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대형마트 업계 2위 자리를 지켜왔던 홈플러스가 법원의 기업회생절차 폐지 결정으로 중대한 분수령에 놓였습니다.
지난 3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서울회생법원 회생4부는 홈플러스에 대한 기업회생절차 폐지를 결정했습니다. 이에 따라 홈플러스는 향후 14일 안에 운영자금을 확보해 즉시항고에 나서지 못할 경우 사실상 파산 수순을 밟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옵니다.
1997년 삼성물산 유통부문이 대구에 1호점을 열며 출범한 홈플러스는 외환위기 이후 경영 환경 변화 속에서 성장의 전기를 맞았습니다. 삼성물산은 1999년 영국 유통기업 테스코에 지분 49%와 경영권을 넘겼고, 이후 양사의 합작 체제로 사업을 확대했습니다.
테스코의 자본과 유통 운영 경험을 바탕으로 홈플러스는 공격적인 확장 전략을 펼쳤습니다. 2005년 아람마트를 인수한 데 이어 2008년에는 홈에버를 흡수하며 전국 단위 유통망을 구축했습니다. 이후 2011년 테스코가 삼성물산의 잔여 지분까지 모두 확보하면서 홈플러스는 테스코의 완전 자회사가 됐습니다.
대형마트 산업이 전성기를 구가하던 시기 홈플러스는 점포 수를 빠르게 늘리며 롯데마트, 이마트와 함께 이른바 '대형마트 3강' 구도를 형성했습니다. 2007년 60여 개 수준이던 매장은 2014년 140여 개로 증가했습니다.
그러나 2014년 테스코가 본사의 회계 문제와 실적 부진으로 해외 자산 매각에 나서면서 홈플러스도 새 주인을 찾게 됐습니다.
2015년 사모펀드 MBK파트너스는 캐나다연금투자위원회(CPPIB), 캐나다공무원연금(CPP Investments), 싱가포르 국부펀드 테마섹 등과 컨소시엄을 구성해 홈플러스를 약 7조 2천억원에 인수했습니다. 당시 국내 유통업계는 물론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도 손꼽히는 대형 인수·합병(M&A) 사례로 평가됐습니다.
하지만 이후 유통시장의 중심축이 온라인으로 이동하면서 홈플러스의 경영 여건은 급격히 악화됐습니다. 쿠팡 등 전자상거래 기업이 성장하고 소비자 구매 행태가 변화하면서 오프라인 점포 중심의 사업 모델이 한계를 드러냈습니다.
실적도 내리막길을 걸었습니다. 홈플러스는 2021회계연도부터 적자를 이어갔으며 최근 들어 손실 규모가 더욱 확대됐습니다. 2025회계연도 매출은 5조 7천 963억원으로 전년 대비 17.1% 감소했고, 영업손실은 5천 464억원, 당기순손실은 1조 10억원으로 집계됐습니다.
재무 구조 역시 크게 악화됐습니다. 같은 기간 유동자산은 4천 82억원에 불과했지만 1년 이내 상환해야 하는 유동부채는 4조 2천 897억원에 달했습니다. 이에 따라 한영회계법인은 최근 2년 연속 감사의견 거절을 내놓았습니다.
홈플러스는 지난해 3월 기업회생절차를 신청한 이후 영업을 유지하며 정상화 방안을 추진해왔습니다. 임대료 인하 협상과 일부 점포 운영 조정, 홈플러스 익스프레스 매각 등 자구책을 마련했지만 경영 정상화에는 이르지 못했습니다.
특히 회생계획 이행에 필요한 운영자금 확보가 무산되면서 법원은 결국 회생절차 폐지를 결정했습니다.
다만 이번 결정이 즉시 파산을 의미하는 것은 아닙니다. 회사 측은 결정문을 받은 뒤 14일 이내에 즉시항고를 제기할 수 있습니다. 이 과정에서 약 2천억원 규모의 운영자금을 확보할 경우 법원이 회생절차 재개 여부를 다시 검토할 가능성도 남아 있습니다.
업계에서는 MBK파트너스와 최대 채권자인 메리츠금융그룹 간 입장 차이가 여전히 좁혀지지 않고 있어 단기간 내 자금 조달이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회생절차 폐지가 최종 확정될 경우 점포 정리와 직원 고용 문제를 비롯해 납품업체 피해, 지역 상권 위축 등 후폭풍이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됩니다.
홈플러스 관계자는 "14일 이내 운영자금을 확보해 즉시항고를 진행하면 회생절차 재개 가능성이 있다"라며 "현재 메리츠금융그룹 측에 운영자금 지원을 요청한 상태"라고 말했습니다.
이어 "앞으로 법적 절차에 성실히 대응하는 한편 채권자와 협력업체, 임직원 등 이해관계자의 피해를 최소화하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라고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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