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희생자들을 위로하는 정부 합동 추모식이 참사 21일만에 열렸습니다.

12·29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유가족협의회와 국토교통부, 전남도 등은 오늘(18일) 오전 전남 무안군 망운면 무안국제공항 2층 국제선 대합실에서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희생자 합동 추모식을 열었습니다.

'우리가 함께 기억할게요'를 주제로 열린 합동 추모식에는 유가족 900여명을 비롯해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우원식 국회의장, 국민의힘 권영세 비상대책위원장,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 등 내외빈과 정부 관계자 등 1200여명이 참석했습니다.

추모식은 희생자들의 넋을 달래는 진도씻김굿을 시작으로 국민의례, 희생자 애도 묵념, 헌화·분향, 내빈 추모사, 추모영상 상영, 편지낭독 순으로 진행됐습니다.

추모식에 참석한 유가족들은 황망한 사고로 세상을 떠난 가족들을 그리워하며 눈시울을 붉히고, 참아온 눈물을 터뜨렸습니다.

한 유족은 자식의 이름을 목놓아 외치며 "곧 뒤따라갈게"라며 오열했습니다.

아내와 딸을 잃은 한 가장은 편지를 낭독하면서 딸이 숨지기 전 꿈에 나온 내용을 소개하기도 했습니다.

그는 "딸이 참사에 휘말리기 전 꿈에 나와 송금을 했다. 딸에게 물어보니 '외로움 값'이라고 하더라"라며 "이제 외로움 값이 뭔지 알게 됐다"라고 말했습니다.

유족들은 숨진 가족들을 그리워하며 정부를 향해 참사 원인을 밝히는데 최선을 다해달라고 호소했습니다.

최 권한대행은 "정부는 유가족 여러분과 같은 마음으로 여러분이 아픔을 치유하고 일상으로 복귀할 수 있도록 가능한 모든 지원을 해 나가겠다"라며 "또 철저한 조사와 분석을 통해 사고 원인을 규명하고 필요한 개선책을 조속히 마련하는 데 총력을 다하겠다"라고 약속했습니다.

추모식을 마친 정부 관계자들과 유족들은 공항 활주로 참사 현장을 찾아 희생자들과 작별하는 시간을 갖습니다.

한편, 지난해 12월 29일 오전 9시 3분께 무안국제공항 활주로에서 태국 방콕발 제주항공 여객기가 동체만으로 착륙하려다 활주로 밖 로컬라이저 콘크리트 둔덕을 정면충돌하고 폭발했습니다. 이 사고로 탑승자 181명(승무원 6명·승객 175명) 중 179명이 숨졌습니다.

"아빠, 아빠 딸이에요."

제주항공 참사 20일 만인 오늘(18일) 무안국제공항에서 열린 희생자 합동 추모식에서 슬픈 외침이 울렸습니다.

희생자 김영준씨는 초등학생이었던 딸을 위해 바나나 우유를 매일 퇴근할 때마다 사 오는 아빠였습니다.

시간이 지나 딸이 좋아하는 서태지, 조성모 음반을 어렵사리 구해 선물로 사다 주기도 했습니다.

그렇게 작은 행복을 소중히 여기는 법을 알려준 아버지를 마지막으로 떠나보내며 딸은 울음을 삼켰습니다.

김씨의 딸 다혜 씨는 "아빠의 딸로 태어나서 정말 행복했습니다. 당신과 했던 모든 순간을 기억할게요"라며 마지막 인사를 전했습니다.

딸 가진 아버지의 마음이 그러하듯 희생자 윤석호씨도 서른이 넘은 딸에게 여전히 '공주'라고 부를 만큼 살가운 아빠였습니다.

그런 아버지를 참사로 영영 떠나보낸 딸은 나지막이 아빠를 부르며 편지를 읽기 시작했습니다.

윤씨의 딸 나리 씨는 "지난 2주가 꿈처럼 지나간 것 같아요. 지금도 아빠라고 불러주면 대답해주실 것 같은데 이제 어디에서도 아빠 목소리를 들을 수 없네요"라며 눈물을 감추지 못했습니다.

이어 "사람들이 아빠 사진이 다 멋지대요. 떠나는 그날까지 제일 멋진 아빠였어요. 사랑해요"라고 마지막 편지를 전했습니다.

참사로 아내와 딸을 잃은 김성철씨도 눈물 젖은 편지를 힘겹게 읽었습니다.

김씨는 여객기 충돌 직전 아내가 딸을 품에 안고 간 덕분에 상처 하나 없이 온전한 모습으로 발견된 딸을 볼 수 있었습니다.

이후 꿈에서 만난 딸은 김씨에게 돈을 보내며 "그동안 타지에서 외롭게 보낸 외로움 값이야"라며 마지막 인사를 건넸다고 합니다.

김씨는 "이 외로움 값을 사회복지사였던 아내와 딸의 마음으로 남은 자들과 함께 봉사하면서 갚아가려고 한다"라며 "둘이 꼭 손잡고 하늘나라에서도 떨어지지 말고 지내다가 아빠가 갈 때 꼭 같이 와줘"라고 눈물로 편지를 마무리했습니다.

"아빠와 하늘나라에서 함께 잘 지내야 해!"

집중호우로 주택이 토사에 매몰돼 남편과 큰 딸을 잃은 A씨가 경북 영주 한 납골당에서 두 납골함을 어루만지면서 이같이 말했습니다.

납골당에 안장을 마친 A씨는 뉴스1과의 인터뷰에서 "몇 년전 산에 나물을 캐러 갈 때 농경지를 지났는데 잘린 나무를 적지 않게 봤다"라면서 "한평생 이 동네에 살면서 비가 많이 내려 토사가 흘러내린 적은 처음이다"라고 말했습니다.

유족들은 "몇 년전 산 아래 농경지 등지에서 벌목이 많이 이뤄졌다"라면서 "나무가 없는 농경지가 산에 흘러내린 토사를 제대로 완충해주지 않아 이같은 사고가 난 것"이라고 입을 모았습니다.

지난 15일 오전 7시 30분쯤 경북 영주시 풍기읍 삼가리에서 산과 농경지에서 흘러내린 토사가 주택 2동을 덮쳐 부녀(父女)가 세상을 황망하게 떠났습니다.

같은날 오전 7시쯤 A씨의 남편 B씨(67)가 집 밖에서 밀려드는 토사를 보고 집 안에 있던 딸 C씨(25)를 구하러 달려갔습니다.

계속해서 밀려든 토사가 A씨 집 앞에 쌓이면서 C씨가 쉽게 문을 열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B씨는 C씨를 구하러 집으로 갔지만 순식간에 다량의 토사가 집을 덮치면서 화를 피하지 못했습니다.

유족은 "B씨는 몸이 불편했고 C씨는 지적장애가 있었다"라면서 "B씨는 불편한 몸을 이끌고 딸을 구하러 갔는데 그렇게 세상을 떠났다"라고 답답한 마음을 전했습니다.

이어 "경제적으로 팍팍한 형편이었지만 주민들에게 인심이 좋다고 자주 들었던 B씨는 황망하게, C씨는 꽃도 제대로 못 펴보고 세상을 떠났다"라면서 "사고 원인을 철저히 규명해 달라"라고 호소했습니다.

오늘(17일) 오전 8시 40분쯤 발인을 마친 A씨는 경북 울진에 있는 화장터로 향하기 전에 B씨와 C씨가 태어나고 자란 집에 들렸습니다.

영정사진 뒤를 따라가는 A씨는 앙상한 몸을 가누지 못해 지인의 부축을 받으며 걸어갔습니다. A씨는 눈물을 흘리며 처참하게 부서진 집을 보면서 눈물을 흘렸습니다.

삼가리 마을 주민들은 "참 좋은 이웃을 잃었다"라면서 "남아있는 사람들은 마을을 덮친 토사를 치운다고 고생하고 있다. 젊은 사람들이 더 와서 도와줬으면 좋겠다"라고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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