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개 코미디의 원조 ‘개그 콘서트’가 부활합니다.
KBS는 ‘개그 콘서트’(이하 ‘개콘’)를 다시 방송하기로 결정하고 내부 준비에 착수했습니다. KBS는 방송 재개 시점을 오는 6월께로 잡고 방송을 위한 구체적인 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지난 2020년 ‘개콘’의 막을 내린 지 3년 만입니다.
제작진은 프로그램을 이끌어야 할 개그맨들에게도 이 소식을 전했습니다. ‘개콘’은 개그맨들의 아이디어 경쟁으로 탄생한 각각의 코너들이 승부수였습니다. 방송이 계획대로 재개된다고 해도 아직 4개월 이상 남은 시점이지만 미리 새로운 코너에 대한 고민을 하도록 해서 경쟁력을 극대화시키려는 의도로 풀이됩니다.
뿐만 아니라 프로그램 제목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지만 ‘라스트 개그 콘서트’라는 가제로 준비 중입니다. ‘마지막’을 의미하는 ‘라스트’라는 단어에서 ‘코미디 명가’를 재건하겠다는 제작진의 각오가 엿보입니다.
‘개그 콘서트’은 대한민국 코미디 사상 최장수 코미디 프로그램입니다. 1999년 9월 4일 첫 방송을 시작해 2020년 6월 26일까지 총 1050회, 무려 21년 동안 매주 시청자들에게 웃음의 전파를 쐈습니다. 종영 후에는 서바이벌 방식의 ‘개그로 승부하는 자들’이 후속작으로 방송이 됐습니다. 하지만 이마저도 큰 인기를 얻지 못하고 4개월 가량 방송 후 막을 내렸습니다.
‘개그 콘서트’까지 역사 속으로 사라지면서 MBC와 SBS까지 지상파 3사에서 코미디 프로그램은 사실상 맥이 끊겼습니다. 앞서 MBC는 ‘코미디의 길’(2014.5.11~2014.9.28), SBS는 ‘웃음을 찾는 사람들’(2003.4.20~2017.5.31)을 방송하다 종영했습니다.
현재는 케이블 채널 tvN에 매주 일요일 편성된 서바이벌 형식의 ‘코미디 빅리그’(‘코빅’)가 TV에서 방송하는 유일한 공개 코미디 프로그램입니다.
이번 ‘개콘’의 부활은 명분이 확실합니다. KBS는 TV에서 볼 수 없는 공개 코미디를 되살려 공영방송의 의무인 수신료의 가치를 실현하겠다는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코미디의 부활은 그 동안 설 자리를 잃었던 개그맨들에게 새롭게 활동 무대를 제공하는 기회이기도 합니다.
‘개그 콘서트’의 종영으로 설 자리를 잃은 개그맨들이 떠나 새 둥지를 튼 곳은 유튜브입니다. ‘개콘’ 출신을 비롯해 제대로 빛을 보지 못한 개그맨들이 제작한 코미디 콘텐츠들이 시공간의 한계가 없는 유튜브에서 인기를 얻어 되레 TV로 역진출하는 일도 벌어지고 있습니다. 숏박스(김원훈, 조진세, 엄지윤), 피식대학(정재형, 김민수, 이용주, 박세미 등), 밥묵자(김대희), 다나카상(김경욱), 김해준(최준/쿨제이), 이은지(길은지) 등 개그맨들이 만든 콘텐츠를 선보인 유튜브가 K 코미디의 새로운 무대로 떠올랐습니다. 지정된 시간에 본방송을 봐야했던 TV 프로그램과 달리 유튜브 개그쇼는 언제, 어디서나 볼 수 있는 점에서 MZ세대의 환영을 받으며 확실한 웃음 대체제로 자리를 잡았습니다.
그간 볼 수 없었던 부캐 문화도 이들을 통해 전파가 됐습니다. 요즘 가장 인기가 높은 일본인 호스트 다나카는 ‘웃찾사’의 ‘나몰라패밀리’ 멤버 김경욱이 햇수로 5년째 밀고 있는 부캐입니다. 꼰대희는 과거 ‘개콘’에서 김대희가 참여했던 코너인 ‘대화가 필요해’의 캐릭터를 유튜브로 가져와 세계관을 확립하며 부캐로 자리잡았습니다. 신도시 서준맘, 2000년대 패셔니스트 쿨제이는 각각 박세미, 김해준의 부캐로 유튜브 스타가 됐습니다.
KBS는 이번 ‘개콘’의 부활로, 재능은 있으나 싹을 틔우지 못한 개그맨들이 뛰어 놀 수 있는 토양을 제공할 계획도 세웠습니다. 이를 위해 과거 ‘개콘’에서 활약했던 개그맨이나 KBS 공채 출신 외에도 문호를 개방해 웃음에 진심인 이들을 남녀노소, 세대구별 없이 모집하고 있습니다. 매체나 플랫폼을 가리지 않고 웃음을 줄 수 있는 ‘흙 속의 진주’를 발굴해 출연진에 포함시킬 예정입니다.
‘개콘’의 러브콜을 받은 한 개그맨은 “‘개콘’이 사라진 것은 대한민국의 웃음이 사라진 것과 진배없습니다. 시청자들이 공감하는 웃음을 주기 위해 참여하게 됐다”라고 말했습니다.
유튜브에서 활약하는 또 다른 개그맨은 “‘개콘’의 폐지 후 개그맨들의 설 자리가 많이 줄어든게 사실이다”라면서 “개그맨들의 고향과도 같은 ‘개콘’에 복귀해 빵빵 터지는 웃음을 주고 싶어 다양한 코너를 기획하고 있다”라고 귀띔했습니다.
지상파 코미디의 부활은 그 동안 맥이 끊기다시피 한 신인 개그맨 발굴이 재개되는 계기도 될 것으로 기대됩니다. 향후 예능 콘텐츠를 이끌 인재풀이 확장하면서 신선한 재미가 늘어날 것으로 보입니다.
‘개그 콘서트’의 부활 소식이 방송가에 훈풍을 예고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