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청률 13.8%라는 기록 이면에는 뼈아픈 자책이 남았습니다. '21세기 대군부인'을 연출한 박준화 감독은 종영 이후 인터뷰에서 연신 고개를 숙였습니다.
지난 16일 종영한 MBC 금토 드라마 '21세기 대군부인'(극본 유지원·연출 박준화)은 입헌군주제라는 파격적인 설정과 화려한 캐스팅으로 기대를 모았으나, 방영 내내 이어진 고증 오류와 역사 왜곡 논란으로 도마 위에 올랐습니다.
이날 박 감독은 "제작진의 부족함으로 인해 자주적인 역사의 순간을 제대로 표현하지 못해 아쉽다. 우리 작품을 통해 모두가 즐겁고 행복하길 바랐으나 결과적으로 시청자분들께 불편함과 실망을 안겼다. 변명의 여지가 없다"라며 후회 어린 심경을 전했습니다.
사실 이 작품은 방영 초기부터 배경 설정의 부조화를 두고 거센 비판에 직면했습니다. 특히 조선 왕조를 다루고 있음에도 일본 왕실의 구조를 차용했다는 의혹에 휩싸이며 시청자들의 거센 공분을 샀습니다. 그러나 박 감독은 제작진의 의도는 달랐다며 해명에 나섰습니다. 그는 "오히려 유럽 왕실의 사례를 주요하게 참고했으며 넷플릭스 시리즈 '브리저튼'과 같은 순정 만화적 로맨스를 한국식으로 구현하려다 보니 우리 정서와 동떨어진 설정이 도입됐다"라고 설명했습니다. 과도한 상상력이 독이 된 셈입니다.
이러한 설정은 당초 작가가 구상한 세계관에서 비롯됐습니다. 박 감독은 이번 작품이 '조선 왕조가 현재까지 이어졌다면'이라는 가정에서 출발했다고 짚었습니다. 작가가 조선에 가진 깊은 애정을 바탕으로, 힘들었던 역사 없이 이어진 왕실의 이야기를 그리고자 했다는 설명입니다. 그는 "신분과 욕심을 떠나 평범한 일상이 가장 중요하다는 메시지를 전하고 싶었지만, 초기 설정에 대한 정보 전달이 미흡했다"라고 털어놨습니다.
로맨스 판타지를 지향하는 현대극일지라도 기초적인 고증의 부재는 치명적인 실수였습니다. 11회 즉위식 장면에서 이안대군(변우석)이 제후국을 뜻하는 '천세' 연호를 듣고 중국의 신하가 착용하는 '구류면류관'을 쓴 설정은 날 선 비판을 받을 수밖에 없는 결정적 계기가 됐습니다. 한국사 강사 최태성은 "배우 출연료에는 수억 원을 아끼지 않으면서 고증 비용과 시간은 왜 그리 무시하는가"라며 날선 일침을 가했고 서경덕 교수 역시 "무엇보다 이번 논란의 가장 큰 문제는 중국 동북공정에 빌미를 제공했다는 점"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이러한 비판을 모두 접했다는 박 감독은 현장에서 전문가의 자문을 받으며 제작했음에도 불구하고 고증 오류를 막지 못한 점을 자책했습니다. 그는 "조선 왕조 600년이 유지된 상황을 상정하다 보니 극 속 상황과 현실의 인식이 충돌해 잘못된 점을 모두 알아차리지 못했다"라면서 "왕실의 설득력을 확보하기 위해 의복과 어투에는 공을 들였으나 고민이 부족했고 섬세하게 준비하지 못했다"라며 후회했습니다.
제작진의 실수로 인한 논란의 화살은 주연 배우들에게도 향했습니다. 아이유와 변우석은 종영 후 각자의 SNS를 통해 역사적 맥락을 깊이 살피지 못한 점에 대해 책임을 통감한다는 사과문을 올렸습니다. 박 감독은 "배우들에게는 미안할 뿐"이라며 "함께 치열하게 고민했는데 연출자의 미숙함으로 인해 배우들이 상처를 받고 사과하는 모습을 보니 마음이 아프다"라고 말했습니다.
드라마의 역사 왜곡 논란은 비단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닙니다. 2021년 SBS 드라마 '조선구마사'는 실존 인물을 차용하면서도 중국풍 소품과 음식을 남발해 '문화적 동북공정' 논란을 일으키며 방영 2회 만에 폐지되는 초유의 사태를 맞았습니다. JTBC 드라마 '설강화' 역시 민주화 운동 폄훼와 안기부 미화 의혹으로 거센 홍역을 치른 바 있습니다. 이러한 선례들은 대중의 엄중한 잣대 앞에 흥행과 상상력이 결코 역사 왜곡의 면죄부가 될 수 없음을 시사합니다.
'21세기 대군부인'의 박 감독은 "거듭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린다"라며 재차 고개를 숙였지만, 정작 논란이 된 장면의 수정 방향은 여전히 논의 중인 상태입니다. 결국 '21세기 대군부인'은 화려한 비주얼에 앞서 철저한 고증과 책임감이 선행되어야 한다는 교훈을 남겼습니다. 스타 섭외에만 치중할 것이 아니라 작품의 근간인 역사 의식을 먼저 갖추는 것, 그것이 글로벌 위상을 갖춘 K-콘텐츠가 마주한 가장 시급한 과제입니다.
드라마 '식샤를 합시다', '김비서가 왜 그럴까', '환혼' 등 수많은 화제작을 남겼던 그는 '21세기 대군부인'으로 화려한 성적표와 잊을 수 없는 실책을 동시에 남겼습니다. 박 감독은 "좀 더 좋은 형태로 보여드렸어야 했고 깊은 고민과 조심스러운 태도로 임했어야 했다. 향후에 불편하셨던 순간을 조정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으면 한다"라며 눈물 섞인 후회를 남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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