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헌정 사상 세 번째 대통령 탄핵안이 지난 14일 국회를 통과했습니다. 기자 생활 9년차 이상이라면 적어도 두 번은 목격했을 현직 대통령에 대한 탄핵안 가결입니다. 2016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때와 비교하면 이번 윤석열 대통령 탄핵은 내용과 형식면에서 여러 차이점이 있습니다. 탄핵 국면을 결정지은 사건의 성격이 확연히 다르고, 여론을 이끈 미디어 플랫폼도 크게 달라졌습니다. 두 차례 탄핵 정국에서 언론사 간 희비가 엇갈리는 모습도 보입니다. 8년 전과 지금, 언론과 미디어 측면에서 달라진 점은 무엇일까요?

① 페이스북서 유튜브로... 8년 만에 급변한 미디어 환경

한국 정치사를 뒤흔든 두 차례의 탄핵 국면, 다만 여론을 이끈 미디어 플랫폼은 그새 크게 달라졌습니다. 2016년 박 전 대통령 탄핵 당시엔 페이스북과 페이스북 라이브가 시민들의 목소리를 전하는 주요 창구였지만 올해 윤 대통령 탄핵 정국에선 유튜브와 유튜브 라이브가 그 자리를 대체했습니다.

2016년만 해도 페이스북 라이브는 광화문 촛불집회 현장의 생생한 목소리를 전달하는 핵심 플랫폼이었습니다. 가장 많은 이용자가 그곳에 있었고, 언론사들은 자연스레 페이스북 라이브로 집회 현장을 실시간 생중계하며 더 많은 시민들의 참여를 이끌어냈습니다. 당시 언론사들은 페이스북을 활용한 실시간 여론조사 ‘라이브폴’ 등을 도입하며 독자들의 폭발적 호응을 얻었습니다.

그러나 페이스북 전성기는 오래 가지 못했습니다. 스마트폰과 인터넷 동영상 시장의 확산, 페이스북의 언론사 브랜드 페이지 노출 감소 정책 등이 겹치며 미디어 플랫폼은 빠르게 유튜브로 넘어갔습니다. 이제 대부분의 언론사들은 유튜브 실시간 라이브로 주요 뉴스를 전합니다. 계엄령이 발령됐던 3일 밤 수많은 시청자들이 유튜브로 몰린 것도 당연한 일이었습니다. 이날 오마이TV 실시간 라이브 동시접속자 수는 66만명에 육박하며 지상파 방송국을 멀찍이 따돌렸고, 윤 대통령의 탄핵소추안이 가결된 지난 14일엔 MBC의 유튜브 실시간 라이브 동시접속자 수가 총 133만명에 달했습니다. JTBC(22만명)와 YTN(12만명) 등 채널에서도 각각 10만명이 넘는 시청자가 유튜브로 탄핵안 가결 장면을 지켜봤습니다.

다만 유튜브의 영향력은 2016년에도 이미 드러나고 있었습니다. 당시 JTBC는 유튜브에서 라이브 스트리밍 서비스를 주력으로 내세웠고, 그 덕분에 박 전 대통령 탄핵 라이브 동시접속자 수는 36만명에 달했습니다. 박 전 대통령이 직무정지 상태에서 유일하게 인터뷰했던 ‘정규재TV’ 역시 기성 언론이 아닌 유튜브 방송이어서 많은 화제를 모았습니다.

② 언론이 주도했던 2016년, 대통령 스스로 무너진 2024년

8년 전 탄핵과 이번 탄핵은 사건의 성격도 다릅니다. 기성 언론의 끈질긴 취재와 특종 보도로 시작됐던 2016년 탄핵 국면과 달리 이번엔 대통령 스스로 선포한 계엄령이 도화선이 돼 탄핵이 진행됐습니다.

8년 전 탄핵의 첫 단추를 끼운 곳은 TV조선이었습니다. TV조선은 그해 7월부터 미르·K스포츠재단 의혹을 내보냈고, 한겨레신문이 이를 받아 이들 재단과 전국경제인연합의 비정상적인 커넥션, 최순실씨 딸 정유라씨의 대학생활 특혜 의혹을 제기했습니다. 결정적인 장면은 JTBC의 태블릿PC 특종이었습니다. 증거를 통해 최씨의 국정 농단 실체가 드러나자 박 전 대통령은 결국 대국민 사과를 했고, 이후 하루가 멀다 하고 언론사들의 치열한 특종 경쟁이 벌어지며 탄핵의 동력을 만들어냈습니다. JTBC와 TV조선, 한겨레는 그 공로로 이듬해 한국기자상을 공동 수상했습니다.

반면 이번 탄핵은 대통령의 말 한마디가 모든 것을 바꿔놓았습니다. 계엄령이 선포되자마자 여야를 막론, 정치권의 반발이 터져 나오더니 결국 여당 의원 일부가 탄핵에 가세하는 사태로 이어졌습니다. 진행 속도도 확연히 달랐습니다. 2016년엔 첫 촛불집회부터 탄핵안 가결까지 한 달 넘게 걸렸지만 이번엔 계엄령 선포 이후 열흘 만에 탄핵안이 가결됐습니다. 덕분에 기자들도 조금은 고생을 덜었습니다.

사건팀 바이스(부팀장)인 전현진 경향신문 기자는 “박근혜 때는 외부 의혹을 기자들이 취재하고 그게 수사 대상이 되는 경우들이 있었는데, 이번엔 사실관계가 꽤나 간단명료하다”라며 “군 지휘체계를 파악하는 정도니 외부에서 취재해 들어갈만한 거리가 별로 없다. 그래서 예전보다는 단독 경쟁이 덜하고, 거의 모든 매체가 나오는 내용을 잘 정리해 따라가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습니다. 다.

다만 수많은 신문이 특별판과 호외를 발행하고 ‘거리편집국’을 꾸리며 현장 구석구석의 목소리를 전한 건 이번에도 비슷했습니다. 이주현 한겨레 뉴스룸국장은 “저도 노무현 대통령 서거 때 한 번 만들어본 뒤 이번에 처음으로 호외를 두 번이나 만들어봤다”라며 “저에게도 새로운 경험이었는데 젊은 세대들에게도 낯설고 신기한 경험이었을 거라 생각한다. 새로운 세대가 민주주의를 위해 광장에 나왔고 그들에게 저희의 메시지가 담긴 신문이 전달됐는데, 종이 신문의 물성을 접하고 ‘굿즈’처럼 생각하게 된 기회였다고 본다”라고 말했습니다.

③ 손가락질 받던 지상파... MBC는 웃고, KBS는 울고

두 차례의 탄핵 정국에서 대한민국 대표 공영방송인 KBS와 MBC의 운명도 극명하게 엇갈렸습니다. 2016년 탄핵 당시 두 방송사는 모두 ‘보도 참사’로 시민들의 강한 질타를 받았다. 하지만 8년이 지난 지금 분위기는 사뭇 다릅니다.
당시 MBC는 ‘최순실 게이트’ 보도를 제대로 하지 못해 현장에서 온갖 수모를 당했습니다. 시민들의 질타에 기자가 ‘MBC NEWS’ 로고를 뺀 마이크를 들고 현장 소식을 전해야 했고, 신뢰도와 영향력 모두 JTBC에 뒤처지며 ‘청와대 방송’이라는 비판을 받았습니다. 하지만 이번엔 달랐습니다. 계엄령 사태를 충실하게 전하며 유튜브 실시간 라이브 동시접속자 수, 시청률 같은 지표에서 선두권을 달리는 등 박 전 대통령 탄핵 때와는 확연히 다른 모습을 보였습니다.

반면 KBS는 그때나 지금이나 비슷한 상황에 처해 있습니다. 8년 전 최순실 게이트 보도 참사에 이어 이번 계엄령 사태 때도 시청자들의 외면을 받으며 내부 비판이 분출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윤 대통령의 탄핵안이 가결된 지난 14일만 보면 수도권 가구 기준(닐슨코리아) '특집 MBC 뉴스데스크'와 ‘MBC 뉴스특보’가 10% 이상의 시청률을 기록하는 동안 KBS 1TV의 'KBS 뉴스특보'는 3.2%를 찍으며 SBS에도 밀리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구성원들은 2017년 공영방송(KBS·MBC) 총파업으로 고대영 사장의 사퇴를 요구했던 것처럼 이번에도 박장범 사장의 사퇴를 요구하며 ‘공정방송 사수’를 외치고 있습니다.

노태영 KBS 기자협회장은 “박근혜 탄핵 때는 뉴스를 어떻게 만들었는지 궁금해 큐시트를 찾아봤는데 그때 큐시트를 제작한 사람이 윤 대통령 탄핵안 발의 때도 만들고 있더라. 그래서 게이트키핑이 그 모양 그 꼴이었다”라며 “최근 보도국장이 바뀌었고 신임 보도국장과 간부들이 노력을 하고 있다. 그런데 뭐든지 무너지기는 금방이어도 다시 세우기는 쉽지 않아서, 단기간에 회복은 어려워 보인다”라고 말했습니다.

드라마·영화보다 급박하게 돌아갔던 계엄·탄핵 정국에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방문자 수가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반면, 지난 2주간 뉴스 채널과 연간 유튜브의 시청이 강세를 보였습니다.

오늘(17일) 모바일인덱스 추정치에 따르면, 12월 첫째 주인 지난 2~8일 주요 5개 OTT사의 총 방문자 수가 감소한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12월 첫째 주 넷플릭스 일 순 방문자 수(DAU)는 비상계엄 선포 전인 1일 271만 9519명에서 선포일인 3일 249만 3372명으로 약 8% 줄었습니다. 그 다음 날인 4일에는 238만 2528명으로 전날보다 2만명가량이 덜 방문했습니다.

티빙 방문자 수도 1일 146만 9374명에서 4일에는 142만 5132명으로 소폭 줄었습니다. 쿠팡플레이는 감소 폭이 더 컸다. 1일 87만 8767명을 기록했던 일 순 방문자 수는 비상계엄 선포일인 3일 68만 9387명으로 약 22% 감소했습니다. 웨이브는 같은 기간 115만 173명에서 107만 3479명으로 줄었습니다.

이외에도 디즈니 플러스는 1일 38만 5090명에서 3일 31만 5496명으로 방문자 수가 약 19% 줄어들었습니다. 왓챠는 1일 6만 8605명에서 3일 6만 475명으로 약 13% 감소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 탄핵안이 국회에서 가결된 지난 14일에는 주요 5개 OTT사의 DAU가 12·3 비상계엄 사태 이전으로 회복하는 추세를 보였습니다. 넷플릭스 DAU는 14일 261만 1441명으로 소폭 회복했고, 티빙 또한 같은 날 148만 9999명, 쿠팡플레이는 95만 1721명, 웨이브 121만 8327명, 디즈니플러스 42만 2932명, 왓차 6만 6941명으로 계엄 사태 이전 DAU를 대체로 회복했습니다.

이는 지난 3일 밤 윤 대통령의 12·3 비상계엄 사태 이후 OTT 시청자들이 뉴스나 유튜브 채널로 시선을 빼앗긴 것으로 해석됩니다. 실제 윤 대통령 탄핵소추안 가결된 가운데 방송국 메인 뉴스 프로그램이 시청률 강세를 보였습니다.

시청률 조사회사 닐슨코리아에 따르면, MBC 메인 뉴스 프로그램인 'MBC 뉴스데스크'는 지난 14일 기준 10.6%(이하 전국 가구 기준)를 기록했습니다. 이는 이날 방송한 지상파 및 종편(종합편성채널) 메인 뉴스 시청률 중 가장 높은 수치입니다. 윤 대통령 탄핵소추안 통과를 앞두고 특별 편성된 'MBC 뉴스특보'는 시청률 11.3%에 달했습니다. MBC TV '특집 PD수첩'은 전국 시청률 8.2%를 기록했습니다. JTBC '뉴스룸'도 지난 5일 6.3%로 5년 만에 최고 뉴스 시청률을 찍었습니다.

윤 대통령 탄핵소추안 표결 당일 MBC 유튜브 라이브 조회수는 플레이보드 집계 기준 최고 동시시청자 수가 79만명에 달하기도 했습니다.

비상계엄 사태에 이어 尹 대통령 탄핵소추안 가결 등으로 정국이 뒤숭숭해지면서 외환시장이 요동치고 있습니다. 1400원 안팎이었던 원·달러 환율은 계엄 직후 장중 1440원을 넘겼고 지금도 1430원대에서 움직이고 있습니다. 본격적인 탄핵 국면으로 접어들면 환율이 더 급등할 수 있어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옵니다.

과거 故 노무현·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이 추진됐던 2004년과 2016년의 환율 흐름은 어땠을까요?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시기에는 탄핵안이 국회를 통과한 후 환율이 44원 넘게 뛰었다가 탄핵 인용과 함께 안정세를 찾았습니다. 노무현 전 대통령 시기에는 탄핵안이 가결된 날과 탄핵 기각 판결이 나온 날을 중심으로 환율이 10원 넘게 올랐습니다.

① 朴 탄핵땐 저·고점 차이 80원… 盧는 48원 변동

오늘(17일) 서울외국환중개에 따르면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 심판이 결정된 2016년 11월부터 헌법재판소의 탄핵 인용 결정이 나온 이듬해 3월까지 91일간 환율은 큰 폭의 등락을 거듭했습니다. 종가(오후 3시 30분) 기준 환율 고점(2016년 12월 28일, 1210.5원)과 저점(2017년 2월 28일 1130.7원)의 차이는 79.8원이었습니다.

우선 야당이 박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발의(2016년 12월 3일)한 직후인 12월 5일 환율 종가는 전 거래일보다 2원 오른 1174.6원이었습니다. 탄핵안이 가결된 12월 9일에는 오히려 환율 종가가 1165.9원으로 내렸습니다. 이후 꾸준히 상승해 탄핵안 국회를 통과한 지 14거래일만인 12월 28일에 1210.5원까지 올랐습니다.

요동쳤던 환율은 탄핵심판을 거치면서 안정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박 전 대통령의 변론이 진행되던 2017년 2월 14일에는 1137.4원까지 내렸고, 헌재의 첫 평의가 열린 2월 28일에는 1130.7로 하락했습니다. 이후 서서히 상승해 대통령 탄핵이 인용된 이듬해 3월 10일 1157.4원에서 마감했습니다.

故 노무현 전 대통령이 탄핵 위기에 빠졌던 2004년 3~5월에도 환율은 64일간 40원 넘게 움직였습니다. 먼저 국회 본회의에서 탄핵안이 가결된 3월 12일 환율은 전날보다 11.8원 오른 1180.8원에 거래를 마쳤습니다. 두 달여 전인 1월 20일(1188원) 이후 최고치였습니다. 그러나 이후 하락해 노 전 대통령 측의 1차 변론을 앞둔 3월 29일에는 1154.5원까지 내렸습니다.

이후 환율은 다시 롤러코스터를 탔습니다. 3차 변론 하루 전인 4월 8일 환율은 1140.4원까지 내렸고, 이후 다시 상승해 변론이 마무리된 4월 29일에는 1170.7원까지 치솟았습니다. 헌법재판소의 최종 판결을 앞둔 5월 11일에는 1188.5원까지 급등했습니다. 환율 고점(2004년 5월 11일, 1188.5원)과 저점(4월 8일, 1140.4원)의 차이는 48.1원이었습니다.

② 美 FOMC·관세정책 변수… “환율 상단 열어놔야”

이번 탄핵정국에도 윤 대통령 측의 변론과 헌재의 평의 과정에 환율이 요동칠 가능성이 큽니다. 현재 환율은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와 야당의 탄핵소추안 발의, 폐기, 가결 등을 거치면서 1430원대로 높아진 상태입니다. 이전처럼 환율 변동폭이 40~80원에 달한다면 환율이 1450원을 넘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탄핵 정국과 별개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내년 1월 취임을 앞두고 달러 가치가 치솟을 가능성도 있습니다. 트럼프 당선인은 대선 과정에서 자국 내 수입품에 대해 최대 20%의 보편적 관세를 매기겠다는 공약을 내건 바 있습니다. 이런 관세정책이 구체화되면 미국의 수입물가는 치솟고, 금리 인하는 늦어지면서 강(强)달러가 거세질 공산이 큽니다.

조용구 대신증권 연구원은 원·달러 환율 상단을 1465원으로 제시했습니다. 이와 관련해 그는 “탄핵소추안이 국회에서 가결되면서 정치적 이슈로 인한 최악의 상황은 지났지만 트럼프 당선인 영향으로 달러인덱스(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지수)가 오를 가능성이 있다”라고 설명했습니다.

박상현 iM증권 연구원은 “환율 상단을 1450원으로 보고 있다”라고 했습니다. 그는 “지금은 대외 여건과 국내 경기에 영향을 받는 상황”이라면서 “탄핵 여부가 결정되기까지 정책 공백이 있으면 국내 성장률이 둔화될 여지가 있고, 미국·중국 정책 리스크도 열려 있어 원·달러 환율 고점을 상당부분 높일 것”이라고 했습니다. 그는 이 과정에서 환율 저점과 고점의 차이가 70~80원에 달할 수 있다고 봤습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단기적으로는 환율 상단을 열어놓아야 할 것 같다”라면서 “특히 내년 상반기에는 트럼프 행정부 출범과 맞물려 환율이 위로 튈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라고 했습니다. 다만 그는 “외환당국이 환율 수준을 과도하다고 보고 외환 방어에 나서고 있어 아직은 환율 상승 폭이 제한적일 것으로 예상된다”라고 했습니다.

한밤의 난데없는 계엄으로 나라를 혼란에 몰아넣은 대통령이 지난 14일 “결코 포기하지 않겠다”라는 말을 남기고 시야에서 사라졌습니다. 국회는 이날 오후 5시 국회의원 204명의 찬성으로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을 가결했고, 2시간여 뒤인 7시 24분부로 대통령의 권한은 정지됐습니다. 12·3 불법 계엄 선포 11일 만, 취임 949일 만이었습니다.

대통령 탄핵, 한 세대에 한 번 겪을까 말까 한 일이 10년도 안 돼 또 일어났습니다. 20년 사이에만 벌써 세 번째입니다. 2004년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소추안은 헌법재판소에서 기각됐고, 박근혜 전 대통령은 2017년 헌재의 파면 결정으로 직을 잃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은 내년 2~3월경 결론이 나올 것으로 전망되는데, 기각 시엔 엄청난 사회적 혼란이 예상되고, 인용 시엔 8년 만에 ‘장미 대선’을 치러야 하는 만큼 역시 분주한 일정들이 예고돼 있습니다. 모처럼 선거도, 올림픽이나 월드컵 같은 ‘특수’도 없던 2025년이 시작부터 만만치 않을 것으로 전망됩니다.

① ‘유사 계엄’ 치하였던 2년 7개월

‘모든 언론과 출판은 계엄사의 통제를 받는다.’ 그리고 위반자는 ‘처단한다.’ 12·12와 5·18을 영화로, 글로, 사료로 접하고 배웠을 대다수 기자에게 지난 3일 밤 계엄과 함께 내려진 ‘포고령 1호’는 도무지 현실감이 없었지만, 기자들은 자신도 모르게 움츠러드는 것을 느꼈습니다. 야당을 출입하는 한 정치부 기자는 기자협회보에 “야당 의원들 활동을 보도해도 되는지”, “쓴 기사들이 나중에 문제가 되지는 않을지” 두려웠다고 털어놨습니다. 그래도 기사는 쓰고 신문과 잡지는 만들어야겠기에 통신사용을 제한하며 모처로 몸을 피한 기자들도 있었습니다.

돌이켜보면 이와 유사한 일들이 2년 반 동안 이어졌습니다. 남보라 한국일보 기자의 표현을 빌리면 ‘유사 계엄’ 치하였습니다. 정권이 바뀌면 관행처럼 이뤄지는 언론 관련 기관장 교체, 공영방송 사장과 이사진 교체 등은 예상 가능한 범주의 일이었습니다. 오히려 방송통신위원장 교체까지는 시간이 꽤 걸린 편이었습니다. 문재인 정부에서 임명된 한상혁 위원장을 몰아내기 위해 이 정권은 검찰, 감사원은 물론 국무조정실과 대통령실 공직기강비서관실까지 총동원해야 했습니다.

이해할 수 없는 행보가 시작된 건 취임 넉 달 뒤부터였습니다. 2022년 9월 22일 MBC가 미국 순방 중인 윤 대통령의 비속어 발언을 보도하면서 대통령의 언론에 대한 ‘격노’가 시작됐습니다. 해외 순방을 이틀 앞두고 MBC 출입기자들에게 ‘전용기 탑승 불가’를 통보하더니, 취임 후 약 반년간 이어온 출근길문답을 일방적으로 중단해 버렸습니다. 윤 대통령은 MBC의 비속어 보도를 두고 “국가 안보의 핵심축인 동맹 관계를 사실과 다른 가짜뉴스로 이간질하려는, 악의적 행태”라고 비판하며 전용기 탑승 배제는 “헌법수호 책임의 일환으로 부득이한 조치였다”라고 말했습니다. 이번 계엄 포고령에도 포함된 ‘가짜뉴스’ 타령의 서막이었던 셈입니다.

이후 MBC에 어떤 조치들이 취해졌을까요? 고용노동부는 MBC 특별근로감독을 실시했고, 국세청은 세무조사를 통해 520억원의 추징금을 부과했습니다. 김효재 방통위원장 직무대행은 권태선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을 해임하며 MBC 사장 교체 작업을 시작했습니다. 법원이 이에 제동을 걸지 않았다면 이미 MBC는 다른 세상이 되었을지 모릅니다. 대통령의 격노는 이에 그치지 않아 취임 후 가진 네 차례의 기자회견에서 MBC 기자에겐 단 한 번도 질문 기회를 주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계엄 발동을 준비하며 경찰청장 등에게 MBC 장악을 지시한 사실이 경향신문 보도로 밝혀졌습니다.

② 절차상 하자도 가뿐히 ‘패싱’… 계엄서도 드러나

기존의 방송 제도나 시스템을 송두리째 흔드는 정책 결정이 어떤 설명이나 맥락도 없이 추진되곤 했는데, 지금 보면 그 시작 또한 대통령의 격노에서 비롯됐다고 하면 수긍이 됩니다. 공영방송 KBS의 재원 구조를 뒤흔들 TV 수신료 징수방식 변경 논의가 지난해 3월 ‘국민제안’ 방식으로 시작됐는데, 그보다 2주 앞서 KBS가 국가수사본부장에 내정된 정순신 변호사의 아들 학교폭력 비호 전력을 보도한 게 결정타였다는 설이 당시 무성했습니다. 한 달간 의견수렴을 진행한 대통령실은 ‘중복투표 가능’ 등 시스템 하자에 대한 지적에도 불구하고 96.5%가 징수방식 개선에 찬성한다는 결과를 그대로 인용해 방통위 등에 수신료 분리징수를 위한 법령 개정을 권고했고, 그해 7월 5일 방통위는 일사천리로 방송법 시행령 개정안을 의결했습니다. 절차상 오류 등을 개의치 않는 윤 대통령의 특성은 이번 계엄 선포 과정에서도 드러난 바 있습니다.

재원 문제를 건드리고 나니 KBS 사장 교체는 어려울 게 없었습니다. 내부에서도 크게 지지를 받지 못한 김의철 사장은 임기를 15개월 남기고 해임됐고, 두 달 뒤 ‘방송 문외한’ 박민 사장 체제가 출범했습니다. 그리고 올 2월, 윤 대통령은 신년 기자회견을 생략하고 KBS와 특별 대담을 녹화로 진행했습니다. 이때 윤 대통령은 김건희 여사의 명품백 수수 의혹을 ‘조그만 파우치’로 축소 포장한 박장범 앵커에게 국무회의장 자신의 자리에 앉아 보라고 권했고, 11월엔 그를 KBS 사장 자리에 앉혔습니다.

30년 가까이 준공영 체제를 유지해온 YTN을 민영화할 때도, 국가기간통신사 연합뉴스에 지원하는 정부 구독료를 대번에 80% 이상 삭감할 때도 납득할 만한 설명은 없었습니다. 합의제로 운영돼야 할 방통위와 방심위를 사실상 독임제 부처처럼 운영한 건 그 정점입니다. 민주주의 원칙에 기반, 대통령과 여야가 각각 추천권을 행사하도록 한 방통위와 방심위엔 현재 대통령이 추천한 인사만 있는 상태입니다. 방통위는 1년 가까이 2인 제제로 운영되다 8월부터는 위원장 직무대행 1인만 남아 아무런 의사결정을 할 수 없게 됐고, 9인 정원인 방심위는 대통령이 위촉한 위원 셋이서 여전히 편향 심의를 남발하고 있습니다.

③ 현실 인식, 계엄 직전까지도 민심과 동떨어져

대통령의 격노는 ‘채 상병’ 사건 수사와 보도 과정에서 수면 위로 드러났고, 이때를 기점으로 보수언론에서도 정권을 향한 비판과 경고의 목소리가 높아지기 시작했습니다. 잇따른 김건희 여사 관련 의혹 등 ‘영부인 리스크’도 커졌습니다. 윤 대통령은 취임 2주년에 즈음해 출입기자들과 만찬을 갖고 계란말이와 김치찌개 등을 제공하며 뜬금없이 언론인 해외연수를 대폭 늘리라고 지시했습니다. 그러나 임기 반환점을 앞둔 대통령을 향한 경고음은 이미 커질 대로 커진 뒤였습니다.

9월, 뉴스토마토 보도를 시작으로 이른바 ‘명태균 게이트’가 열렸습니다. 10월 31일 더불어민주당은 윤 대통령이 취임 전날 명씨와 공천 관련 통화한 육성을 공개했습니다. 1주일 뒤, 윤 대통령은 기자회견을 열고 허리 숙여 사과했지만, 김 여사 비호에만 급급하고 반말을 일삼아 비판 여론은 더 비등했습니다. 그런데도 대통령실 정무수석은 당시 기자회견에서 대통령의 사과가 두루뭉술하다고 지적한 기자에게 “무례하다”라고 발언, “지금이 왕정시대냐”라는 비난을 샀습니다. 당시 많은 언론이 민심과 동떨어진 대통령실의 현실 인식을 비판했는데, 이는 2주 뒤 느닷없는 대통령의 계엄 선포로까지 이어졌습니다.

대통령의 격노가 만들어낸 여러 파행은 분노한 민심과 헌법이 정한 절차에 따라 일단 멈춰선 상태입니다. 하지만 헌법재판소의 파면 결정까지는 많은 시간과 여러 절차가 남았고, 따라서 그 과정에서 언론이 해야 할 역할은 여전히 많습니다. 전국언론노동조합이 탄핵안 가결 다음날 성명에서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라고 한 이유입니다. 한국기자협회도 지난 14일 국회의 탄핵안 가결 직후 성명을 내어 “위정자들의 차후 행보를 두 눈 부릅뜨고 지켜볼 것”이라고 했습니다. 기자협회는 “언론자유와 민주주의 회복, 시민사회의 불안감 해소를 통한 일상회복을 위해 힘을 보탤 것”이라며 “위대한 시민과 함께하는 언론의 정도를 걷겠다”라는 다짐도 밝혔습니다.

헌법재판소가 다음 주 윤석열 대통령 탄핵 심판 심리를 시작합니다. 재판관 3명이 공석이지만 헌재는 일단 6명만으로 심리를 시작하기로 했습니다.

헌재는 어제(16일) 오전 재판관 회의를 열고 1차 변론준비기일을 이달 27일 오후 2시로 정했습니다. 본절차가 아닌 준비기일에는 당사자인 윤 대통령이 출석할 의무는 없습니다. 헌재는 윤 대통령 측에는 기일이 열리기 전 23일까지 답변서를 내라고 요청했습니다.

헌재는 진행하고 있는 여러 탄핵 심판 중 윤 대통령 사건을 가장 우선해 심리할 계획입니다. 빠른 심리를 위해 지금까지의 검찰과 경찰 수사 기록도 제출받을 예정입니다. 다만 2017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심판 때와 마찬가지로 변론 생중계는 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앞서 국회는 지난 14일 오후 5시 윤 대통령 탄핵안을 가결한 뒤 헌재에 의결서 정본을 보냈습니다. 심판 사건은 한 시간쯤 지난 오후 6시 15분 정식으로 접수됐습니다. 국회는 대통령실에도 의결서 사본을 전달했고, 이를 받은 윤 대통령은 오후 7시24분부터 직무가 정지됐습니다.

국회가 의결한 탄핵안은 A4용지 37쪽 분량으로 17개 헌법 조항 위반 사유가 적혔습니다. 내란 시도로 인한 헌법 1조 국민주권주의와 66조 헌법수호 의무 위반을 비롯해 21조 언론·출판의 자유, 44조 국회의원의 불체포 특권, 49조 국회의원 표결권, 74조 적법한 국군 통수 위반 등입니다.

헌법재판소법에 따라 헌재는 180일 안에 결론을 내야 합니다. 내년 6월 11일까지입니다. 2017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심판은 91일이 걸렸고, 2004년 노무현 전 대통령 때는 63일이 소요됐습니다. 문형배, 이미선 재판관이 내년 4월 18일 퇴임하기 때문에 공석이 생기기 전에는 결정을 내릴 가능성이 큽니다.

헌재는 재판관 6명만으로 심리를 시작합니다. 재판관 정원은 9명으로 두 달 전 3명이 퇴임한 상태입니다. 헌재법은 심리 진행에 7명이 필요하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이 10월 해당 조항에 가처분을 신청하면서 법 적용은 정지됐습니다. 이 위원장 자신의 탄핵 심판 진행을 위한 조치였지만 자신을 임명한 윤 대통령에게도 영향을 미치게 된 셈 입니다.

여야는 조만간 9인 체제를 복원합니다. 지난달 말 더불어민주당은 정계선 서울서부지방법원장과 마은혁 서울서부지법 부장판사를, 국민의힘은 조한창 변호사를 재판관으로 추천했습니다. 국회는 이달 안에 인사청문회를 할 것으로 보입니다. 임명은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이 합니다.

탄핵 결정에는 6명 이상이 찬성해야 합니다. 윤 대통령이 탄핵 되면 대선은 그로부터 60일 안에 시행됩니다. 여러 언론이 새 대통령 선거는 4월이나 5월쯤 이뤄질 것으로 내다봅니다. 윤 대통령은 수사기관의 출석 요청을 연이어 거부하고 있어 조만간 체포영장이 발부될 수도 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14일 노무현·박근혜 전 대통령에 이어 국회의 탄핵소추로 직무가 정지된 세 번째 대통령으로 기록됐습니다.

1987년 민주화 이후 8명의 대통령이 선출됐는데, 이 가운데 3명이 자신의 임기 도중 국회에 의해 멈춰 세워진 것입니다.

첫 탄핵소추 대상이었던 노 전 대통령을 기준으로 보면 지난 20년간 국민의 선택을 받은 대통령 5명 가운데 이명박(MB) 전 대통령과 문재인 전 대통령 등 2명을 제외하고 3명이 재임 중 탄핵 심판대에 오른 셈입니다.

노 전 대통령 탄핵소추안은 2004년 3월 9일 당시 한나라당과 새천년민주당에 의해 국회에 제출됐습니다.

탄핵 사유에는 노 전 대통령이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 의무를 명시한 공직선거법을 위반했다는 점이 포함됐습니다.

노 전 대통령은 2003년 9월 새천년민주당을 탈당했고, 이듬해 총선을 한 달여 앞둔 상황에서 신생 정당이자 '정신적' 여당으로 불린 열린우리당을 두고 "국민들이 압도적으로 지지를 해 주실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습니다.

이 발언을 계기로 촉발된 노 전 대통령 탄핵소추안은 2004년 3월 12일 국회에서 가결됐습니다.

당시 탄핵안 표결은 재적의원 271명 중 195명이 투표에 참여했고 찬성 193표, 반대 2표로 가결됐습니다. 열린우리당 의원 47명 전원은 투표에 불참했습니다.

그러나 헌법재판소는 같은 해 5월 14일 국회의 탄핵 심판 청구를 기각했습니다. 이로써 노 전 대통령은 국회 탄핵안이 가결된 지 63일 만에 직무에 복귀했습니다.

이른바 '국정 농단' 사태로 인한 박 전 대통령 탄핵안은 그로부터 12년이 지난 2016년 12월 8일 더불어민주당 등 당시 야(野) 3당이 국회에 제출했습니다. 탄핵안은 이튿날 본회의에서 가결됐습니다.

탄핵안 표결에는 재적의원 300명 가운데 299명이 참여해 찬성 234표, 반대 56표, 기권 2표, 무효 7표로 통과됐습니다.

여권에서는 비박(비박근혜)계 30여 명을 포함해 예상을 뛰어넘는 62명이 찬성표를 던졌습니다.

헌법재판소는 이듬해 12월 3월 박 전 대통령의 파면을 결정했습니다. 국회의 탄핵소추안 가결 91일 만이었습니다.

헌정사상 첫 현직 대통령 파면으로, 직무 정지 상태였던 박 전 대통령은 헌재 선고 직후 대통령직에서 내려왔습니다.

헌정사 세 번째로 탄핵 심판을 받게 된 윤 대통령은 직무가 정지되었는데 헌재가 최장 180일 내 탄핵 심판 선고를 내릴 때까지입니다.

그동안 한덕수 국무총리가 대통령 권한대행을 맡아 내치는 물론 외교와 안보를 총괄합니다. 헌재가 탄핵 심판 청구를 기각하면 윤 대통령은 즉시 직무에 복귀하고, 인용하면 대통령직에서 파면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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