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의 제국’ 미국 CNN 방송이 수 년째 위기의 늪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습니다. 방송사 영향력의 바로미터인 시청률은 45% 가량 떨어졌습니다. 민주당 성향의 방송사인 CNN의 ‘우클릭’ 시도로 주 시청자 층이 빠져나간 영향입니다.
25일(현지 시각) 워싱턴포스트(WP)는 “최근 몇 년간 감소했던 CNN의 시청률이 11월 5일 대선 이후 더 가파르게 떨어지고 있다”라면서 “특히 CNN은 광고주들이 선호하는 25~54세 연령대 시청률에서 크기 뒤처지고 있다”라고 보도했습니다. 대선 이후 CNN의 프라임타임(황금 시간대) 시청자는 45% 감소해 39만 4000명을 기록했습니다. 추수감사절(11월 17일) 기간에는 29만 7000명으로 30만명 선까지 무너졌습니다. 2020년 대선 당시만 해도 CNN 프라임타임 평균 시청자 수는 180만명에 달했습니다.
CNN은 대선 당일 시청률 경쟁에서도 같은 진보 성향의 MSNBC에게 밀렸습니다. 닐슨 데이터에 따르면 대선 당일인 지난달 5일 미 동부시각 기준 오후 8~11시 CNN의 시청자 수는 510만명으로, 600만명을 기록한 MSNBC에 크게 뒤처졌습니다. 같은 시간 대 보수 성향의 폭스뉴스 시청자 수는 CNN의 두 배 수준인 1030만명이었습니다.
CNN의 시청률이 하락세를 보이는 이유 중 하나는 전 최고영영자(CEO) 크릭스 릭트의 ‘우클릭’ 시도입니다. 릭트는 “편향적인 보도를 줄이겠다”라면서 지난해 5월 도널드 트럼프 당시 공화당 대선주자의 ‘타운홀 행사’를 독점 중계했습니다. 당시 행사는 트럼프와 CNN 진행자가 좌담하는 방식으로 중계됐는데, 300만명이 시청한 방송에서 트럼프는 “2020년 대선은 부정선거”라고 주장하거나 ‘1·6 의회 난동 사태’를 옹호하는 발언을 했습니다.
방송이 끝나자 진보 진영에서 “왜 CNN이 트럼프에게 자기 주장을 펼칠 판을 깔아주느냐”라는 비판이 쏟아졌습니다. 이 방송을 계기로 CNN의 전통적 시청자층으로 꼽히는 진보 성향 이탈이 심화되면서 트럼프를 출연시킨 릭트는 타운홀 행사 한달 뒤인 지난해 6월 경질됐습니다. WP는 “트럼프와의 타운홀 행사를 개최한 CNN의 결정이 시청자를 떠나게 하고 많은 직원들을 불쾌하게 했다”라고 전했습니다.
CNN은 이번 대선 과정에서도 트럼프에 대한 사실 확인을 소홀히 했다는 논란에 휩싸였습니다. CNN는 지난 6월 트럼프와 조 바이든 대통령의 첫 TV 토론을 주관했습니다. 이 TV토론에서도 트럼프는 여러 차례 사실과 다른 발언을 했는데, 방송 이후 진보 진영에서 CNN이 트럼프의 발언을 정정하는 시도조차 하지 않았다는 비판이 나왔습니다. 한 CNN 정치부 기자는 “우리가 (시청자들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다는 인식이 내부에 널리 퍼졌다”라고 WP에 말했습니다.
설상가상으로 CNN과 대립각을 세워 온 트럼프가 약 한 달 후 새 임기를 시작합니다. 트럼프는 지난 2020년 CNN이 대선이 조작됐다는 자신의 주장을 보도하며 이를 ‘큰 거짓말(Big Lie)’이라고 표현한 것을 문제 삼아 4억 7500만 달러(약 6943억원)의 명예훼손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2018년엔 CNN 백악관 출입기자 짐 아코스타의 출입을 정지시켰습니다. 두 사건 모두 법원에서 뒤집혔지만, 업계에선 트럼프가 CNN을 다시 공격할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입니다.
WP는 다가올 정리해고의 그림자가 CNN 직원들의 사기를 꺾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CNN은 지난 2022년 말 전세계에서 수백명 규모의 감원을 단행했고, 지난 7월에도 약 100명의 직원을 해고했습니다. 익명의 한 CNN 정치부 기자는 “모두가 초조해하고 있다”라고 했고, 익명의 고위 프로듀서도 “정리해고가 언제, 얼마나 이뤄질지, 혹은 실제로 있을지조차 명확한 신호가 없다”라고 말했습니다.
CNN은 온라인 방문자의 유료 고객으로 전환을 통해 위기를 돌파하고자 합니다. 영국 BBC 디지털화와 뉴욕타임스(NYT) 유료화를 성공시킨 마크 톰슨이 지난해 새 CEO로 부임하면서 CNN은 콘텐츠 유료화 시도를 하고 있습니다. CNN은 지난 10월 매달 3.99달러를 내는 시청자에게 사이트 내 무제한 콘텐츠를 제공하는 서비스를 도입했습니다.
CNN 유료화 시도의 전망은 밝지 않습니다. WP는 “CNN은 뉴스 기업 중 구독 시장에 늦게 뛰어들었고, 넷플릭스나 애플 TV 플러스 등의 엔터테인먼트 플랫폼과도 경쟁해야 한다”라면서 “경제적 부담을 느끼는 고객들에겐 엔터테인먼트 서비스가 더 우선시 될 가능성이 높다”라고 평가했습니다.
'게시판' 카테고리의 다른 글
심폐 소생 ‘커넥션’→홈런 ‘굿파트너’ SBS 뒷심 빛났다 外 - 2024년 SBS 결산 (4) | 2024.12.28 |
---|---|
오늘(28일) SBS '그알' 결방→송년특선영화 '서울의 봄' 편성! (3) | 2024.12.28 |
MBC, 한국인이 즐겨보는 뉴스 채널 1위… "비상계엄 후 더 주목" (0) | 2024.12.26 |
분리징수 반년만에… 'TV수신료 통합징수법' 본회의 통과 (1) | 2024.12.26 |
SBS "최고 수준 보상" 희망퇴직 (0) | 2024.12.2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