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딱 3주 먹고 12kg 감량", "한 알만 먹으면 매일 피부세포 1억 개 회복"
최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기승을 부리는 광고 유형입니다. 솔깃한 광고 내용과 달리 실제 효능이나 효과는 없는 경우가 대다수입니다. 엄연한 위법행위이기도 합니다. 거짓·과장된 표시를 하고 소비자를 기만하는 광고는 표시·광고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표시광고법)에 따라 광고주와 광고 행위자 모두 처벌받을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이런 악성 광고들은 고도화된 SNS의 알고리즘을 타고 이용자들의 일상 깊숙이 침투해 큰 불편을 주고 있습니다. 광고로 인해 재산·건강상의 피해를 본 이용자도 적지 않습니다. 정부는 물론 국내외 SNS 플랫폼 회사들도 이런 광고들을 뿌리 뽑기 위해 노력해 왔지만, 근본적인 제도 개선과 피해 구제는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① 허위·과장 광고부터 유명인 사칭까지
SNS의 악성 광고 유형은 최근 몇 년 새 눈에 띄게 다양해졌습니다. 상품의 정보를 지나치게 부풀리거나 소비자를 속이는 허위·과장 광고는 SNS 이용자들에겐 이미 상수로 자리 잡았습니다. AI 기술이 발전하면서 소비자뿐만 아니라 당사자에게도 큰 피해를 야기할 수 있는 사칭 광고로 발전하는 추세입니다.
최근 가장 기승을 부리는 유형은 식품과 화장품 광고에서의 불법행위입니다. '각종 성인병 예방에 도움', '변비', '불면증에 최고' 등의 표현으로 질병 치료 효과가 있는 듯 광고하는 SNS 게시물들이 대표적입니다. 식품 등의 표시·광고에 관한 법률은 일반식품을 질병 예방과 치료에 효능이 있는 것처럼 광고하거나 건강기능식품으로 오인하게 만드는 광고를 금지하고 있습니다.
특히 이런 광고들은 대부분 단순 이용 후기처럼 포장되는 탓에 소비자들이 더 쉽게 속는 경우가 많습니다. 수만 명의 팔로워를 거느린 인플루언서들의 게시물을 통해 광고가 퍼지기 때문입니다. 인플루언서의 게시물 본문에 '벌써 체중이 3kg 빠졌다'라는 문구가 포함되거나 실제 사진을 활용해 '비포어 앤드 애프터' 이미지를 삽입하는 등의 형태는, 악성 광고인지 인지하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단속도 쉽지 않습니다.
유명인 사칭 광고는 파급력이 더 큽니다. AI를 통해 인간 이미지를 합성하는 '딥페이크' 기술과 음성 합성 기술을 활용해 유명인을 사칭하는 방식입니다. MC 유재석이나 삼성가(家)의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등 유명인을 사칭해 주식 투자 리딩방 가입을 유도하거나 특정 제품을 추천하기도 합니다. 단순 연예인이나 전문가를 사칭하는 수준을 넘어 전현직 대통령까지 등장한 광고를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사칭을 당한 당사자들의 피해도 이만저만이 아닙니다. 실제 유명인을 사칭한 사기 광고가 횡행하자 지난해 3월 당사자인 유명인들이 직접 플랫폼에 문제 해결을 촉구하고 나선 바 있습니다. 이른바 '유명인 사칭 온라인 피싱 범죄 해결을 위한 모임(유사모)' 성명서에 동참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유명인은 유재석을 비롯해 유명 강사이자 베스트셀러 작가인 김미경 작가, 개그우먼 송은이와 개그맨 황현희, 존 리 전 메리츠자산운용 대표, 주진형 전 한화투자증권 대표 등입니다.
해외도 다르지 않다. 미국에선 톰 행크스, 테일러 스위프트, 켈리 클라크슨, 미스터 비스트 같은 유명인이 사기성 다이어트 보조제, 치과 보험 홍보, 아이폰 경품행사에 얼굴 사진을 도용당했습니다. 지난해엔 폴란드의 부호인 라팔 브르조스카 인포스트 CEO가 사칭 광고를 방관했다는 이유로 인스타그램과 페이스북을 운영하는 메타를 고소하기도 했습니다.
게다가 빅테크사들이 맞춤형 광고를 위해 이용자들의 개인정보를 활용한다는 의혹까지 제기되는 상황입니다. 최근 애플은 아이폰으로 이용자 음성을 수집하고 이를 맞춤형 광고에 활용했다는 의혹과 관련한 집단소송에서 소비자들에게 9500만 달러(약 1400억원)를 지급하기로 합의했습니다. 아이폰 음성 비서 '시리'가 무단으로 사적 대화를 녹음해 광고주에게 데이터로 제공했다는 의혹입니다. 나이키 신발에 관한 대화를 나눴더니 기기에서 관련 광고가 노출되는 등의 사례입니다. 애플은 '3자 개인정보 보호'에 대한 우려에서 벗어나고자 합의안을 냈을 뿐, 개인정보 도청과 판매는 없었다는 입장입니다.
② 불법 광고주들에게 '기회의 땅' 된 SNS
SNS는 어쩌다 악성 광고의 온상이 됐을까요? 우선 근본적인 배경은 최근 몇 년 새 치솟은 국내 SNS 이용률입니다. 국내 SNS 이용자가 늘어나자 많은 기업이 몰리면서 광고 시장이 커졌습니다. 불법 광고도 함께 기승을 부리기 시작했습니다. 반면 빠르게 변화하는 트렌드에 비해 규제나 제도적 장치가 마련되는 속도는 느렸던 것으로 파악됩니다.
정보통신정책연구원에 따르면, 2023년 기준 국내 SNS 이용률은 58.1%로 집계됐습니다. 국민 절반 이상이 SNS를 이용하고 있습니다. 이용률은 매년 꾸준히 높아지고 있습니다. 2019년 47.7%에서 2020년 52.4%, 2021년 55.1%, 2022년엔 57.6%까지 올랐습니다.
특히 MZ세대(밀레니얼+Z세대) 이용률이 크게 상승했습니다. 밀레니얼 세대의 SNS 이용률은 2021년 83.5%에서 2023년 90.6%로 7.1%포인트 높아졌습니다. Z세대에서는 72.6%에서 87.2%로 15%포인트 가까이 뛰었습니다. 같은 기간 X세대와 베이비붐 세대의 이용률은 각각 0.3%포인트, 4.5%포인트 하락했습니다. SNS 이용자 중에서도 최신 트렌드에 민감하고 모바일을 통한 소비에 적극적인 세대의 비중이 확대되고 있는 셈입니다.
온라인 광고시장도 덩달아 커졌습니다. 사람들이 몰리고 소비 수요가 확대되자 기업들도 눈독을 들이기 시작한 것입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가 1월 9일 발표한 '2024 방송통신광고비 조사보고서'에 따르면, 2023년 기준 국내 온라인 광고비는 9조 3653억원으로 전년 대비 7.6% 증가했습니다. 국내 광고시장(16조 5410억원)의 56.6%로, 절반이 넘는 규모입니다.
이 가운데 인스타그램, 페이스북 등 SNS 광고로 구성된 모바일 광고비는 7.1% 증가한 7조 2887억원을 기록했습니다. 전체 온라인 광고비의 77.8%를 차지하는 규모입니다. 방송 광고(3조 3390억원) 규모의 2배가 넘습니다. 2018년까지만 해도 모바일 광고비는 3조 6618억원으로 방송 광고와 비슷한 수준이었습니다. 광고 산업 불황으로 대체로 하향곡선을 그리고 있는 업계에서 SNS만이 유일무이한 인기 광고 매체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셈입니다.
불법 광고주들도 먹잇감을 포착하기 시작했습니다. 이들에게도 SNS가 '인기 광고 매체'로 인식되면서 불법 광고 적발 건수가 크게 늘어났습니다. 2023년 SNS상 허위·과장 광고로 적발된 건수는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에서만 2100여 건에 달했습니다. 전년 대비 6배 늘어난 규모입니다. 지난해 1월부터 8월까지도 약 1300건이 적발된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악성 광고로 의심되는 사례도 많습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2023년 3월부터 12월까지 주요 SNS의 '뒷광고' 현황을 모니터링한 결과, 의심 게시물 2만 5966건을 적발했다고 밝혔습니다. 뒷광고란 돈을 받고 광고를 하는 사람이 광고라는 사실을 제대로 밝히지 않고 순수한 이용 후기인 것처럼 소비자를 기만하는 엄연한 위법행위입니다.
공정위는 2022년에도 SNS 점검을 통해 뒷광고 게시글 3만 1064건에 대한 자진 시정을 완료한 바 있습니다. 2019년엔 아모레퍼시픽과 LG생활건강 등 뒷광고를 제공한 7개 업체에 대해 과징금을 부과하기도 했습니다. 관계부처들의 갖은 관리 노력에도 불법 광고 횡행은 멈추지 않고 있는 것입니다.
③ 단속·처벌 강화해도 메우지 못한 '제도적 구멍'
상황이 이렇다 보니 정부와 플랫폼에 문제 해결을 촉구하는 움직임도 계속돼 왔습니다. 특히 악성 광고가 재산상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이를 사전에 차단하는 강력한 규제가 필요하다는 일각의 목소리도 큽니다. 실제 이용자들의 피해로 이어지지 않더라도 SNS 이용에 대한 피로도가 날로 상승해 개선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정부도 손을 놓고 있던 것은 아닙니다. 정부 각 담당 부처에서는 악성 광고를 모니터링하고 단속하는 활동을 매년 강화해 왔습니다. 단속을 통해 적발한 부당 광고 게시자나 사업자를 처벌·제재하고 수사기관에 송치하는 일도 지속적으로 벌이고 있습니다.
문제는 제도적인 허점에 있습니다. 광고시장에서 두 번째로 규모가 큰 방송 광고와 비교해 보면 차이가 명확합니다. 현행 방송 광고의 경우 한국방송협회와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이하 방심위)가 엄격한 심의와 제재를 하고 있습니다. 규정에 위반되는 광고를 송출하면 방송사는 법적 처벌과 재허가 감점 등 불이익을 받습니다. 실제 지난해 SBS는 <SBS 인기가요>에서의 아이폰 간접광고 논란으로 인해 방심위로부터 재허가 감점 사유로 적용되는 중징계인 주의 처분을 받고, 해당 방송 PD를 교체했습니다.
SNS 광고 규정은 이에 비해 느슨합니다. 플랫폼 자율 규제에 대부분을 맡기고 있습니다. 인스타그램, 페이스북 등 플랫폼사가 자체 가이드라인에 따라 광고를 심의·차단하는 구조입니다. 방심위도 심의를 맡고는 있지만, 접수된 민원 및 모니터링을 통한 사후 심의만 담당해 실효성은 떨어지는 것으로 평가됩니다.
이 밖에도 광고 상품별로 심의 기구에 사전 심의를 받아야 하는 규정도 마련돼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의료 광고는 의료법에 따라 의료광고심의위원회의 사전 심의를 의무적으로 받아야 합니다. 기능성 표시식품 광고를 하려면 사전에 한국식품산업협회의 심의를 거쳐야 합니다. 하지만 인플루언서, 대행사 등 다양한 주체를 거치는 SNS 광고 특성상 이 절차를 알지 못하거나 무시하는 경우가 대부분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그렇다면 사후 단속은 잘 이뤄지고 있을까요? 이 역시 구조적으로 단속이 제대로 이루어지기 어렵다는 지적을 받습니다. 소관부처가 제각각인 탓입니다. 예를 들어 건강보조식품이나 화장품은 식약처, 도박·게임 광고 등은 게임물관리위원회, 의료 광고는 의료광고심의위원회 등이 담당하는 식입니다. 광고 유형별로 단속 주체가 다르다 보니 일괄적인 관리가 불가능합니다.
단속을 해도 곧바로 제재하긴 어렵습니다. 제재를 담당하는 주체도 다르기 때문입니다. 적발된 광고를 심의한 후 차단 및 제재하는 권한은 방심위와 지자체에 있습니다. 식약처, 게관위 등 단속 주체가 단속해도 즉각적으로 차단하거나 처분하기 어려운 구조입니다. 게시물 차단 후에도 법을 위반했다는 점을 알릴 의무가 없어 단순히 '게시물 삭제'라고 표기되는 데다, 같은 계정으로 다시 판매 링크를 게시해도 제재할 방법이 없다는 점도 우려를 키우는 대목입니다.
다만 SNS는 그 자체로 특수성이 있습니다. 누구에게나 열린 자유로운 공간이니만큼 방송법 적용도 받지 않습니다. 이 때문에 광고 영역에서만 방송사들의 광고에 준하는 엄격한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는 건 적절치 않다는 점도 핵심 논쟁거리 중 하나입니다.
④ AI의 범람 따라 앞으로 더 잡기 어려워진다!
이런 이유에서 등장한 것이 플랫폼 책임론입니다. 인스타그램, 페이스북, 유튜브 등 플랫폼 회사가 자체적인 규제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입니다. 현행 제도에서는 불법 광고가 적발되더라도 플랫폼은 책임이 없다 보니 허위·과장 광고 게시자가 적발됐다는 사실을 소비자나 규제 당국에 알릴 의무도 없습니다.
특히 광고가 플랫폼사 매출에서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한다는 점에서 책임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는 커지고 있습니다. 메타의 지난해 3분기 광고 매출은 399억 달러(약 58조 2979억원)로 전체 매출의 98.3%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게시물을 넘어 릴스, 숏폼 등에도 광고 기능을 추가하는 등 수익원을 다각화한 덕입니다. 하지만 그만큼 악성 광고가 확산하는 창구를 늘리는 부정적인 효과도 냈습니다. 수익을 확보하려는 노력에 비해 규제에는 소극적인 태도를 보인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물론 플랫폼들도 자사 정책을 통해 악성 광고들에 대한 조치를 강화해 왔습니다. 구글은 2023년에만 55억 건 이상의 정책 위반 광고 삭제 및 차단, 악의적으로 정책을 위반한 1270만 개 광고주 계정을 차단하는 등 광고 생태계 보호를 위한 노력을 지속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메타의 경우 커뮤니티 안전과 보안을 위한 인력과 기술에 2016년부터 200억 달러 이상을 투자하고, 4만 명 이상의 관리 인력을 투입했습니다.
하지만 영세 광고 대행업체들이 수시로 사라졌다 생겨나는 등 파훼법도 꾸준히 발전하고 있어 뚜렷한 대책은 마련되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날이 갈수록 불법 광고를 근절하긴 더 어려워질 것이란 전망은 우려를 더합니다. 기술의 발달로 불법 광고 유형은 더 복잡해지고 있습니다.
AI를 기반으로 한 알고리즘도 진화하고 있습니다. 플랫폼사들은 이용자들의 체류 시간을 늘리기 위해 개인화된 콘텐츠와 광고를 끊임없이 노출시키고 있습니다. 소비자들 입장에선 악성 광고에 더 취약한 환경이 마련되고 있는 셈입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제도 도입과 입법을 통한 개선 노력이 병행돼야 하지만, 인플루언서 등 수많은 주체가 광고를 쏟아내는 SNS의 특성상 정부 차원에서 일일이 단속·처분하고, 소비자가 피해를 구제받는 데도 한계가 있다"라며 "플랫폼 회사들이 자체 심의와 가이드라인을 강화하고 차단 노력을 지속하는 것이 악성 광고를 뿌리 뽑기 위한 핵심적인 대책이라고 볼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