 심의·의결이 위법하지 않다는 법률적 의견을 받고 이를 참고해 위와 같은 심의 의결을 해왔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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