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원들이 택배 상·하차나 방송 편집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연명하고 있어요.”

송지연(46) 전국언론노동조합 TBS 지부장은 두 달째 월급을 받지 못한 TBS 직원들의 상황을 이렇게 전했습니다. 서울시 미디어재단 TBS는 라디오 채널 두 개(FM 95.1㎒, eFM 101.3㎒)와 TV 채널(TBS TV) 등 총 3개 채널을 운영하는 지역 공영방송사입니다. 하지만 개국 34년 만에 폐국 위기에 처해 직원 3분의 1 이상이 회사를 떠났고, 방송도 언제 중단될지 알 수 없습니다.

① 모든 기관들 등 돌리며 '사면초가'

TBS에 존폐 위기가 닥친 건 편파 방송 시비 때문입니다. 2021년 오세훈 서울시장이 취임하고 2022년 지방선거에서 국민의힘이 서울시의회 다수 의석을 차지한 후 ‘김어준의 뉴스공장’(2016년~2022년 방송)과 주진우 전 기자, 신장식 조국혁신당 의원이 진행한 프로그램 등이 '좌편향'이라는 비판에 힘이 실렸습니다. 서울시의회 국민의힘 의원들은 2022년 11월 서울시가 TBS를 지원하는 근거가 되는 ‘TBS 설립 및 운영에 관한 조례’ 폐지안을 통과시켰습니다. 올해 6월부터는 서울시가 TBS에 지원하던 출연금(연간 약 300억 원·TBS 재정의 70%) 지급이 전면 중단됐고, 행정안전부는 9월 TBS를 서울시 출연기관 지위에서 해제했습니다. 김어준 씨 등이 떠난 뒤에 벌어진 일입니다.

TBS는 국민의힘 시의원들이 요구해온 민영화도 시도했으나 투자자를 찾지 못했습니다. 기부금 유치를 위해 정관을 변경하려 했지만 결정권을 가진 방송통신위원회(방통위)는 “(상임위원 5명 중 4명이 공석인) 1인 체제라 안건 심의·의결이 불가능하다”라며 두 번 연속 정관 변경 신청을 반려했습니다. 송지연 지부장은 “TBS가 이대로 사라진다면 전두환 정권 언론통폐합 이후 권력에 의해 방송사가 사라지는 최초의 사례”라며 “당시 사라진 TBC 동양방송은 민영방송이었고, 공영방송 폐국은 역사상 최초”라고 말했습니다.

② "몇 개 프로 '편파성' 논란에... 시대의 희생양"

계속된 위기에 직원 360명 중 130여 명이 최근 1년간 퇴사했습니다. 남은 230여 명 중 60명은 이달부터 무급휴직에 들어갔고, 60명은 단시간 근로로 근무형태를 바꿨습니다. 이들은 생계 유지를 위한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습니다. 올해 6월부터 임금이 30~40% 삭감됐고, 9월부터는 이마저도 끊겼습니다. 송 지부장은 “서울 시민들과 함께 만드는 콘텐츠, 소외된 이웃들의 목소리를 전하는 콘텐츠 등 (TBS가 만들어온) 다양한 콘텐츠들은 다 묻히고 프로그램 몇 개의 편파성 논란으로 이런 상황까지 치달은 것은 억울하다”라고 말했습니다. 이어 “TBS 폐업이 크게 관심을 받지 못하는 것 같아 슬프다”라고 했습니다.

현재 TBS 채널은 음악과 재방송만 내보내고 있습니다. FM 95.1㎒에서만 외부 협찬을 받은 프로그램 세 개가 방송 중이고, 나머지 두 채널에선 재방송만 틉니다. 내년 1월부터는 건물 임대료와 송출료를 감당하지 못해 재방송도 끊길 수 있습니다. 다음 달 방통위의 라디오 주파수 재허가 심사를 통과할 수 있을지도 미지수입니다. 송 지부장은 마지막까지 방송을 하겠다고 했습니다.

“우리 스스로 주파수를 반납하는 일은 없을 거예요. 버티고 버텨서 건물에서 쫓겨나는 날까지, 끝까지 방송할 겁니다.”

방송통신위원회 정관 개정 두 번째 반려... TBS "이제는 송출 중단 위기"
주요 재원이었던 서울시 출연금 끊기고 상업광고도 못하는 상황 지속

서울시의 지원이 끊긴 뒤 재원 다각화를 위한 정관 개정도 방송통신위원회에 의해 번번이 무산된 TBS가 폐국 위기 속에 대시민 긴급 호소문을 발표했습니다. TBS는 남은 230여 명의 직원 중 100명의 희망 퇴직을 예고했습니다. 현 상황에서 방통위,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의 도움과 관심이 절실하다며 자구책을 마련할 수 있도록 최소한의 제도적 장치를 뒷받침해 달라는 호소가 나옵니다.

오늘(8일) 대시민 긴급 호소문에서 TBS는 “재원 다각화 및 기부금 유치를 위해 방통위에 정관 변경을 두 차례에 걸쳐 신청하였으나 모두 반려되었다”라며 “TBS는 지난 5월부터 임대료 등 관리비 일체가 체납되었고, 9월부터 전용회선 사용료마저 연체되면서 송출 중단 위기에 처하는 등 심각한 재정 위기 상태”라고 밝혔습니다.

이어 “230여 명 구성원 역시 5개월째 임금 체불 상황이 지속되고 있지만, 현재 무임금 상황에서도 지상파 방송 사업자로서 의무를 이행하고 시민의 방송을 지속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라며 “이런 재정 위기는 올해 6월부터 시행된 '서울특별시 미디어재단 TBS 설립 및 운영에 관한 조례 폐지 조례안'에서 비롯되었고 9월에는 서울시 출연기관에서 지정 해제되면서 TBS는 사실상 새로운 출연자(기부자)를 찾지 않는 이상 운영이 불가능한 처지에 놓이게 되었다”라고 설명했습니다.

TBS는 “더 이상 서울시 출연금을 받지도, 상업광고를 하지도 못하는 상황에서 비영리 민간재단 TBS가 생존할 수 있는 현실적인 방법은 다양한 기부처를 찾는 일”이라며 “기부자의 세제 혜택 및 소중한 기부금의 상당 부분(최대 50%)을 증여세로 납부해야 하는 상황을 타개하고자 '공익법인(구 지정기부금 단체)'으로 지정되어야 한다”라고 밝혔습니다.

이어 “공익법인 지정을 위해서는 연간 기부 모금액 및 활용 실적을 홈페이지에 공개하는 내용을 정관에 반드시 명시해야 한다”라며 “2차 정관 변경안은 해당 부분을 추가할 수 있도록 요청한 것인데 정관 변경이 최종 반려된 상황에서 TBS는 다음을 기약하기 어려워졌다”라고 전했습니다.

TBS는 서울시에 “TBS가 서울시민의 안전과 안녕을 위해서 수행해 온 역할과 기능만큼은 유지할 수 있도록 도와달라”라고 요구하고 방통위,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에는 “TBS 직원들의 생계를 도모할 자구책을 마련할 수 있도록 최소한의 제도적 장치를 뒷받침해 달라”라고 호소했습니다.

이들은 “TBS도 '시민의 방송'을 지켜내기 위해 뼈를 깎는 고통을 감수할 계획”이라며 “이대로 TBS를 침몰시킬 수는 없기에 230명 중 100명의 동료에게 희망퇴직 등을 통해 이별을 고할 예정”이라고 전했습니다.

TBS는 “연내 공익법인 지정이 불확실해져 기부자에게 세제 혜택 제공을 약속드릴 수 없다”라며 “그런데도 TBS의 생존을 위해 도와주시겠다는 수많은 분의 의지를 받들기 위해 다양한 방법을 고민하고 찾아보겠다. 시민의 안전과 행복을 위한 방송을 끝까지 지속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라고 전했습니다.

“이번 TBS 사태는 민주주의의 후퇴이자 언론 탄압의 극단적 사례로 기억될 것”

김경 서울시의회 문화체육관광위원장(더불어민주당·강서1)이 지난 5일 문화체육관광위원회 행정사무감사에서 서울시의 TBS 탄압 사태를 두고 한 말입니다. 해당 발언은 풍전등화에 놓인 TBS에 대한 책임이 다름 아닌 서울시와 오세훈 시장에게 있다는 뜻으로 해석됩니다.

김 위원장은 “오 시장이 2021년 초 인터뷰에서 TBS에 대한 예산 지원을 중단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라며 사실상 오 시장이 취임 전부터 TBS 재정 지원을 끊기 위한 지침을 제공했다는 점을 언급했습니다.

서울시가 TBS를 재정적으로 압박하려고 시도한 사례도 있었습니다. 오 시장 취임 이후인 2022년, 서울시는 분기별로 교부했던 TBS 출연금을 월별로 교부하기 시작했습니다. 다같은 홍보기획관 산하 출연기관인 120다산콜재단은 2분기에도 분기별 예산을 내준 것과 대조적입니다.

김 위원장은 이러한 조치가 ‘서울시의 TBS 길들이기’의 일환이었다며 국민의힘이 다수당을 차지한 11대 서울시의회가 개원하기 전부터 서울시가 TBS에 대한 불편한 감정을 드러냈음을 강조했습니다.

또한 김 위원장은 2022년 11월 의결된 TBS 폐지 조례안에 대해 오세훈 시장이 재의요구를 하지 않았다는 점도 지적했습니다. 오 시장은 2022년 한 해에만 ‘서울시 출자·출연 기관의 운영에 관한 조례 일부개정조례안’, ‘서울시 예술인 창작수당 지급 조례안’ 등 9건을 재의요구했던 사례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TBS 폐지조례안만큼은 재의요구를 하지 않았습니다.

올해 초 TBS에서 발주한 ‘TBS 위상·조직·정체성 변화 방안 모색’ 컨설팅 용역의 절차적 하자에 대해 서울시가 무관심으로 일관했음도 도마 위에 올랐습니다.

해당 연구는 TBS의 민영화를 위하여 추진한 2개월짜리 용역이었으나, 5월 17일 착수보고부터 5월 31일 결과보고까지 14일만에 모든 과정이 마쳐졌습니다. 결과에 대해서도 대외적으로는 물론 TBS 내부직원에게도 공유되지 않았으며 서울시가 이에 개입했다는 소문이 무성했습니다.

김 위원장은 이러한 서울시의 개입과 훼방에도 불구하고 TBS 출연금 지원 중단의 책임을 서울시의회에게만 미루고 있다는 점을 비판하며 TBS가 공영방송으로서 존립할 수 있도록 서울시가 의무를 다해야할 것을 주문했습니다. 이에 대해 마채숙 홍보기획관은 “서울시 홍보기획관은 TBS 임직원과 함께 TBS가 존치되기 위해 모든 노력을 다하겠다”라고 답했습니다.

마지막으로 김 위원장은 “방송법 제4조에 따라 보장되는 방송편성의 자유와 독립을 존중하는 모습을 보여주길 바란다”라며 “민주주의의 후퇴와 언론 탄압의 극단적인 사례로 남지 않도록 주의해달라”라는 당부를 전했습니다.

이날 문화체육관광위원회 행정사무감사에서는 이강택, 정태익 TBS 전 대표이사, 강양구 경영전략본부장 등 증인이 출석했으며 폐국 위기에 처한 TBS와 이에 대한 서울시의 책임 등에 대해 논의했습니다.

서울시의회 행정감사서 TBS 논의…김어준, 신장식, 주진우 등 불출석
TBS 경영본부장 "20억 임금 체불, 정관 변경 안되고 뾰족한 수 없어"

어제(5일) 서울시의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행정사무감사에서 TBS 관련 감사가 실시됐습니다. 증인으로 채택된 이들 중에선 김어준, 신장식, 주진우 등 전 TBS 라디오 프로그램 진행자들이 출석하지 않았고 이강택 전 TBS 대표, 정태익 전 대표, 강양구 TBS 경영본부장 등 3명은 출석했습니다.

이날 이종배 의원(국민의힘)은 이강택 전 TBS 대표에게 “이런 상황이 온 것에 대해서 이제 전직 대표로서 어떤 책임감을 느끼나”라고 질의했고 이 전 대표는 “결과적 차원에서 일말의 책임감이라기보다는 안타까움을 느낀다”라고 답했습니다. 이 위원이 “그럼 책임이 있다고 생각을 안 하시니까 사과할 생각도 없으시겠다”라고 하니 이 전 대표는 “그렇다”라고 답했습니다. 이 위원은 “뻔뻔하다”라고 말했고 이강택 전 대표는 “전혀 그렇지 않다”라고 맞섰습니다.

김기덕 의원(더불어민주당)의 임금 관련 질의에 강 본부장은 “6월부터 8월까지 3개월간은 약 40% 정도 삭감된 임금을 받았다. 9월과 10월은 전혀 지급을 하지 못했다”라며 “20억 7000만 원 정도가 임금 체불되었다”라고 답했습니다.

어떤 해결책이 있느냐는 질의에 강 본부장은 “답이 보이지 않는 상황”이라며 “TBS에서 자체적으로 추진했던 방안은 민간재단 TBS에 서울시의 출연금이 빠져나간 자리를 민간 기업의 기부금으로 대체해 보려고 하는 시도를 했는데, 정관 개정이 방통위로부터 허가되지 않고 있다”라고 답했습니다. 방통위는 행정감사가 진행된 이날에도 TBS의 정관변경 신청을 또다시 반려했습니다.

강 본부장은 “방통위에서 정관 변경을 안해주는 상황인데, 서울시의 출연금도 끊어지고 대신할 수 있는 민간의 기부금도 받지 못한다. TBS는 재원을 전혀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라며 “이제 다른 방법은 기존의 광고는 안 되기 때문에 협찬금을 늘리는 방법인데 직원들도, 제작비도 없기 때문에 프로그램을 만들지 못한다. 언론 보도 역시 부정적인데 어떤 기업이나 어떤 기관이 협찬을 주겠느냐”라고 말했습니다.

유정희 의원(민주당)은 9월 24일 사임한 이성구 전 대표 대행이 전직원 해고 관련 문서를 결재한 것에 대해 질의했습니다. 강 본부장은 “두 가지 면에서 문제가 있었다”라며 “전 직원 해고라고 하는 문건을 만들기 위해서는 인재지원팀장이 기한을 하고, 경영 실무를 맡고 있는 제가 결재를 해야하는데 인재지원팀장과 제가 결재하지 않은 상태에서 문건 결재가 나갔다”라고 했습니다.

강 본부장은 “또 하나는 본인이 이사들에게 사임을 표시한 다음에 결재를 한 상황이라서 그 문건의 효력 자체도 다퉈볼 여지가 있다”라며 “저희가 여러 노동법 전문가들에게 자문을 구했는데 현재 노동법 체계 안에서 불법적인 요소가 많다라는 의견이 대부분이어서 지금은 대표대행 대리를 맡고 있는 김경래 라디오 본부장과 상의해서 최종적 취소 결재를 했다”라고 말했습니다.

그는 “연말 연초까지 이 어려운 상황을 넘겨보려고 지금 다양한 방안을 강구를 하고 있지만 부끄럽지만 경영진의 한 사람으로서 뾰족한 수를 찾지 못해서 굉장히 답답한 마음”이라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TBS 존속 여부가 굉장히 불확실한 상황인 데다가 방송도 정상적으로 이뤄지지 않는 상황이라서 많은 지방자치단체라든가 공공기관이라든가 민간 기업에서 TBS에 선뜻 협찬을 하지 못하고 있다”라며 “예년과 비교했을 때 협찬 액수도 굉장히 떨어져 있어서 협찬만으로는 이 어려운 고비를 넘기기는 힘들 것 같다”라고 설명했습니다.

유 의원은 “TBS를 살리고 싶은 소시민이 TBS를 지원할 수 있는 방안은 없느냐”라고 물었고, 강 본부장은 “일반 시민이 협찬이나 광고 집행금을 TBS에 지급하는 건 현실적으로는 어려워 보인다”라며 “현실적으로 가능한 방법은 TBS 유튜브 채널에 구독을 하는 방법으로, 비록 수수료 일부는 유튜브 본사에서 가져가지만 TBS에 도움을 줄 수 있는 방안”이라고 전했습니다.

이어서 유 의원이 유튜브 수익에 대해 묻자 강 본부장은 “TBS 시민의 방송 유튜브 채널 구독자 수가 127만 명이기 때문에 유튜브 광고 수익은 꾸준히 창출은 되고 있긴 합니다만 과거에 비해 액수는 줄었다”라고 답했습니다.

유 의원은 “어렵겠지만 TBS 구성원들의 의지가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을 한다”라며 “죽지 않겠다, 시민을 위한 방송을 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줘야 또 지원하고 돕는 시민들도 계속해서 나올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마채숙 서울시 홍보기획관은 “작년 11월 말에 서울시가 TBS를 출연기관 해제한다면 이후 어떤 재원으로 TBS 운영할지에 대한 결론을 민영화로 결론 냈다”라며 “그래서 올 초부터 민간 투자자를 받기 위한 용역을 진행을 했고 그 과정에서 조금 진척은 있었지만 방통위에서 정관 변경이 되지 않았다. 정관 변경이 되어야 의향이 있었던 민간 투자자가 정상적인 투자를 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정관 변경이 불허되면서 모든 게 중지된 상태”라고 말했습니다.

TBS의 '문 안 닫을 결심' 이들은 왜 아직도 TBS에 남아있나
생방송 중인 최일구 아나운서 "침몰해 가는 느낌이지만 같이 할 것"
편성 PD없어 편성일 하는 제작 PD "편집 아르바이트로 생계 이어"
월급 못 받은 TBS 건물 관리인들 "방송사 일 자부심 느껴"

지난 10월 31일은 TBS 구성원들에겐 월급이 아예 나오지 않은 지 두달이 더 지난 날이었습니다. 또 이성구 전 대표대행이 9월 24일 결재한 <재단 직원 전원에 대한 구조조정을 위한 해고예고 계획안>에서 전원 해고가 예정된 날이었습니다. 그러나 이성구 전 대행은 사퇴했고, 해당 계획안은 무효화되어 TBS 직원들은 여전히 대부분 일을 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미디어오늘은 지난달 31일 TBS에 머물며 여전히 이 장소에서 방송을 만드는 TBS 구성원들을 만났습니다.

현재 TBS 직원들은 얼마나 남았고, 어떻게 일하고 있을까요? TBS는 30일 추가로 무급휴직 신청을 받았습니다. 이미 50여 명이 무급휴직을 하고 있었고, 10여 명이 추가돼 총 60여 명이 무급휴직에 들어갔습니다. 100여 명은 시간 선택제로 일하고 있습니다. TBS의 240여명 직원들 가운데 180여명이 여전히 일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10월 4주차 편성표 기준, 생방송은 '최일구의 허리케인 라디오' 정도이고 자체 본방송으로는 'TBS 영상 아카이브 한강의 기록', '시민영상 특이점', '서울 마블 스페셜', '서울, 도시 정원을 걷다', '5분 다큐 사람 스페셜' 등입니다.

10월 25일은 월급날이었습니다. 월급은 아예 나오지 않았습니다. 6월부터 월급이 제대로 나오지 않고 일부만 지급됐습니다. TBS 직원들은 “월급이 조금이라도 나오는 것과, 아예 나오지 않는 것은 체감상 정말 다르고 너무나 힘들다”라고 말했습니다. TV 제작부의 한 관계자는 “월급이 조금이라도 나오면 좋겠다”라며 “한 달 정도야 어떻게든 버텼다. 이제 두 달 지나고 세 달 째가 되어가니까 체감하는 게 정말 다르다. 특히 언제 지급이 된다는 기한도 없기 때문에, 많은 동료들이 무급 휴직을 하고 다른 일들을 하고 있다”라고 말했습니다.

“어쨌든 벌어야 살잖아. 다들 뭘 하면서 사는지 솔직히 모르겠지만 공사판 간 친구도 있고. 쿠팡 배달을 하는 동료도 있다. 방송 쪽 전문성을 살려서 편집 아르바이트를 하는 동료도 있다. …매일 방송하는 시간대가 있으니까 매일 나오는 사람도 있고 요일별로 나오는 사람도 있다. 방송은 나가야 하니까.”

TBS의 스튜디오들을 돌아봤습니다. 1층 오픈 스튜디오는 바깥과 연결되어 있어서 행인들도 자유롭게 방송 공간을 구경할 수 있도록 만들었습니다. 이곳에는 TBS '짤짤이쇼'를 만들던 흔적이 남아있었습니다. 또 다른 스튜디오엔 먼지가 켜켜이 쌓여있었습니다. 이곳엔 '우리 동네 라이브'를 방송하던 흔적이 있었고, 지난 9월 27일 방송한 큐시트가 놓여 있었습니다. 다른 스튜디오들도 먼지가 쌓여있는 것은 마찬가지였습니다.

작가실, 분장실 역시 불이 꺼져있고 적막만 흘렀습니다. 먼지 쌓인 시설을 둘러 본 전국언론노동조합 TBS 지부 김선환 비대위원장은 “이런 스튜디오들을 이렇게 방치하는 것이 혈세 낭비가 아니고 무언가 싶다. 빨리 TBS가 방송을 재개하는 날이 왔으면 좋겠다”라고 말했습니다.

① 두 달 째 월급 못 받은 TBS 건물 관리인들 “방송사 일 자부심 느껴서”

스튜디오 문을 함께 여닫고 생방송 출연자들을 관리하고 있는 건물 관리인 이장수, 임우진 씨도 마찬가지로 두달 째 월급을 받지 못했습니다. 비슷한 급여를 주는 다른 건물로 취직할 수도 있었지만 TBS에 남았다고 했습니다. 이장수 씨는 “2020년 입사했고 5년 정도 건물 관리를 했다”라며 “출입자 통제, 출연자들 안내, 화제 예방 체크와 도난 방지, 에너지 절약, 조명 관리, 민원 안내 전화를 받고 있다”라고 말했습니다. 최근에 한 민원전화를 받고 그는 매우 화가 났다고 합니다. 그는 “야간에 'TBS 망한다는데 잘 됐다'라며 비아냥 거리는 전화가 왔다”라며 “평소에 이런 비슷한 전화가 많이 걸려 온다. 물론 'TBS 도와주고 싶은데 어떻게 해야 하느냐'라는 분들도 계신다. 그런 분들에겐 고맙다”라고 전했습니다.

그는 “건물 관리인을 하기 전 자영업을 하면서 TBS를 즐겨들었다”라며 “정치인들 마음에 들고 안 들고에 따라 방송을 폐국시키려 한다는 것이 충격적이다. 얼마 전 TBS를 지키자는 시위에서 함께 피켓을 들었다. 사실 나이가 들고 머리도 허얘서 피켓 드는 것이 쉽지는 않았다. 남들의 시선도 신경쓰인 게 사실이다. 그래도 TBS가 정상화되고 함께 있는 직원들이랑 계속 일하고 싶어서 비 맞고 피켓도 함께 들었다”라고 말했습니다.

또 다른 건물관리인 임우진 씨 역시 “원래는 5명이었는데 3명은 다른 건물로 가고 2명이 남았다”라며 “다른 곳에서도 건물 관리를 해봤지만 방송사는 처음인데 마음에 들었다. 생방송을 할 수 있게 돕고, 지원을 한다는 것에 자부심도 느낀다. TBS에 희망을 보면서 계속 일을 하고 있다”라고 말했습니다.

② 여전히 생방송 중인 최일구 아나운서 “침몰해 가는 느낌이지만 같이 할 것”

조용했던 TBS 스튜디오에 활기가 돋는 건 오후 2시부터 4시입니다. '최일구의 허리케인 라디오' 생방송이 시작하면 TV에서도 함께 방영됩니다. 10월 마지막주 큐시트를 살펴보면 생방송으로 진행되는 방송은 이 방송이 유일합니다. 해당 방송은 협찬이 있기 때문에 소정의 제작비(외부 출연자 출연료 등)를 충당할 수 있다고 합니다. 그러나 그 비용도 최소한으로 지급되고 있다고 합니다.

이날 1부 방송을 끝내고 2부 방송 직전 5분 정도의 휴식을 가지고 있던 최일구 진행자와 짧은 대화를 나눴습니다. 최일구 진행자는 “2017년 10월부터 만 7년을 해왔기 때문에 다같이 일하는 우리 후배들이랑 같이 계속 하는 거지”라며 “나야 정식 직원은 아니지만, 내 후배들이나 마찬가지인 사람들이고 또 후배들도 나를 선배로 생각해주니까, 어쩌면 타이타닉 호처럼 침몰해 가는 느낌이지만 갈 데까지, 끝까지 나는 같이하겠다는 자세로 하고 있지”라고 말했습니다.

앞으로의 계획을 묻는 질문에 최 진행자는 “사실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 TBS 어떻게 될지 내가 알 수는 없어서 구체적인 방법은 잘 모르겠다”라며 “실낱같은 희망을 잡고 있지만 어떻게 될 지는 알 수 없다”라고 말하고 서둘러 생방송 부스로 돌아갔습니다.

③ 편성 PD 없어 제작 PD가 편성 “편집 아르바이트로 생계 이어”

작가실이나 분장실, 개인 편집실 등도 거의 비어있었지만 1~2군데 편집실에서는 여전히 PD들이 일을 하고 있었습니다. 김수인 TBS 제작 PD는 이날 오후 편집실에서 편성을 하고 있었습니다. 김 PD는 “예전에 저희가 찍었던 '한강의 기록'이라는 프로그램을 현재 방송하고 있다”라며 “제작비가 없는 현실에서라도 우리가 할 수 있는 걸 하자며 지내왔지만 이제는 무급 휴가 인원들이 많아지면서 제작은 거의 할 수 없게 된 상황”이라 전했습니다. 김 PD는 “현재는 TV에 '보이는 라디오'를 생방송으로 방영하고 '한강의 기록' 등 아카이브 프로그램을 내보내고 있다”라며 “지금 편성 PD가 없는 상황이어서 제가 편성 PD일을 배워서 하고 있다”라고 말했습니다.

김수인 PD는 “사실 촬영 아르바이트도 했었는데 촬영의 특성상 비규칙적인 스케쥴이어서 주 2~3회 TBS 편성을 해야하는 상황에서 불가능했다. 현재는 편집 아르바이트도 하고 있다”라며 “아르바이트를 해야 월세도 내고 관리비도 낼 수 있다. 다른 PD들도 '다음 달엔 어떻게 해야할까' 같은 생각을 하고 있다”라고 말했습니다.

TBS 아나운서인 이민준 공동비대위원장은 “많은 프로그램들이 중단됐지만 1시간 1번 교통정보를 제공해야 한다. 리포터들이 순번을 짜서 진행했지만 이제는 리포터들이 많이 줄어들어 아나운서들도 돌아가면서 진행하고 있다”라고 말했습니다. 그는 “TBS는 서울시민에게 교통정보를 제공해야 하는 공적의무가 있는 방송사다. 현재 회사에 남아있는 리포터와 아나운서들은 임금도 없이 그 의무를 다하고 있다”라고 전했습니다. 타 프로그램 등은 음악만 내보내거나, 생방송은 최대한 줄였지만 실시간으로 변하는 교통정보의 경우 미리 녹음을 하는 것도 불가능합니다.

④ TBS의 '문 안 닫을 결심' 이들은 왜 아직도 TBS에 남아있나

이러한 상황에서 '신규' 제작 프로그램을 만드는 PD도 있었습니다. 김옥랑 제작 PD는 TBS의 현재 이야기를 담은 '문 안 닫을 결심'이라는 유튜브 콘텐츠를 제작, 10월 25일 티저를 내보내고 11월 1일 첫 에피소드를 공개했습니다. 해당 에피소드에서는 TBS 25년차 송정애 아나운서가 TBS를 여전히 떠나지 않고 있는 이유를 물었습니다.

송 아나운서는 해당 콘텐츠를 통해 “아나운서로서 방송을 하고 있다는 안도감도 있지만, 다들 방송이 하고 싶어서 남아있는 사람들인데 다른 분들게 미안한 마음도 있다”라며 “제가 방송을 하기 전에는 계속 음악방송이 나간다. 제 목소리가 나갈 때 청취자분들이 '어 사람 왔다'라며 쑥 들어오시는 게 느껴진다”라고 말했습니다.

지난 10월 15일 방송에서 송 아나운서는 눈물을 흘리기도 했습니다. 이날은 서울시청 앞에서 TBS 직원들이 피켓 시위를 한 날이었습니다. 이날 '서울 플러스'의 방송 클로징으로 김별희 PD는 최유리의 '숲'을 선곡하고 국정감사 증인으로 참석하기 위해 떠났습니다. 송 아나운서는 이 노래를 설명하면서 “시민의 방송 유튜브로 오늘 집회 현장을 보실 수 있다. 오늘 끝 곡은 최유리의 '숲'이다. 저희가 청취자 분들의 숲이 되어드리고 싶고 청취자 분들도 저희의 숲이 되어주셨으면 좋겠다는 마음의 선곡”이라고 말하면서 흐느꼈습니다.

송 아나운서는 “(현재 TBS 상황에 대한 이야기를) 듣기 싫어하시는 분들도 계신 건 사실인데, 전하고 싶어서 집회를 한 날에도 큰 마음 먹고 (이야기를 했다)”라며 “그날 방송하는데 시민들이 '집회가고 있다'라는 문자를 보내주시는데 너무 고마웠다. 우리가 절벽 앞에 서있는 상황이라 더 해드리고 싶은 게 많은데 왜 그만 두라고 하는지, 우리가 뭘 해야 하는지 알려줬으면 좋겠다는 답답함과 안타까움이 있다”라고 말했습니다. 이어 “우리가 희망 고문을 당한 것이 2~3년이 됐다. 이 무기력이 일상화된 것이 너무 안타깝다”라며 “지금 라디오 듣는 분들은 사람이 그리워서 들으시는 분들이 많다고 생각하는데 음악만 나가는 것도 하루 이틀이지, 청취자분들이 사라지는 게 안타깝다”라고 말했습니다.

해당 콘텐츠를 제작한 김옥랑 PD는 이날 TBS 편집실에서 “제작을 할 수 있어서 다행”이라며 “우리의 이야기를 담고 싶어서 제안을 했는데 다들 힘든 상황에서도 선뜻 다 하겠다고 해 주셨다”라고 말했습니다. 김 PD는 “어려울수록 동료애가 생기는 것 같기도 하다. 지금 같은 상황에서도 7시 생방송을 매일하고 있는 송정애 아나운서의 이야기를 시작으로 TBS 사람들의 이야기를 기록하려 한다”라고 기획 의도를 밝혔습니다.

왜 TBS에 남아있느냐는, 김 PD가 아나운서들에게 던지는 질문을 이번에는 김 PD에게 던졌습니다. 김 PD는 “우리는 방송을 하는 사람들이다. 방송을 하고 싶어서 남아있다”라며 “지금까지 남아있는 사람들 정말 힘들고 절박한 벼랑 끝에 서 있지만 TBS를 지키고 싶고 방송을 하고 싶은 마음은 공통적이다. 누가 잘못했는지 책임에 대한 이야기는 너무 늦은 것 같다. TBS를 어떻게 살릴지… 폐국만은 막고 싶다”라고 말했습니다.

방통위, "심의 의결사항" 이유로 거부… TBS 재정난 해결책 못 찾아

방송통신위원회가 TBS의 정관변경 신청을 다시 반려했습니다. 방통위는 오늘(5일) 오후 보도자료를 내고 “TBS가 지난 10월 8일 신청한 정관변경 허가건을 반려했다”라고 밝혔습니다.

방통위는 “운영자금 조달 원천을 변경하는 사안에 해당해 정관변경만으로 처리할 사항이 아니고, 재허가 사업계획서 주요내용 변경승인 등 방통위 심의·의결이 필요한 사안이라고 판단했다”라고 밝혔습니다.

지난 6월 서울시의회의 지원조례가 폐지되고 출연기관 지위에서 해제되면서 TBS는 자금난에 빠졌습니다. TBS는 지정기부금단체로 지정 받기 위해 연간 기부금 모금액 및 활용실적을 홈페이지에 공개하는 내용의 정관변경 허가를 신청했습니다. TBS는 정관상 기부금을 받을 수 없어 시민 후원이나 기업의 지원을 받을 수도 없습니다. 현재 TBS 직원들은 두달 째 임금을 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앞서 TBS가 민간투자와 기부 등을 받기 위해 서울시 지배구조를 탈피하고 비영리법인으로 바꾸는 정관 변경을 방통위에 신청했을 때도 방통위는 같은 이유로 반려했습니다.

김태규 위원장 직무대행은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방통위가 1인 체제로 운영되고 있어 TBS의 향후 운영방향에 대해 본격적인 검토를 할 수 없는 상황을 안타깝게 생각한다”라며 “방통위가 조속히 정상화되어 TBS 운영방향에 대한 바람직한 해법을 찾을 수 있기를 바란다”라고 했습니다. 현재 방통위원장 탄핵 등으로 관련 논의를 할 수 없다는 지적입니다.

이어진 질의응답에서 TBS 측은 방통위 의결사항인지 명확하지 않다며 '납득이 안된다'라고 하자 이헌 방통위 방송정책국장은 “저희도 완벽한 자신이 없어서 법률 자문을 받은 것이다. 임의로 한 건 아니다”라고 했습니다.

이어 TBS 측에선 '(1차 신청때와 달리) 지배구조가 바뀌는 내용이 아니고 후원금을 받게 되는 경우 인터넷에 공개하겠다는 내용'이라고 반박하자 이헌 국장은 “지배구조, 재원 두가지에 대해 중요한 변경이 있으면 위원회 의결승인을 받아야 한다는 것”이라고 했습니다. TBS 측이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모금하는 것도 안 되는가'라고 했으나 이헌 국장은 “저희가 임의로 결정할 수가 없다”라고 했습니다.

이어진 “방통위는 방송을 중단시키면 안되지 않나. 방송을 지속하는 것 자체가 어려운 상황”이라는 하소연에도 이헌 국장은 “즉답 드릴 수 있는 사안이 아니라서 매우 안타깝게 생각하고 있다”라고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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