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에 기록적인 폭우가 쏟아지던 2011년 7월 27일 오전 8시 45분, 16명의 목숨을 앗아가고 50여 명의 부상자를 낸 대참사가 일어났습니다. 서울 서초동과 경기도 과천을 잇는 서울시 서초구 우면동 우면산터널 요금소 출구에서 토사가 흘러내리는 등 대규모 산사태가 발생했습니다.

산사태는 방배동 전원마을, 송동마을, 형촌마을, 고급 아파트 등 광범위한 지역을 덮쳤으며 토사에 매몰된 시민 16명이 목숨을 잃었습니다. 또한 50여 명이 상처를 입었으며 400명 이상의 시민이 대피하는 소동도 빚어졌습니다.

남부순환로 진입이 통제되고 사당역 인근이 침수되는 등 강남 일대에서 극심한 교통대란이 벌어지기도 했습니다.

인명피해뿐만 아니라 물적 피해도 엄청났습니다. 무너져 내린 토사로 인해 주택 1채가 완전히 파손되는가 하면 자동차 70여 대, 주택 2000여 채, 공장이나 상가 등 1500여 개 이상의 건물이 침수됐습니다.

또 서초구 우면동에 위치한 EBS 방송센터의 세트실이 붕괴하고 스튜디오에 토사가 유입되면서 전원을 공급하는 기전실이 침수돼 방송센터 전체가 정전되기도 했습니다. 이로 인해 라디오 정규방송이 중단되고 TV 일부 생방송 프로그램 제작 및 방송 송출에 차질을 빚었습니다.

이 같은 대참사의 원인 중 하나로는 전국적으로 내린 폭우가 꼽혔다. 사고 발생 당일 오전 12시부터 23시간 동안 서초구에는 무려 392㎜의 비가 쏟아졌습니다. 특히 같은 날 오전 7시쯤부터 산사태가 일어나기 직전까지의 강수량은 164㎜에 달했습니다.

더군다나 사고 이전부터 서울을 비롯한 전국에는 기록적인 폭우가 내리고 있었습니다. 같은 해 1월 1일부터 산사태 발생 당일까지 총 강우량이 1608㎜를 기록할 정도로 많은 비로 인해 지반은 꾸준히 약화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산사태의 원인이 강수, 지형, 지질 등 자연적인 요인 외에 '인재'라는 지적도 제기됐습니다.

서울시와 서초구가 지난 2010년 태풍 곤파스 피해 이후 우면산에 대한 안전대책을 세우지 않았으며 공군부대와 생태저수지 등의 인공시설물이 산사태에 영향을 끼쳤다는 것입니다.

또한 산사태가 일어날 수도 있다는 산림청의 여러 차례 예방문자가 담당자 연락처 미업데이트 등 문제로 서초구청 측에 제대로 전달되지 않는 등 행정적 절차에도 문제가 있었다는 것이 밝혀졌습니다.

결국 서울시 산하 서울연구원은 사고 3년여가 지난 2014년 3월 13일 '우면산 산사태 2차 원인조사 결과' 발표에서 "2010년 태풍 곤파스 피해 이후, 우면산 전 지역에 안전대책이 세워졌다면 인명손실 예방과 함께 재산피해도 대폭 줄일 수 있었다"라고 말하며 우면산 산사태가 일부 인재에 의해 일어났음을 인정했습니다.

법원도 우면산 산사태에 서초구청 등의 책임이 일부 있다고 판결했습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25부는 지난 2014년 8월 우면산 인근 주민 A씨 가족 5명이 "산사태로 인한 재산상 피해와 정신적 충격에 대한 손해를 배상하라"라며 서울시, 서초구, 국가 등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서초구가 A씨 가족 3명에게 600만원을 배상하라"라고 원고 일부승소 판결했습니다.

이어 2017년 9월 서울고법 민사29부 역시 우면산 산사태로 매몰됐던 피해자 B씨가 서초구와 국가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청구 소송 항소심에서 "서초구와 국가가 4억 7767만원을 배상하라"라며 1심 판결을 뒤집고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습니다.

정창삼 인덕대 스마트건설방재학과 교수는 오늘(17일) "지방자치단체 재정적 상황이나 인력에 따라 자연재해로 인한 피해는 불가피할 수 있지만, 인명피해는 또 다른 문제"라며 "지자체장의 가장 중요한 역할이 시민들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는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정 교수는 이날 MBC 표준FM '김종배의 시선집중' 인터뷰에 출연해 전북 군산시 사례를 언급하며 "많은 비가 왔음에도 불구하고 인명 피해가 없었다는 건 자치단체장이 적극적으로 방재 행정을 했기 때문으로 보인다"라며 "시민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는 일에 좀 더 적극적으로 나서주시라"라고 당부했습니다.

군산시에는 지난 13일부터 15일까지 기상 관측 이래 역대 최고 강수량인 평균 498.3㎜의 비가 내렸지만, 인명피해가 단 한명도 발생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경북 영주시와 예천군 등 지역에서는 집중호우로 인해 산사태가 나면서 일부 지역에서는 인명피해가 발생했습니다. 이에 대해 정 교수는 산사태로 인한 참사가 예견된 상황이었는데도 지자체 대비가 부족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정 교수는 "2011년 (서울 서초구) 우면산 산사태가 났을 때 76명이 숨졌는데 그때 온 비가 300㎜정도밖에 되지 않았다"라며 "그런데 지금 3일 동안 누적 강수량이 많은 곳은 900㎜, 평균적으로 600㎜가 왔다"라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게다가 좀 더 위험한 요소는 3일 전에 이미 많은 비가 계속 내려서 이미 토양이 거의 100% 함수율을 나타내고 있는 지역들이 많았기 때문에 산사태가 일어나는 것은 어떻게 보면 자연적인 현상 중에 하나"라며 "(참사가) 충분히 예견됐기 때문에 대피를 강력하게 했었어야 하는데 그런 점들이 좀 부족했던 것 같다"라고 짚었습니다.

정 교수는 "우리나라 국토의 70% 정도가 산으로 둘러싸여 있어서 굉장히 광범위하기는 하지만 지자체에서는 위험이 될 만한 지역들을 이미 조금 조사하고 알고 있다"라며 "그런 지역에서는 적극적인 대피 권고가 아니라 대피 명령을 내려서 주민들을 강력하게 행정적으로 조치했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라고 말했습니다.

전국적으로 산사태 위험지역에 대한 긴급 전수조사를 통한 점검·보강 등 재발 방지대책이 필요하다는 전문가 조언이 나옵니다. 최근 집중호우에 따른 동시다발적 산사태로 대규모 인명피해가 발생한 데다 비 소식이 이어져 재발 우려가 크기 때문입니다.

경북도는 오늘(17일) 오전 9시 기준 집계된 인명피해는 사망 19명, 실종 8명, 부상 17명이라고 발표했습니다. 지역별 사망자는 예천 9명, 영주·봉화 각각 4명, 문경 2명입니다. 실종자는 모두 예천에서 발생했습니다. 3명은 토사에 매몰됐고, 5명은 급류에 휩쓸려 실종자 수색작업이 한창입니다.

인명피해가 컸던 예천군에 이례적으로 산사태가 집중된 이유는 크게 세 가지입니다. 먼저 기록적 ‘호우’ 때문입니다. 인명피해가 집중된 예천군은 연간강수량은 1396㎜입니다. 지난 13~15일 241.9㎜의 비가 내렸는데 일년 동안 내릴 비의 6분의 1이 사흘 새 쏟아졌습니다.

여기에 택지와 도로, 농지 등 ‘각종 개발’이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옵니다. 산사태 전문가인 이수곤 전 서울시립대 교수(토목공학)는 경북의 인명피해는 ‘자연재해’가 아닌 ‘인재’일 가능성이 크다고 봤습니다. 그는 “자연적으로 산사태가 발생할 확률은 10% 내외”라면서 “인명피해가 발생한 곳을 검토해 보니 80~90%는 사람이 인공적으로 건드린 곳”이라고 분석했습니다.

이번 피해는 기록적 산사태로 꼽히는 2011년 7월 27일 서울 서초구 우면산 산사태와 판박이라고 했습니다. 그는 “우면산은 호우가 시작된 지 3일 만에 산사태가 발생해 16명이 숨졌고 법원은 지자체의 책임을 인정했다”라면서 “경북 산사태도 정확한 사고 발생 원인을 찾아 인명피해와의 인과 관계를 밝혀야 한다”라고 강조했습니다. 이태형 구미대 교수(소방안전과)도 “과수원을 조성하거나 벌목, 도로를 설치하는 등 각종 개발로 약한 곳부터 산사태로 무너지며 바뀐 물길이 민가를 덮쳤을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실제로 가장 많은 실종자가 발생한 예천군 은풍·효자면은 대표적인 사과 경작지로 과수원이 많은 곳으로 손꼽힙니다.

산사태 방지 장치도 전무했습니다. 산림청은 대규모 인명피해가 발생하기 하루 전인 14일 오후 10시 30분을 기준으로 경북의 산사태 위기 경보 수준을 ‘경계’에서 최고 수준인 ‘심각’ 단계로 올렸습니다. 하지만 주민이 받은 정보는 ’재난안전문자’ 몇 통이 전부였습니다.

전문가들은 비 예보가 이어지는 만큼 하루빨리 관계 기관이 머리를 맞대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봤습니다. 이 교수는 “산사태 발생지의 상부는 산림청, 중턱은 국토교통부, 하부는 지자체·행안부가 관리해 통합 관리가 어려워 재난 예측과 관리가 어려운 상황”이라고 꼬집었습니다. 그러면서 “관계 기관은 지도만 펼쳐볼 게 아니라 지형적 특성과 마을 개발 현황 등을 면밀히 살펴 산사태취약지역을 다시 설정할 필요가 있다”라고 말했습니다.

김해동 계명대 교수(지구환경학과)는 “여전히 산사태 사각지대는 도처에 널려 있다”라면서 “당장 산사태 방지시설을 설치하고 관리하기는 힘들기 때문에 실질적인 대처 방안 마련이 우선”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산불감시원처럼 비가 자주 내리는 산사태 취약 시기에는 인력을 투입해 상황을 감시하고 주민 대피를 유도하는 등 당장 실현이 가능한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라고 강조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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