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법원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공영방송 자금 지원 중단' 행정명령에 대해 '위헌' 판결을 내렸습니다. 즉 정치권력이 공영방송의 보도내용을 문제 삼아 자금 지원을 끊는 것은 미국 수정헌법 제1조 위반, 즉 언론자유 탄압이라고 못 박았습니다.

한국에서는 윤석열 정권 당시 TBS 출연금이 삭감·폐지됐습니다. 오세훈 서울시장에 따르면, 국민의힘은 "나 다시 돌아올 거야"라는 김어준 씨 말 한마디에 TBS를 폐국 위기로 몰아넣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NPR·PBS 자금 지원을 중단한 이유는 '좌파 선전'이었습니다.

뉴욕타임스(NYT)·CNN 등 미국 언론보도에 따르면, 지난달 31일 미국 컬럼비아특별구 연방지방법원 랜돌프 모스 판사는 트럼프 대통령이 NPR·PBS가 좌익 관점에서 보도한다는 판단으로 지원을 중단한 것은 수정헌법 제1조 위반이라고 판결했습니다.

미국 수정헌법 제1조는 '종교와 표현의 자유'를 규정하고 있습니다. 미국에서 자유로운 신앙 행위를 금지하거나, 언론·출판의 자유를 제한하거나, 평화롭게 집회할 권리를 제한하거나, 정부에 청원할 수 있는 권리를 제한하는 법률은 제정할 수 없습니다.

모스 판사는 트럼프 대통령의 행정명령은 자신의 마음에 들지 않는 견해를 탄압하는 것이라며 수정헌법 1조는 "이런 유형의 관점 차별과 보복을 용납하지 않는다"라고 했습니다. 모스 판사는 수정헌법 1조는 정부가 넘지말아야 할 선을 규정하고 있다며 트럼프 대통령이 "선을 넘는 행위"를 했다고 지적했습니다. 모스 판사는 '정부 권력이 예산권을 이용해 다른 사람의 불괘한 표현을 처벌·억압하려는 시도'는 수정헌법 1조에 위배된다고 했습니다.

PBS는 연방법원 판결 이후 성명을 내어 "저희가 주장했고 모스 판사가 판결했듯, 이번 행정명령은 전형적인 위헌적 차별이자 보복행위이며 오랜 기간 보장되어 온 수정헌법 제1조의 원칙을 위반한 것"이라며 "PBS는 앞으로도 변함없이 모든 미국인을 교육하고 고무시키는, 미국에서 가장 신뢰받는 미디어기관으로서 사명을 다할 것"이라고 했습니다. 캐서린 마허 NPR CEO는 성명에서 "오늘 판결은 자유롭고 독립적인 언론의 권리를 결정적으로 재확인한 것"이라고 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5월 1일 '편향된 언론에 대한 세금 지원 종료' 행정명령에 서명했습니다. 백악관은 '트럼프 대통령, 편향 언론에 대한 납세자 보조를 종료하다'라는 제목의 설명 자료를 내어  "NPR과 PBS는 납세자의 세금으로 편향성과 좌파 선전을 부추겼다. 이는 매우 부적절한 세금의 오용"이라고 주장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공영방송에 대한 정부지원금을 관리하는 공영방송공사(CPB)를 통해 법률상 최대 한도로 NPR·PBS에 지급하던 지원금을 취소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NPR·PBS 산하 지역방송국을 통한 간접지원 방식도 차단했습니다.

이번 연방법원 판결로 NPR·PBS에 대한 재정 지원이 곧장 재개되는 것은 아닙니다. 트럼프 대통령의 행정명령 이후인 지난해 7월 연방의회를 장악한 공화당은 CPB에 대한 자금지원(연 5억 달러)을 회수하기로 결의, CPB를 폐쇄했습니다.

윤석열 정권의 TBS 출연금 삭감·폐지는 트럼프 정권의 NPR·PBS 행정명령과 미 연방의회의 CPB 폐쇄와 다르지 않습니다.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치러진 2022년 지방선거에서 국민의힘이 서울시장·서울시의회 권력을 차지하면서 TBS 공적재원에 대한 탄압이 시작됐습니다. 국민의힘 과반의 서울시의회는 'TBS 폐지 조례' 의결을 강행했습니다. 해당 조례는 지난 2024년 6월 1일 시행됐으며 이에 따라 TBS 전체 예산의 70%를 차지한 서울시 출연금이 법적 근거를 상실해 중단됐습니다. TBS 구성원 170여 명이 1년 8개월 동안 월급을 받지 못해 생활고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조례 폐지와 출연기관 해제에도 TBS는 여전히 서울시의 지배를 받고 있습니다. TBS 정관에 의해 서울시 홍보기획관과 재정기획관이 현재까지 TBS 당연직 이사직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TBS 대표 선임권도 서울시장에게 있습니다. 지난해 6월 11일 서울시의회 시정질문 과정에서 오세훈 서울시장은 TBS 지원조례 폐지 이유에 대해 "나 다시 돌아올 거야"라는 김어준 씨의 말 한마디였다고 말했습니다.

오 시장은 '편향이라고 말하는 프로그램은 정리가 되고, 그냥 방송국 문 닫게 된 것이 문제해결인가'라는 박유진 서울시의원 질의에 "지금 다 잊은 모양인데, 당시 지원 폐지 조례까지 안 갈 수도 있었다고 저는 판단한다. 그런데 그 편향된 진행자가 나가면서 '나 다시 돌아올 거야' 이게 불을 질렀던 것 아닌가"라고 답했습니다. 오 시장은 "왜 현실을 무시하고 언급을 안 하나"라며 "그렇게 시의회에서 분위기 확 바뀌어서 지금(TBS 조례가 폐지됐다)"이라고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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