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 1958년 일본 닛신(日淸)식품의 창업주 안도 모모후쿠(安藤百福)가 세계 최초로 개발한 인스턴트 라면이 한국으로 건너와 1963년 9월 첫선을 보였습니다. 1961년 삼양식품을 창립한 전중윤 초대회장이 일본 묘조(明星)식품으로부터 제조법을 건네받아 만든 삼양라면이었습니다. 첫 출시 가격은 10원이었습니다. 졸업식 같은 특별한 날에 먹던 짜장면 한 그릇이 20원이었으니 비싼 음식에 속했습니다. 느끼한 닭고기 국물 맛이 나서 인기도 없었습니다. 지금의 맵고 짭짤한 한국식 라면으로 재탄생시킨 사람은 박정희 전 대통령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청와대에서 삼양라면을 맛본 박 전 대통령이 "고춧가루를 더 넣어야 우리 입맛에 맞겠다"라고 조언하자 전중윤 회장이 양념 수프에 매운맛을 첨가한 것이 K-라면의 효시였다는 것입니다.

★ 2. 안도 회장이 1971년 세계 최초로 컵라면을 내놓은 지 1년 만에 삼양은 국내 최초로 컵라면을 시판했습니다. '끓이지 않고 3분이면 OK!'라는 광고 문구를 내걸었지만 봉지라면보다 3배가량 비싼 가격 탓에 관심을 끌지 못하고 단종됐습니다. 라면은 삼양이 들여왔지만, 국내 시장을 제패한 것은 후발주자인 농심이었습니다. 농심은 컵라면의 대명사가 된 사발면과 오동통한 면발에 완도산 다시마를 넣은 '너구리'에 이어 '안성탕면', '짜파게티', '신라면'이 줄줄이 대박을 터트리며 단숨에 시장 지배자로 올라섰습니다. 1986년 서울 아시안게임에 맞춰 출시된 신라면은 특유의 맵고 개운한 뒷맛으로 한국인의 입맛을 사로잡으면서 지금까지 '국민 라면'의 타이틀을 내주지 않고 있습니다.

★ 3. 한국 라면이 히트하면 외국 업체들이 '짝퉁'을 만들어 판매할 정도로 K-라면의 인기가 치솟고 있습니다. 올해 라면 수출액이 지난달 10억달러를 돌파했습니다. 10개월 만에 작년 한 해 수출액(9억 5천 200만달러)을 넘어선 것입니다. K-라면의 인기몰이는 한국 가요와 드라마, 한식 등 K-컬처 확산의 시너지 효과라 하지만, 무한경쟁 속에서 살아남으려는 국내 업체들의 혁신 노력에 힘입은 바 큽니다. 1989년 라면에 미국산 공업용 소기름을 넣었다는 '우지파동'으로 생사 기로에 섰던 삼양이 대표적 사례입니다. 대법원에서 무죄 판결을 받고도 바닥으로 떨어졌던 삼양은 2012년 출시한 '불닭볶음면'이 자극적이면서도 독특한 감칠맛으로 세계 시장을 강타하면서 제2의 전성기를 맞고 있습니다.

★ 4. 박정희 전 대통령의 고향 구미에서 열린 '구미라면축제'가 궂은 날씨 속에서도 전국에서 관광객이 몰려 북새통을 이뤘다는 소식입니다. 지난 1~3일 행사 기간에 지난해보다 4만명이나 많은 12만명이 구미를 찾았는데, 라면 한 그릇 먹으려고 2시간 넘게 줄을 설 정도였다고 합니다. 구미역 앞 475m 도로에 펼쳐진 '세상에서 가장 긴 라면 레스토랑'에는 라면 판매 부스 외에 나만의 라면을 만들 수 있는 '라면공작소'와 팝업스토어, 무인 로봇 푸드트럭 등 각양각색의 K-라면을 체험할 수 있는 다양한 공간이 조성됐습니다. 세계 최악의 저출산과 수도권 집중화로 생존 위기에 내몰린 지방 상권이 되살아나고 글로벌 축제로 도약하는 계기가 됐으면 합니다. 이참에 K-라면의 영어 표기인 'Ramyeon'도 혀끝이 윗니 뒷부분에 닿는 우리 발음에 맞게 'Lamyun'으로 바꾸자는 의견도 검토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지구촌 전역에서 ‘한국 라면’이 팔팔 끓고 있습니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지난 1월~7월 농식품 수출액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9.2% 증가한 56억 7000만 달러(약 7조 7736억원)에 육박했는데 이 중 가장 많이 수출된 품목은 ‘라면’입니다. 7월말 기준 라면 수출액은 작년 동기보다 34% 증가한 7억 달러(약 9597억 원)로 역대 최대를 경신했습니다.

K-Pop과 K-Drama 등의 인기에 힘입은 측면도 있지만, ‘한국 라면’의 인기몰이는 ‘맛과 영양’ 면에서 한끼 식사로도 충분하다고 세계인들에게 인식될 만큼 ‘특화된 상품성’를 거머쥔 것이 주된 요인입니다. K-Food만의 강점을 살린 상품성 고도화와 유통 채널 강화가 주효했다는 평가입니다.

이같은 성공의 배경에는 당연히 ‘제품 차별화’를 위한 지속적인 투자가 있습니다. 소비자가 원하는 상품 개발은 기본이고 제품에 ‘개성까지 더한 것’이 전세셰에 ‘한국 라면 덕후’ 수요를 만드는 비결입니다.

예컨데 오뚜기의 성공에는부드러운 면발과 진한 국물 맛을 지닌 ‘진라면’이 일등공신입니다.

오뚜기는 지난 1987년 라면 시장에 뛰어든 이후 매년 수출량을 늘려왔습니다. 진라면 외에 스낵면(1991년), 참깨라면(1994년), 열라면(1996년), 컵누들(2004년), 진짬뽕(2015년), 진짜쫄면(2018년), 진비빔면(2020년), 짜슐랭(2022년), 마슐랭(2024년) 등 다양한 제품들로 ‘팬덤층’을 확보해왔습니다.

최근엔 해외 소비자가 더 쉽게 발음할 수 있도록 영문 표기를 기존 ‘OTTOGI’에서 ‘OTOKI’로 변경할 만큼 글로벌 시장 개척에 적극적인 행보입니다.

이 같은 공들임으로 오뚜기는 미국, 중국 등 전 세계 65개국에 라면을 수출 중이며, 올해 전 세계 70개국으로 공급 마켓을 늘릴 계획입니다.

특히 라면 소비량이 한국보다 많은 베트남 시장 에서 현지인 입맛을 살핀 이색 라면을 내놓고 주목받고 있습니다. 한국과 베트남의 입맛을 조화시킨 상품으로, 베트남 MZ세대에게 가장 많이 알려진 한국어 ‘오빠’를 제품 이름에 사용한 ‘오빠라면’입니다.

‘양파’의 일종인 ‘샬롯’을 곁들인 해물볶음면 맛, 돼지갈비 짜장라면 등 현지인 입맛에 맞는 라면으로 나온 것이 주효해 ‘히트상품’으로 자리매김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노력으로 오뚜기는 2018년 베트남 하노이에 박닌공장을 준공한데 이어 같은 해 6월부터 진라면, 열라면, 북경짜장 등 다양한 라면을 생산하고 있습니다.

오뚜기 관계자는 “K-라면을 오뚜기가 리드해오고 있다”라며 “진라면 등에 대한 글로벌 수요도 날로 높아지고 있어, 현지화 전락에 맞는 다양한 제품 개발을 위해 더 노력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농심’은 지속적인 투자를 통해 일찍부터 국내외 라면 시장에서 독보적인 전문성을 지닌 ‘K-라면’의 대표 주자입니다.

오는 10월엔 미국 제2공장에 용기면 고속라인을 추가해 현지 ‘용기면’ 수요에도 대응하고, 유럽 등지에선 유통 부문 경쟁력 강화에 나섭니다.

일례로 농심이 입점한 르끌레르와 까르푸는 프랑스 유통점유율 4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유통강자로, 프랑스 소비자 접점 확대를 위한 마케팅을 이어갈 요량입니다. 예컨대 지난 7월 말에는 프랑스 내 스포츠 주요 행사장 내 까르푸 매장에 팝업스토어를 운영해 신라면 체험 기회를 확대했습니다.

농심 국제사업부문장 이용재 전무는 “프랑스 파리에 모이는 전 세계 관광객들과 현지인들을 대상으로 한국 대표라면 신라면을 체험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했다”라며 “앞으로도 현지 소비자 접점을 넓히는 다양한 마케팅으로 유럽시장 기반을 다져나갈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러한 해외 시작 개척을 이어온 농심은 올 하반기 내로 독일 Lidl(리들), 덴마크 Salling group(샐링 그룹) 등 현지 대형 유통업체에도 신라면 등 주요제품 입점을 확대합니다.

특히 프랑스 까르푸 본사 임직원 약 4000여명을 대상으로 점심시간에 ‘K-한강라면’을 테마로 신라면, 너구리, 짜파게티 등 주요 제품 시식행사를 개최하는 등 까르푸가 진출한 동·남유럽 6개국 시장진출 확대 기반을 마련할 계획입니다. 모든 것이 ‘현지화’ 전문성을 높이려는 노력들입니다.

농심이 최근 해외에서 거둔 노력과 성과는 올해로 가동 2년을 맞은 ‘미국 제2공장’에서 엿볼 수 있습니다.

미국 제2공장은 지난 2년간 농심 해외매출의 중심축으로 활약하며, 현지에서 대표 제품인 신라면 매출 확대는 물론 다양한 제품이 시장에서 돋보일 수 있도록 충분한 생산능력을 뒷받침했습니다.

실제 미국 제2공장은 농심 미주지역 성장의 견인차 역할을 톡톡히 했습니다.

제2공장 가동 첫 해인 2022년 미주지역(미국+캐나다) 매출은 4억 9000만 달러로 1년만에 약 24% 증가했고, 2023년은 5억 3800만 달러로 전년 대비 약 10% 증가했습니다. 공장 가동 2년만에 매출이 36% 이상 증가하는 뛰어난 성과를 거둔 것입니다.

또한 미국 코스트코에 NPB로 2020년 입점했던 농심 ‘돈코츠라면’은 제2공장 공급량 확대를 무기로 적극적인 마케팅을 전개, 2023년 매출이 전년대비 20% 성장하며 신라면에 이어 미국시장 넘버 2 제품으로 발돋움했습니다. 이밖에 육개장사발면, 김치사발면, 생생우동 등이 시장에서 새롭게 주목받으며 매출 외형 확대에 기여했습니다.

이 덕에 미국 법인의 2023년 신라면 매출은 전년대비 19% 성장했습니다. 제2공장 가동에 맞춰 신라면 골드 큰사발, 신라면 볶음면 등 라인업을 확대하고, 원활한 제품 공급으로 시장 수요에 대응하며 대표 브랜드 위상을 다져오고 있습니다.

농심 미국법인은 히스패닉 시장 공략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습니다. 한국인처럼 매운맛에 익숙한 히스패닉 소비자들은 인구와 구매력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어 반드시 잡아야 할 소비군으로 꼽힙니다.

이에 농심은 올 2월부터 매달 ‘Sabor Y Elegancia’라는 제목의 매거진을 발간해 히스패닉 소비자가 주로 찾는 마트에 배포하고 있습니다. K-Food 트렌드, 농심 제품을 활용한 레시피 등을 담아 한식 문화를 알리기 위해서입니다. 또한 올해 멕시코에 지점을 설치하는 등 미국내 히스패닉과 멕시코 라틴계 시장을 모두 잡기 위해 속도를 높일 계획입니다.

풀무원식품(이하 풀무원)은 ‘맛의 전문성’을 가장 독특하게 풀어나가며 해외 시장 루트를 늘려 나가고 있다는 평가를 얻고 있습니다.

특히 서울시와 공동개발한 ‘서울라면’은 풀무원의 건면 노하우와 차별화된 로스팅 공법으로 만들어, 출시 4일만에 초도물량 5300봉 전량 소진시키며 ‘바른먹거리 라면’으로 인지도를 높이고 있습니다.

서울라면은 ‘건강하고 매력적인 서울 사람들이 먹는 라면’이라는 콘셉트 아래 ‘로스팅 서울라면’과 ‘로스팅 서울짜장’ 2종으로 선보였습니다.

국내 건면 시장을 개척하며 쌓아 온 풀무원의 건면 노하우와 차별화된 로스팅 공법 등이 반영됐습니다. 튀기지 않은 건면을 사용, 칼로리(각 360kcal)에 대한 부담이 적고, 로스팅 공정으로 재료 본연의 풍미가 가득한 분말스프가 특징입니다.

올 1월, 서울 라이프 팝업스토어를 통해 처음 공개된 ‘서울라면’은 출시 이후 4일간 초도 물량 5300봉이 전량 판매됐습니다. 2월부터는 전국 온라인∙오프라인 채널로 확대해 선보이며, 출시 5개월 만에 ‘100만봉’ 판매를 돌파했습니다. 풀무원 답게 ‘몸에 좋은 건면’으로 승부한 것이 차별화를 이룬 것입니다.

K-Food가 전 세계적 주목을 받는 가운데 풀무원은 ‘서울라면’으로 국내 최초 K-Food & Safety(이하 KFS) 인증도 획득했습니다. KFS 인증은 한국에서 생산된 안전한 식품임을 한국 공공기관이 공식적으로 보증하는 것으로 ‘식품안전국가인증(Korean Food Safety)’과 ‘자국생산증명(Korean Production)’ 등 2개 인증을 모두 받아야 획득할 수 있습니다.

풀무원 관계자는 “K-Food에 대한 인기가 높아지는 가운데 서울시의 긍정적인 이미지를 만들어 나가는데 힘을 보태기 위한 풀무원의 건면 제조 노하우와 서울시의 브랜딩이 어우러진 ‘서울라면’을 기획하게 됐다”라며 “‘서울라면’에 이어 다양한 전문화 제품을 제작해 국내외에서 성과를 이어 나가겠다”라고 말했습니다.

‘K-라면’이 유럽과 미국에 이어 중남미 시장을 공략합니다. 전문인력을 늘리고, 조직을 강화해 현지 판매를 늘리겠다는 방안입니다.

오늘(15일) 식품업계에 따르면 농심은 연내 멕시코에 지점을 설치하고, 중남미 시장을 집중적으로 공략할 계획입니다. 멕시코 지점은 미국 법인인 ‘농심 아메리카’에 소속됩니다. 해외법인이나 사무소보다 하위 개념입니다. 농심 관계자는 “북미에서 라틴계 인구가 급증하는 가운데 소득 상승으로 구매력이 커지고 있다”라면서 “미국 히스패닉과 멕시코 본토의 라틴계 시장을 공략할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농심은 신라면을 앞세워 현지화 제품을 개발하고 있습니다. 지난 2022년에는 농심아메리카 내 멕시코 전담 영업조직을 신설하고, 시장 점유율을 확대하고 있습니다. 대(對)멕시코 제품은 2022년부터 가동 중인 미국 제2공장에서 생산합니다. 농심은 연재 제2공장 생산라인을 증설해 생산량을 늘릴 예정입니다.

‘불닭볶음면’으로 수출 물량이 급증하는 삼양식품도 중남미 시장 진출을 본격화합니다. 삼양식품은 2021년 설립한 미국 법인 ‘삼양 아메리카’를 통해 중남미 지역을 공략한다는 구상입니다. 올해 미국과 함께 중남미를 관리할 인력을 확보하기 위해 미국 법인 채용 규모도 늘립니다.

삼양식품 관계자는 “중남미 지역으로 시장 확대가 예상된다”라며 “현재도 멕시코 내 대형 유통채널과 편의점 등 주요 판매처에 입점해 불닭볶음면 제품을 판매 중”이라고 말했습니다. 삼양식품은 내년 상반기에 수출 제품 생산을 전담하는 밀양2공장을 준공합니다. 밀양2공장을 가동하면 수출 생산능력은 기존 대비 약 40% 증가합니다.

멕시코 인구는 1억 3000만명에 달합니다. 연간 라면시장 규모는 10억달러로 추정됩니다. 고추 소비량이 많고 국민 대다수가 매운맛을 좋아해 한국 라면도 인기입니다. 식품업계 한 관계자는 “SNS(사회관계망서비스)에 매운맛 라면 챌린지가 인기를 끌면서 입소문이 퍼졌고, 현지 소비자의 입맛에 맞춘 다양한 신제품을 출시하면서 판매도 순항 중”이라며 “앞으로 멕시코를 비롯한 중남미 시장에서 한국 라면 수요는 더 증가할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한편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올해 1~5월 멕시코 등 중남미 지역의 라면 수출액은 1058만달러로 전년 동기(573만달러)보다 84.7% 급증했습니다. 이는 같은 기간 중국(27.7%), 미국(71.4%), 유럽연합(EU)과 영국(36.2%)의 증가율보다 높은 수준입니다.

어제(4일) 서울 중구 명동 소재 호텔 1층에 있는 농심 ‘너구리의 라면가게’입니다. 체험형 매장으로 된 내부 공간엔 농심 라면 제품 수십 개가 진열대에 가득 채워져 있었습니다. 원하는 라면과 토핑을 고른 외국인들은 즉석 라면 조리 체험 코너로 가 직원들의 조리 모습을 지켜봤습니다. 외국인 중 일부는 이 모습이 신기하듯 영상으로 촬영하고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공유했습니다. 이날 만난 대만 국적 가족들은 “매운맛이 좋아 평소 신라면을 즐겨 먹었는데, 이곳에선 대만에선 맛볼 수 없는 ‘김치 짜구리’ 등 한국 라면을 맛볼 수 있어서 좋았다”라고 말했습니다.

★ 올 2분기에도 삼양이 앞서나…농심, 본격 ‘외국인 겨냥’ ★

K-라면에 대한 외국인들의 관심이 높아지자 라면 업계의 경쟁이 치열해졌습니다. 외국인들을 겨냥한 체험 매장을 오픈하는가 하면, 라면 수출량을 늘리는 등 방법도 각양각색입니다. 올해 1분기 삼양식품에 ‘라면 대장주’ 자리를 내어준 농심은 적극적으로 외국인 소비자 접점을 확대하는 전략을 택했습니다. 수익성을 회복하고 해외 시장에서의 라면 입지를 공고히 할 전략 마련에 분주한 모습입니다. 그 일환으로 외국인 관광객들이 대거 모인 명동 한복판에 체험형 공간을 마련한 것으로 해석됩니다.

이날 업계에 따르면 올해 2분기에도 삼양식품과 농심의 희비가 엇갈릴 것이라는 전망이 나옵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삼양식품의 2분기 예상 연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34.64% 증가한 3842억원, 영업이익은 74.3% 늘어난 768억원입니다. 반면 농심은 수익성에서 다소 주춤한 모습을 보였습니다. 농심의 올해 2분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4.9% 늘어난 8785억원, 영업이익은 3.67% 감소한 517억원으로 추정됐습니다. 높은 원가 부담이 이어진 결과 전년 대비 영업이익이 쪼그라들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렇다 보니 농심은 실제 한국을 찾는 외국인 관광객과의 접점을 확대하고 나섰습니다. 회사 측은 “명동에만 4개 호텔을 운영해 외국인 관광객에게 인지도가 높은 호텔 체인 스카이파크 그룹과 협업했다”라며 “K라면 본고장의 맛을 간편하게 즐기고 체험할 수 있게 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체험형 공간의 위치는 지하철 명동역과 공항버스, 시티투어버스 정류장과 가까운 곳에 마련해 접근성을 높였습니다. 실제 오픈 첫날부터 효과가 있었다는 설명. 회사에 따르면 전날 너구리의 라면가게에 400여명이 찾았는데 그중 외국인 비율만 80%에 달했습니다.

앞으로 농심은 신라면 볶음밥, 짜파구리 등 자신의 입맛대로 조합하며 즐기는 ‘모디슈머’ 소비자를 겨냥할 메뉴를 호텔 조식 및 룸서비스에 반영하는 등 스카이파크와의 협업 마케팅을 이어간다는 계획입니다.

또 K-라면 수출 비중이 높아짐에 따라 물량을 늘리기 위한 시설 투자도 이어갈 것으로 보입니다. 삼양식품의 경우에도 지난해 인도네시아에 4번째 해외 법인을 설립하고 동남아 진출에 속도를 내고 있습니다. 관세청 수출입무역통계에 따르면 올해 2분기 라면 수출액이 석 달 연속 1억달러를 돌파했습니다. 지난 4월 1억 853만달러를 기록하며 처음으로 1억달러를 넘어선 뒤 5월 1억 736만달러, 지난달 1억 405만달러(잠정치)를 수출해 석 달간 3억 1994만달러어치가 팔렸습니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34.3% 증가한 수치입니다.

K-라면의 해외 인기가 날로 치솟으면서, 국내 라면업계 판도도 들썩이고 있습니다. 1분기에 이어 2분기에도 해외 사업 실적에 따라 실적 희비가 엇갈릴 전망입니다.

오늘(5일)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K-Food 중 가장 많이 수출된 품목은 라면입니다. 상반기 라면 수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32.3% 증가한 5억 9000만 달러(약 8000억원)로 집계됐습니다. 매달 1억 달러어치의 라면이 수출된 셈입니다. 최대 수출국인 중국과 미국은 온라인 채널이나 대형마트 입점 확대로 지난달 말 누적 수출액이 각각 1억 달러를 돌파했습니다. 유럽 수출액도 꾸준히 늘어 상반기 기준 최초로 1억 달러를 넘겼습니다.

라면 수출액은 지난 2015년부터 지난해까지 9년 연속 역대 최대 기록을 갈아치우고 있습니다. 지난해 라면 수출액은 9억 5240만 달러입니다. 업계에서는 올해 추세를 이어간다면 10억 달러를 넘어 11억 달러를 웃돌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합니다.

라면이 수출 효자상품으로 급부상하며 시장에도 지각변동이 일어날 조짐이 보입니다. 그간 국내 라면 시장은 이미 고착화된지 오래란 평가가 지배적이었습니다. 부동의 1위 농심이 수십년간 1위를 지키고 있는 가운데, 그 뒤를 오뚜기와 삼양식품이 따르는 구도가 계속됐습니다. 하지만 최근 라면 전장(戰場)이 국내를 넘어 해외까지 넓어지며, 글로벌 사업 성과에 따라 실적 성적표가 달라지는 양상입니다.

수출 성과로 시장을 흔들고 있는 대표적 '게임 체인저'는 삼양식품입니다. 해외에서 품귀 현상까지 빚어질 정도의 인기를 자랑하는 '불닭볶음면'을 앞세워 폭발적 성장세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신라면, 진라면, 짜파게티 등 경쟁사 제품들도 해외서 적잖은 인기몰이를 하고 있지만 궤를 달리하는 성장세를 자랑합니다.

삼양식품은 올해 1분기 연결 기준 역대 분기 최대 매출인 3857억원, 영업익 801억원을 거뒀습니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57%, 영업익은 235% 급증한 수치입니다. 삼양식품 전체 매출에서 해외 부문이 차지하는 비중도 75%로 늘었습니다.

2분기에도 눈에 띄는 성장세가 기대됩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삼양식품의 올해 2분기 실적 컨센서스(증권사 전망치 평균)는 매출 3842억원, 영업이익 268억원입니다.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34.62%, 영업이익은 74.15% 증가한 수치입니다. 박상준 키움증권 연구원은 "2분기 수출 호조는 중국 온라인 채널 정상화, 미국과 유럽 메인스트림 채널 및 아시아 마트 입점 등에 기인한 것으로 판단된다"라며 "특히 미국과 유럽 수요의 빠른 증가에 힘입어, 과거 대비 중국의 계절적 수요 변동이 전사 실적에 미치는 영향을 완화시켜 줄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반면 부동의 1, 2위였던 농심과 오뚜기는 상대적으로 부진한 실적 흐름을 보이고 있습니다. 농심(8275억원)과 오뚜기(8836억원)의 올해 1분기 매출은 모두 삼양식품을 훨씬 웃돌지만 전년 동기 대비 성장률은 각각 1.4%, 3.1% 증가하는 데 그쳤습니다. 특히 농심의 경우 1분기 해외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6.6% 감소하며 전체 매출을 끌어내렸습니다. 1분기 영업이익 역시 농심은 전년 동기 대비 3.6% 감소한 614억원, 오뚜기는 12% 증가한 732억원을 기록하며 삼양식품에 밀렸습니다.

2분기도 비슷할 전망입니다. 농심의 올해 2분기 매출 컨센서스는 전년 동기 대비 4.90% 증가한 8785억원, 영업이익은 3.72% 감소한 517억원입니다. 김태현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밀, 전분 등 원가 부담이 이어지고 판촉 프로모션 관련 비용은 늘면서 소폭의 이익 감소 흐름 이어졌다"라고 설명했습니다.

오뚜기는 올해 2분기 매출 8878억원, 영업이익 674억원을 거둘 것으로 예상됩니다.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3.93%, 영업이익은 4.33% 증가한 수치입니다. 실적 개선을 이뤄냈지만, 경쟁사 삼양식품의 성장세와 비교하면 다소 아쉽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이경신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대외변수 악화에도 불구하고 주요 제품 물량을 중심으로 한 성장세가 견조하다"라며 "해외 부문 성장세 효과 또한 영업실적 개선세를 이끌어 낼 전망"이라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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