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성 리튬 배터리 공장 화재로 23명이 숨지는 등 30여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가운데, 최근 일주일 동안 아파트와 공사장 등 일상 곳곳에서 화재가 잇따르고 있어 안전에 대한 경각심이 요구됩니다.
전문가들은 겨울철뿐만 아니라 여름철에도 화재가 많이 발생하는 만큼 안전수칙 준수 등 예방에 각별히 신경 쓰는 한편, 평소 화재 상황에 따른 대처와 대피 요령을 충분히 숙지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합니다.
오늘(27일) 소방 당국에 따르면 지난 19일부터 25일까지 일주일 간 소방청에 신고 접수된 전국 화재 발생 건수는 총 675건으로 집계됐습니다.
일자별로는 19일 142건(부상 23명)→20일 115건(부상 6명)→21일 123건(부상 9명)→22일 90건(부상 5명)→23일 60건(사망 1명·부상 5명)→24일 68건(사망 잠정 23명·부상 잠정 8명)→25일 77건(사망 1명·부상 5명)입니다.
주요 화재를 보면 지난 19일에는 서울 양천구 목동 아파트 지하 2층 재활용 분리수거장에서 원인 미상의 화재가 발생해 주민 110여명이 대피하는 소동이 빚어졌습니다.
다행히 큰 인명피해는 없었지만, 화재 진압 과정에서 폭발이 일어나 진화 작업을 벌이던 소방대원 17명이 경상 등 부상을 입기도 했습니다.
이튿날인 20일에는 서울 강남구 역삼동 아파트에서 불이 나 주민 40여명이 대피하고, 아파트 1개 세대가 전소됐습니다.
화재는 아파트 10층에서 에어컨 실외기 용접 작업 중 발생한 것으로 추정됩니다. 이 불로 에어컨 기사가 양손에 화상을 입고 연기를 흡입해 인근 병원으로 옮겨졌습니다. 각각 9층과 15층에 있던 11개월, 5개월 남아도 연기를 마셔 이송됐습니다.
이번에 빚어진 대규모 화재 참사는 지난 24일 발생했습니다. 경기 화성시 서신면 소재 리튬 일차전지 제조업체 아리셀 공장에서 불이 나 현재까지 23명이 숨지고 8명이 부상을 입었습니다.
정확한 화재 원인은 조사 중이지만, 소방 당국은 공장 내부에 있던 배터리셀 하나에서 폭발적으로 연소가 시작돼 화재가 급격히 확대된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이 공장에는 리튬 배터리 완제품 3만 5000여개가 있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런 가운데 다음날인 25일에는 서울 동대문구 이문동의 한 아파트 건축 현장에서 철근 절단 작업 중 불이 나 작업자 40명이 구조되거나 대피했습니다. 다행히 크게 다친 사람은 없었지만, 참사 직후라 시민들은 놀란 가슴을 쓸어내려야 했습니다.
물론 최근에 발생한 이러한 화재는 그 유형과 원인이 각각 다르지만, 잇단 화재로 시민들의 불안감도 커지고 있는 만큼 화재 예방과 안전 교육에 관심이 더욱 높아지는 상황입니다.
전문가들은 우선 화재는 언제 어디서든 발생할 수 있다는 인식을 갖고, 화재 예방에 각별히 신경 써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이영주 경일대 소방방재학부 교수는 "통상 화재는 추운 겨울에 많이 발생한다고 생각하지만, 계절적 편차는 그리 크지 않다"라며 "특히 여름에는 에어컨 등으로 인한 화재도 많기 때문에 경각심은 계절과 상관 없이 늘 가져야 한다"라고 말했습니다.
실제로 소방청에 따르면 2019년부터 2023년까지 계절별 화재 발생 건수는 봄 5만 4820건(28.3%), 여름 4만 2125건(21.7%), 가을 4만 2513건(21.9%), 겨울 5만 4541건(28.1%)으로 비슷한 수준이었습니다.
다만 여름철에 자주 발생하는 화재를 살펴보면 에어컨 사용 증가에 따른 실외기 화재 등이 많은 만큼 주의가 요구됩니다.
최근 5년간 에어컨 및 선풍기 등 냉방기 화재는 총 1803건으로, 6~8월(1269건)이 가장 많았습니다. 주된 원인은 전선의 접촉 불량 등 전기적 요인, 과열 등 기계적 요인, 부주의 등이었습니다. 이로 인한 아파트 화재도 여름이 가장 많았습니다.
소방청 관계자는 "실외기는 쌓인 먼지로도 과열돼 불이 날 수 있기 때문에 사용 전에는 반드시 먼지를 제거하는 등 주기적으로 청소해야 한다"라며 "전력 소모에 맞는 콘센트를 사용하고, 장시간 사용을 자제하는 것도 중요하다"라고 했습니다.
비단 실외기 등 전기적 요인에 의한 화재뿐 아니라 일상 생활에서 조리를 하거나 화기를 사용할 경우에도 화재 예방에 세심하게 신경 쓸 필요가 있습니다.
이 교수는 "사실 주거 용도든 상업 용도든 화재가 발생하는 가장 큰 원인은 부주의"라며 "반대로 얘기하면 우리가 조금만 관심을 갖고 조심하면 많은 화재를 줄일 수 있다는 것이기 때문에 이것만 지켜도 화재 예방에 기여할 수 있다"라고 말했습니다.
용도에 맞는 적절한 소화기를 사용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공하성 우석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이번 화성 공장 화재 때도 리튬 전용 소화기가 크게 문제 됐지만, 주방기구 근처에는 일반 분말 소화기가 아닌 주방용 소화기인 'K급 소화기'를 비치해야 한다"라고 했습니다.
주방(Kitchen)의 앞 글자를 딴 K급 소화기는 탄산칼륨 등이 포함된 강화액이 주 약제입니다. 식용유 같은 액체에 닿으면 거품이 형성돼 산소와 접촉하지 못하고, 이로 인해 불이 꺼지게 되는 효과가 있습니다.
공 교수는 아울러 가정에서도 리튬 전지를 자주 사용함에 따라 시민들의 불안감이 커지는 데 대해 "물을 가까이 하지 말되, 만약 화재가 났을 때 소량이라면 오히려 물에 담그는 것이 좋다"라며 "냉각 소화 때문에 불이 붙지 않는다"라고 말했습니다.
전문가들은 무엇보다 인명피해 최소화가 가장 중요한 만큼 평소 화재 장소별 특성에 맞게 대피 요령을 꼼꼼하고 정확하게 숙지할 필요가 있다고 한 목소리로 강조합니다.
이 교수는 "이전에는 화재 발생 시 무조건 대피하라고 했지만, 아파트는 계단이나 통로에 의한 연기 흡입으로 인명피해가 발생하는 경우가 많았다"라며 "이에 일단 대기하는 등 화재 상황에 맞는 대피 요령을 잘 숙지해야 한다"라고 했습니다.
소방청은 지난해 말 자신의 집에서 화재가 났을 때는 옥상 등 가까운 장소로 대피하되, 자신의 집이 아닌 다른 곳에서 화재가 발생한 경우는 불길 또는 연기가 들어오지 않으면 세대 내 대기하는 것이 좋다는 내용의 매뉴얼을 배포한 바 있습니다.
이 밖에 아파트 등 거주 시설이 아닌 사업장이나 다중이용시설 등의 경우 위급 상황에 대비해 피난 동선을 미리 파악해두고, 사업주 등은 비상구 앞쪽이 물건 등으로 가려지지 않도록 조치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