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철 이사 "MBC 불신도 1위, 알면서 기자들 현장 보내... 사실상 산재" 주장
MBC 보도본부장 "뉴스데스크 시청률 1위 유지, 영향력 신뢰도 끌어올릴 것"
야권 강중묵 이사 "MBC 보도 떠 있는 느낌, 감정적이란 지적 많아"

MBC 대주주 방송문화진흥회(방문진) 여권 이사가 최근 발생한 서울서부지방법원 폭행 사태를 두고 “사태의 원인을 외부에서만 찾는 것 같다”며 윤석열 대통령 지지자들의 MBC 취재진 폭행이 MBC 보도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해당 이사는 “맥락을 담은 친절한 뉴스 등이 폭력 사태의 큰 원인이 됐을 것”이라는 주장도 이어갔다.

어제(22일) 이사회에선 MBC 상반기 보도본부 업무보고를 위해 박장호 보도본부장이 참석했다. 업무 계획 보고 과정에서 박 본부장은 “서부지법 폭력 사태에서 보듯이 가짜뉴스의 폐해가 무시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섰다”며 “레거시 미디어가 가짜뉴스 문제에 본격적으로 천착해야 한다. 이 역할을 MBC 뉴스가 어떻게 더 잘할 수 있을지 방안을 마련해보고자 한다”고 말했다. 앞서 윤 대통령 지지자들은 지난 18일과 19일 영상기자와 오디오맨 등 총 4명의 MBC 취재진을 폭행했다. KBS, MBN, 연합뉴스 소속 취재진들도 폭언 및 폭행을 당했다.

그러자 여권 성향으로 분류되는 김병철 이사는 “서부지법 사태의 원인을 너무 외부에서만 찾는 것 같다. 그분들이 잘못한 건 있지만 MBC가 신뢰도 1위이자 불신도 1위”라며 “이러한 사정을 알면서 기자들을 서부지법에 보내면 당연히 그 책임이 결코 가볍지 않을 거다. 사실상 산재로 볼 수도 있다”고 말했다.

김 이사는 “(업무보고 자료에 있는) '맥락을 담은 친절한 뉴스' 이런 부분이 폭력 사태의 큰 원인이 됐을 거라고 생각한다”며 “사전 예방 조치에 꼭 신경써야 한다”고 말했다. 마치 윤 대통령 지지자들의 MBC 취재진 폭행 사태가 MBC 보도 때문이라는 주장이다. 그러자 권태선 이사장은 이를 두고 “불신도 1위는 어디서 주장한 것인가. 객관적 지표로는 그렇지 않다”며 “자꾸 똑같은 얘기하지 마라”고 반박했다.

이밖에도 김병철 이사는 “가짜뉴스 관련 레거시 미디어의 역할은 좋은데, 우선 본인부터 반성해야 할 것 같다”며 “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심위) 과징금 처분 취소 판결문을 봤는데 (보도가) 진실이라서 취소된 게 아니라 (방송통신위원회) 2인 체제 의결이 위법하다고 취소됐다. 본인 스스로 냉정한 반성이 먼저 따라야 레거시 미디어로서의 역할도 설득력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역시 여권 성향의 지성우 이사는 방심위의 MBC 제재와 이에 따른 방통위 재허가 감점 점수를 물으며 “공정성, 공영성에 관해 보도의 내용도 중요하지만 보도의 양도 중요하다. 내용에 대해서는 이사들이 관여할 수 없더라도 최소한 공정해 보이는 양과 제목에 있어서는 누가봐도 공정하게 해야하는 게 공영방송 아닌가”라고 지적했다. 이에 박장호 본부장은 “보도의 양에 대해 말하는 것도 내용에 대해 말하는 것과 똑같은 관여”라며 “저희가 현명하게 대응해 나가겠다”고 답했다. 또 “제재를 받은 부분 중 행정소송을 통해 뒤집어진 건 결론이 날 때까지는 감점에 반영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MBC 보도본부장 “뉴스데스크 시청률 1위 유지, 영향력 신뢰도 끌어올릴 것”

이날 박장호 본부장은 “뉴스데스크 시청률 1위를 유지하겠다. 지난해 연간 목표 시청률이 5.5%였는데 결과적으로 6%가 넘었고 수도권 가구 시청률 기준 1위를 차지했다”며 “MBC 뉴스의 영향력과 신뢰도도 더욱 끌어올리겠다”고 말했다.

구체적으로는 아침뉴스 시장에서의 경쟁력 확보를 위해 MBC 아침종합뉴스 '뉴스투데이'를 강화하겠다고 했다. 박 본부장은 “현안에 대한 인터뷰 코너를 신설하려 한다”며 “점차적으로 뉴스 당사자들 출연이나 현장 연결 등을 늘려 뉴스투데이가 그날의 이슈, 아침을 주도해나가는 생동감 넘치는 아침뉴스 프로그램으로 자리잡는 것을 올해 목표로 삼고 있다”고 했다. 아울러 “마감뉴스가 사라진 지 몇 년 됐는데 뉴스데스크 이후 심야 시간대에 큰 특보 상황이 터졌을 때 대처가 제대로 안 될 때가 많았다”며 “마감뉴스를 2월부터 다시 편성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또한 공동체 위기 및 관련 정책 검증 보도를 연중 기획으로 이어나가겠다며 “현 기후환경팀을 가칭 '공동체 이슈팀'으로 바꿔 공동체가 직면한 전반적 위기에 대한 보도를 강화하고자 한다”고 했다. 아울러 박 본부장은 “광복 이후 80년이 어떤 시간이었고 앞으로 어떤 시간으로 만들어야 하는지가 중요하다”며 광복 80주년을 맞아 뉴스데스크, 100분 토론, 스트레이트 등에서 관련 기획을 만들겠다고도 설명했다.

디지털 뉴스 관련해선 구체적 목표 수치를 설명했다. 박 본부장은 “올 한해 유튜브 구독자를 최소 79만 명, 네이버 구독자는 최소 13만 명을 늘려 유튜브 구독자 600만 명, 네이버 구독자는 540만 명에 이르할 것”이라며 “유튜브 구독자는 국내 전체 뉴스 채널 중 1위, 네이버 구독자는 방송사 내 1위를 유지하고자 한다. 3년 연속 디지털 분야에서 100억 원 이상 수익도 거둘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 아울러 박 본부장은 “제 욕심 같아서는 가짜뉴스나 팩트체크를 중심으로 하는 주간 단위 프로그램을 하나 만들 수 있다면 더 좋겠다”고도 전했다.

관련해 다수 이사들은 공통적으로 MBC에 국제 정세 관련 보도를 강화해주길 당부했다. 권태선 이사장은 “글로벌 이슈에 대해 더 관심갖고 보도해야 한다”며 “트럼프가 당선돼 세계 질서 자체를 뒤흔들 가능성이 높은데 오늘 아침신문에선 다양하게 다룬 반면 MBC는 특파원이 한 두꼭지 보도했다”고 지적했다. 야권 성향으로 분류되는 박선아 이사도 “어려운 상황이기는 하지만 통일, 대북관계 등에 너무 무관심한 게 아닌가 생각한다”며 국제 정세 관련 보도 강화를 요구했다.

야권 성향의 강중묵 이사는 “MBC 뉴스 기자들의 취재력이 과연 신뢰도나 영향력만큼 따라가는가”라며 “평소 훈련을 계속 쌓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아울러 “MBC 보도가 전체적으로 앵커도 그렇고 조금 떠 있는 느낌이고, 감정이 들어가있는 느낌이라는 지적이 많다”며 “차분하게 중심을 잘 잡으면서 하는 진행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방송통신위원회가 ‘2인 체제’서 MBC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 이사들을 선임한 것과 관련, MBC 구성원 1813명이 이사 선임 처분의 효력을 정지해달라는 탄원서를 제출했습니다.

전국언론노조 MBC 본부는 방문진 이사 지원자 조능희 외 2인이 제기한 방통위의 방문진 이사 임명처분 취소소송 및 집행정지 신청과 관련해 MBC 구성원들이 작성한 탄원서를 취합, 어제(13일) 서울행정법원에 제출했습니다.

MBC 구성원들은 탄원서에서 “방통위는 5인의 상임위원이 주요 의사결정을 하는 합의제 기관이나 대통령이 임명한 2인의 상임위원만으로 방문진 이사 선임을 강행했다”라며 “방통위법이 정한 합의제 기구로서의 성격과 구조, 그동안 법원이 일관되게 방통위 2인 체제의 문제점을 지적했다는 점에서 단 2인의 상임위원만으로 방문진 이사 선임을 강행한 것은 위법·무효임이 명백하다”라고 지적했습니다.

또 “절차적으로도 중대한 하자가 있다”라며 “방통위법에 따라 방문진 이사 선임 절차의 구체적 일정 등은 위원회 의결을 거쳐야 하지만 방통위는 김홍일 전 위원장과 이상인 전 직무대행이 차례로 사퇴하면서 상임위원이 아무도 남지 않았음에도 방문진 이사 선임 절차를 진행했다. 또 방통위는 과거 진행했던 면접심사도 거치지 않았고, 정당가입 여부 등 필수적인 확인 절차도 완료하지 않은 채 졸속으로 이사진을 선임했다”라고 강조했습니다.

이어 “MBC 구성원들은 지난 2010년 이래 정권의 부당한 MBC 장악에 맞서 힘겨운 시간을 견뎌야 했다”라며 “국민을 위해 좋은 방송을 만들기 위해 불철주야 노력하고 있는 구성원들은 과거와 같은 혼란을 다시는 경험하고 싶지 않다. 이에 방통위의 위법한 방문진 이사 선임 처분의 효력을 정지하는 결정을 재판부께서 조속히 내려주시길 간곡히 호소한다”라고 밝혔습니다.

이번 탄원서는 언론노조 MBC 본부 조합원들을 비롯해 MBC 구성원 1813명이 작성했습니다. 언론노조 MBC 본부는 “실질적으로 MBC 구성원 대부분이 절박한 마음을 담아 탄원한 것”이라며 “공영방송 MBC의 방송 자유와 독립을 지키고, MBC의 진짜 주인인 국민들에게 봉사할 수 있도록 법원이 무도한 MBC 장악 시도에 제동을 걸어주기를 간곡한 마음으로 호소한다”라고 전했습니다.

앞서 방문진 이사 공모에 지원했던 조능희 전 MBC플러스 사장과 송요훈 전 아리랑국제방송 방송본부장, 송기원 MBC 저널리즘스쿨 전임교수는 1일 방통위의 방문진 이사 임명 처분에 대한 취소소송과 함께 집행정지 신청을 서울행정법원에 냈습니다. 5일엔 방문진 현직 이사인 권태선, 김기중, 박선아 이사 3명도 같은 내용의 소송을 행정법원에 제기했습니다.

행정법원은 이와 관련, 방통위가 의결한 방문진 신임 이사 임명의 효력을 26일까지 정지하라고 8일 결정했습니다. 당초 9일 심리가 진행될 예정이었으나 방통위가 기일변경을 신청해 심리가 19일로 연기된 데 따른 것입니다. 재판부는 “이 사건에 대한 심리 및 종국결정에 필요한 기간 동안 임기 만료 예정인 방문진 이사들과 그 후임자로 임명된 자들 사이의 불필요한 분쟁을 예방할 필요가 있다”라며 “잠정적으로 처분의 효력을 정지하기로 했다”라고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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