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국내 대형마트 업계 2위를 호령하며 전국에 1400여 개 점포를 보유했던 홈플러스가 창사 이래 최대의 존폐 기로에 섰습니다.
서울회생법원 회생4부는 지난 3일 홈플러스가 제출한 수정 회생계획안 변경안의 실질적인 수행 가능성이 현저히 낮다고 판단해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 폐지를 결정했습니다.
홈플러스 측이 14일 이내에 즉시항고를 제기해 자금 조달 방안을 마련하지 못한다면, 법정관리 대신 사실상 공중분해 후 파산 및 청산 수순을 밟게 될 전망입니다.
사태가 파국으로 치닫게 된 배경에는 생존의 필수 전제 조건인 2000억원 규모의 운영자금 조달을 둘러싼 대주주 MBK파트너스와 최대 채권자인 메리츠금융그룹 간의 날 선 책임 공방이 자리 잡고 있습니다.
메리츠 측은 최대주주인 MBK와 김병주 회장의 책임 있는 자금 투입과 보증이 선행되지 않으면 추가 금융 지원은 불가능하다며 단호한 입장을 고수하고 있습니다.
반면 MBK 측은 사모펀드 운용 구조상 무조건적인 보증 요구는 이행 불가능한 수준이라며 난색을 표해, 마지막 협상까지 자금 조달 확약서를 도출하지 못했습니다.
이에 따라 시장에서는 파산 선고 이후 자산을 채권자들에게 배당하는 청산 시나리오가 유력하게 거론됩니다.
홈플러스의 자가 점포 62개는 메리츠에 신탁 담보로 잡혀 있어 독자 처분이 가능합니다. 오프라인 대형마트 업계의 극심한 침체로 인해 이마트나 롯데마트 같은 경쟁사들이 인수전에 뛰어들 가능성이 극히 낮은 만큼, 점포 부지를 주상복합이나 오피스, 물류센터 등으로 용도 변경해 매각하는 방안이 유력한 상태입니다.
대규모 고용 대란과 지역 경제 붕괴 우려는 이미 현실로 다가왔습니다. 홈플러스의 직고용 인력 1만2000여 명과 주차·미화 등 간접 고용 인원까지 포함해 수만명의 노동자가 일시에 실직 위기에 노출됐습니다.
더욱이 마트 노조에 따르면 직원들은 이미 지난달 21일 지급됐어야 할 6월 임금조차 받지 못해 극심한 불안감에 떨고 있습니다.
주말인 5일 찾은 대전유성점 등 주요 매장은 과거 전국 최상위권 실적을 내던 알짜 점포라는 명성이 무색할 정도로 인적이 드물어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였습니다.
신선식품이 가득해야 할 육류·생선 매대에는 가공식품이나 프라이팬, 머그잔 등이 구색 맞추기용으로 진열되어 있었고, 입점 업체들은 이미 철수했거나 짐을 싸고 있었습니다.
홈플러스 일반노조는 “정부와 국회까지 모두가 책임을 외면한 결과”라며 생존권 대책 마련을 촉구하고 나섰습니다.
납품·협력업체와 소상공인들의 비명도 깊어지고 있습니다. 홈플러스와 거래하는 4600여 개 협력사 중 절반 가까이가 매출의 상당 부분을 홈플러스에 의존하고 있어 연쇄 도산 공포가 확산되고 있습니다.
현재 중소상공인 150개사의 미정산금만 해도 평균 7억 7000만원에 달합니다. 특히 핵심 점포를 포함한 전 매장에서 미화 인력이 철수하고 화장실 폐쇄 공지까지 붙는 등 영업 환경이 최악으로 치달으자, 입점 점주들은 “정상 영업을 하며 버틴 대가가 결국 빚더미냐”라며 허탈함을 감추지 못했습니다.
이번 사태가 개별 기업의 존폐를 넘어 국가적 재난으로 확산될 위기에 처하자 정부가 긴급 소방수로 나섰습니다. 재정경제부를 주축으로 관계기관 전담반(TF) 회의를 긴급 소집한 정부는 ‘4400억원+α’ 규모의 긴급 유동성 지원책을 발표했습니다.
정부는 피해 소상공인과 중소기업을 위해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 긴급경영안정자금 900억원을 편성하고, 신용보증기금과 기술보증기금을 통해 3500억원 규모의 특례보증을 제공해 연쇄 도산을 막을 방침입니다.
또한 임금체불 피해를 입은 근로자에게는 1인당 최대 2100만원의 체불임금 대지급금을 지급하고 저금리 생계비 융자를 지원하는 등 민생경제 파급 효과를 최소화하는 데 총력을 기울이기로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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