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알권리 위한 취재·제작·보도… 제작 자율성 침해하는 사측 시도 단호히 거부"
KBS기자협회, 내부 노동조합 등 자사 보도에 자성·비판… 책임자 사퇴 요구 봇물

KBS 다수 노동조합인 전국언론노동조합 KBS 본부가 “무너진 공영방송 KBS가 다시 국민의 신뢰를 되찾아 국민의 방송이 되기 위해” 보도방송투쟁에 나선다고 밝혔습니다.

KBS 본부 쟁의대책위원장은 어제(4일) 박상현 위원장 명의로 <보도방송투쟁 지침1호>를 공지하며 이같이 밝혔습니다.

이들은 지침에서 “모든 조합원은 언론 노동자의 상식과 양심에 근거해 국민의 알권리를 충족하기 위한 취재, 제작, 보도, 방송에 나선다”라며 “모든 조합원은 KBS 방송편성규약에 따라 실무자의 제작 자율성을 침해하는 사측의 시도를 단호히 거부한다”라고 밝혔습니다.

또한 “현업에서 제작 자율성 침해가 발생하면 조합원은 즉각 조합 상황실에 신고”하고 “조합은 각 부문별 편성위원회와 전체 편성위원회를 통해 제작 자율성 침해 행위에 적극 대응한다”라는 방침입니다.

아울러 KBS 본부 쟁의대책위는 오는 10일 0시~24시 야간 당직자, 교대근무 및 시차근무자, 조기출근자 등 예외 없는 2차 하루 총파업을 예고했습니다. 사측의 부당 인사 조치나 업무 재배치 시 책임자를 부당노동행위로 고발하는 등 “강력 대응”한다는 입장입니다. 이들은 지난 10월 23일 하루 '단체협약 쟁취와 무능경영 심판' 및 박장범 KBS 사장 후보자에 대한 위법적 선임 반대 등을 내건 1차 총파업을 진행했습니다.

이들은 “이제 윤석열은 대통령이 아닌 내란수괴이며 헌정질서를 무너뜨린 범죄자”라면서 “내란수괴의 임명으로 KBS에 들어올 박장범은 임명동의제 도입, 공정방송위원회 정상화를 추진할 단체협약에 대한 어떠한 의지도 밝히지 않고 있다”라고 했습니다.

KBS 내부에선 자사 보도가 권력을 견제하지 못하고 있다는 자성과 비판이 잇따르고 있습니다. 같은 날 KBS 기자협회는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이후 특보 시청률이 타 지상파 및 종편에 뒤졌고, 어제(4일) 메인 뉴스는 “평상시와 똑같은 1시간 편성”에 “궁금증을 제대로 풀어낼 만한 아이템이 잘 보이지 않는다”라면서 보도 책임자 사퇴를 요구했습니다.

KBS 같이(가치)노조 또한 비상계엄 사태 관련 “KBS 구성원들은 혹시 모를 계엄군의 회사 진입을 걱정하며 밤잠을 이루지 못했다. 그러면서 현장에서 지난 1년 정권 편들기 보도에 대한 시청자의 비판까지 감내해야 했다”라고 지적한 뒤 “지금 수뇌부는 이미 윤석열 정부 실정의 공범”이라며 결단을 촉구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 영국 국빈방문 환영식 보도, 지상파·종편 중 가장 긴 시간 할애한 KBS

영국을 국빈으로 방문한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공식 환영행사가 주요 방송사를 통해 전해진 가운데, KBS가 가장 많은 시간을 할애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상당한 시간을 들인 보도의 내용은 윤 대통령이 얼마나 환대를 받고 있는지 설명하는 데 집중됐습니다.

찰스 3세 국왕의 초청으로 영국 국빈방문 중인 윤 대통령은 영국 현지시각으로 21일 호스가즈(Horse Guards) 광장에서 진행된 공식 환영식에 참석했습니다. 역대 한국 대통령의 영국 국빈 방문은 2004년 고 노무현 전 대통령, 2013년 박근혜 전 대통령에 이어 세 번째입니다.

이날 지상파와 종편 등 주요 방송사들은 저녁 시간대 메인 뉴스 프로그램에서 리포트 등을 통해 윤 대통령의 환영식 참석과 양국 관계가 격상될 것이라는 해석을 전했습니다. 관련 보도에는 22일 윤 대통령이 한영 정상회담에서 양국 관계를 '글로벌 전략적 동반자 관계'로 격상시키고, 미래 협력을 위한 '다우닝가 합의'(Downing Street Accord)를 채택할 것이라는 성과 전망 등이 주로 포함됐습니다.

이는 SBS '8 뉴스' <윤 대통령 곧 버킹엄궁 환영식에 참석…한영 관계 '격상'>, MBC '뉴스데스크' <잠시 뒤 공식 환영식... 한영관계 “글로벌 전략동반자로 격상”>, MBN '뉴스 7' <한영 '다우닝가 합의' 맺는다…전략적 동반자 관계로 격상> 등 짤막한 리포트를 통해 소개됐습니다.

채널A '뉴스 A'의 경우 <영국 국빈 환영식…원전 MOU 8건 체결> 리포트에서 이번 순방 기간 양국이 원전 관련 8건의 양해각서를 체결하고 영국의 신규 원전 사업을 추진할 거라 전망했습니다. TV조선 '뉴스 9' <尹, 英 찰스국왕 첫 국빈환영식 참석…22일 의회서 영어 연설> 리포트는 윤 대통령의 영국 의회 영어 연설에 방점을 뒀습니다.

최근 전국민적 혼란을 부른 '행정전산망 마비 사태' 원인이 규명되지 않은 가운데 윤 대통령 국빈방문에 동행한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을 질책한 보도들도 있었습니다.

MBC '뉴스데스크'는 “'긴장을 유지하겠다'라던 이 장관은 오늘 영국으로 출국했다”라며 “장비의 오류 원인은 사태 발생 닷새째인 오늘까지도 미궁에 빠져 있다”라고 지적했습니다. JTBC '뉴스룸'도 “전문가들은 오류가 났던 네트워크 장비를 교체한 건 땜질 처방일 뿐이고 소프트웨어 전반을 다시 들여다 봐야 한다고 말한다”라며 “디지털 재난은 현재 진행형인데 성과는 홍보하는 상황. 답답한 건 항상 국민”이라고 꼬집었습니다. SBS '8 뉴스'의 경우 “모레(23일) 예정된 국회 행안위 현안 질의에는 고기동 차관이 참석하기로 했다”라며 “민주당은 무책임한 출국이라며 이 장관을 비판했다”라고 전했습니다.

◆ 뉴스 시간 10분의 1가량, 윤 대통령이 받는 의전 설명에 할애 ◆

KBS1 '뉴스 9'의 경우 <윤 대통령, 영국 국빈방문… '다우닝가 합의' 채택키로> 리포트에서 윤 대통령의 국빈 방문 성과를 전망한 뒤, 앵커와 기자 대담을 통해 윤 대통령이 받는 '의전' 설명에 집중했습니다.

박장범 KBS1 '뉴스 9' 앵커가 “국제사회에서 가장 화려한 의전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라고 소개하면서 시작된 대담은 공식 환영식 영상을 5분여간 보여주면서 윤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 등이 어떤 의전을 받고 있는지 설명하는 내용이 주를 이뤘습니다. 취재기자의 현장 설명이 이어지는 가운데 박 앵커가 “제가 런던 특파원 할 때 박근혜 전 대통령이 국빈 방문했던 당시 상황이 또 떠오르기도 한다”라는 설명을 덧붙이기도 했습니다.

50분 가량의 전체 메인뉴스에서 5분 35초는 상당히 긴 시간입니다. YTN이나 연합뉴스 TV 등 하루 종일 뉴스 프로그램을 방영하는 보도전문채널이 아닌 경우, 메인 뉴스 프로그램에서 홍보성으로 비칠 수 있는 현장 설명에 오랜 시간을 할애하는 경우는 이례적입니다.

앞서 말했듯이 과거 KBS가 두 명의 전직 대통령의 영국 국빈방문을 보도했을 때와도 대비됩니다. 19년 전 2004년 12월 2일, 고 노무현 대통령의 영국 국빈방문 당시 KBS1 '뉴스 9'는 7~8번째 순서로 배치한 각 1분 40초 안팎의 리포트로 홍기섭 앵커가 관련 소식을 전했습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영국 국빈방문이 있었던 10년 전 2013년 11월 5일, 15번째 순서로 현 '뉴스 9' 앵커인 박장범 런던 특파원의 현장 중계가 이뤄졌습니다. 박 앵커는 당시에도 “국제 외교무대에서 최상급 의전으로 꼽히는 여왕 초청 국빈 방문은 화려함과 전통, 격식을 잘 보여주고 있다”라면서 의전의 화려함을 부각했으나, 총 중계 시간은 2분 58초로 3분에 미치지 못했습니다.

대통령 행보에 대해 다각도의 해설이나 분석 없이 동정에 주력하는 보도는 최근 박민 사장 취임 이후 KBS 뉴스를 향해 제기되는 '땡윤뉴스' 지적을 높일 우려가 큽니다. 박 사장은 앞선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KBS가 “정파성을 노골적으로 드러내는 방송을 해왔다”라고 주장하면서, 일부 시사 프로그램 진행자가 여권에 비판적이라고 문제 삼는 여당 국회의원에게 “조치하겠다”라고 밝힌 바 있습니다. 박 사장 취임과 동시에 앵커 등이 교체된 KBS1 '뉴스 9'가 사회적 현안보다 윤 대통령 동정 보도를 앞세운다는 지적이 쌓이면서, KBS 뉴스의 정파성이 되레 강화되고 있다는 취지의 비판도 일고 있습니다.

KBS 교섭대표노조인 전국언론노동조합 KBS 본부는 21일 성명에서 “최근 KBS 보도는 어느 때보다 많은 조롱을 받고 있다. 매일 톱 뉴스가 얼마나 이상했는지 입방아에 오를 지경이다. 보도국에서 오늘도 땀을 흐리며 묵묵히 일하고 있는 기자들은 무슨 잘못으로 그런 조롱을 당해야 하는가?”라며 “지난 일주일치 뉴스만 봐도 낙하산 박민 사장과 보도본부 수뇌부들은 KBS 보도에 대해 편파성, 정파성 운운할 자격이 없는 사람들”이라고 주장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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