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은 오늘(16일) 전국적인 집중 호우로 발생한 인명피해를 우려하며 정부에 적극적인 대책 마련을 촉구했습니다. 특히 이번 폭우에 가장 직접적인 피해를 입은 충청도·경상도 지역 국회의원들이 한목소리로 피해 복구를 약속했습니다.

충남 공주·부여·청양에서 5선을 지낸 정진석 의원은 이날 오전 자신의 페이스북에 "수마(水魔)가 할퀴고 간 공주 부여 청양의 상흔은 깊습니다. 전례없는 대홍수"라고 적었습니다.

정 의원은 "민·관·군이 합심하여 인명구조 피해 최소화에 혼신의 힘을 다하고 있다. 피해 복구 지원에도 만전을 기할 것"이라고 했습니다.

그는 지난 14일부터 자신의 페이스북에 지역구 곳곳의 피해 상황을 공유했습니다.

전날에는 "공주는 지금 피해대책이 아닌 피난대책이 우선"이라며 "단 한 명의 인명피해가 없도록 전 공직자들이 혼신의 힘을 다해 살피고 있다. 한덕수 국무총리와 통화해서 공주 부여 청양의 극심한 호우 피해 상황을 설명드렸다"라고 전했습니다.

그러면서 "할 수 있는 모든 노력을 다해 더 이상의 인명피해를 막고 피해 대책을 세우겠다"라고 덧붙였습니다.

충북 청주 지역 출신 정우택 국회부의장도 자신의 페이스북에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국민 개개인 모두 긴장감을 늦추지 말고 기상 상황에 주시해야 할 때"라고 밝혔습니다. 청주 오송에서는 궁평지하차도 침수로 15대가 잠기고, 7명이 숨진 채 발견됐습니다.

정 부의장은 "정부는 과하다 싶을 만큼 준비해야 한다"라며 "반지하 주택, 지하 주차장, 지하철 등 낮은 지대에 침수 방지 시설을 설치하고 제대로 작동하는지 철저히 점검해야 한다"라고 강조했습니다.

또 "이미 폭우를 맞은 지반은 산사태, 저지대 침수, 공사장 붕괴 위험이 있으니 지자체에서 선제적으로 대응해야 한다"라고 주문했습니다.

부산 사상구 국회의원인 장제원 의원은 지난 11일 학장천에서 실종된 시민 구조 상황실에 다녀왔다고 밝혔습니다.

장 의원은 이날 "소방, 경찰, 해경을 포함한 구조인력과 장비를 총동원해 실종자를 찾는 데 총력을 다해 줄 것을 당부했다. 참담하고 안타까운 마음이 이루 말을 할 수가 없다"라고 전했습니다.

이어 "민관이 합동으로 더 이상의 인명피해 없이 구민들을 안전하게 지키기 위해 시시각각 혼신의 힘을 다하고 있다"라며 "이번 장마와 집중호우가 끝난 후에는 엄마의 마음으로 신속한 피해 복구에 모든 노력을 기울이겠다"라고 약속했습니다.

마찬가지로 부산 지역구 의원인 박수영 여의도 연구원장은 "거의 매년 폭우와 태풍에 의한 인명과 재산에 큰 피해가 나고 있다"라며 "이번 인플레이션 위협이 걷히면 정부가 안전 인프라에 대형 투자를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했습니다.

박 원장은 "문재인 정권 때 '삽질 예산'이라고 인프라 투자를 줄이고 현금성 복지로 투자의 우선순위를 바꿨고 이재명 대표는 퍼주기식 기본소득까지 주장하지만 배부른 소리"라며 "안전이 복지"라고 주장했습니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위원장을 지낸 이채익 의원(울산 남구갑)은 "사흘째 이어진 집중호우로 충청, 경상, 전라 지역에서 사상자 및 실종자가 잇따라 발생하는 안타까운 상황이 계속해서 발생하고 있다"라며 "운명을 달리하신 분들께 깊은 애도를 표하며, 실종자 분들에게는 기적이 일어나 무사귀환 하시길 간절히 기도한다"라고 했습니다.

이 의원은 "이번 폭우로 인한 피해자 분들과 피해 지역에 대한 조속한 지원이 이뤄질 수 있도록 국회 차원의 대책 마련에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라고 덧붙였습니다.

유승민 전 국민의힘 의원은 "밤새 구조작업에 매달린 소방당국의 노력으로 한 명이라도 더 구조되기를 기도한다"라며 "비 예보가 계속되는데 더 이상의 인명피해가 없도록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모두 철저히 대비해주길 바란다"라고 촉구했습니다.

한편, 행정안전부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에 따르면 이날 오전 11시 기준 집계된 인명피해는 사망자 33명, 실종자 10명, 부상자 22명입니다.

★ 이동직 앵커 : 이어서 충남 상황 알아보겠습니다. 충남에선 밤사이에도 제방이 무너져 주민들이 대피했고요. 문화재 피해도 큰 상황입니다. 대전CBS 김정남 기자 연결하겠습니다. 김정남 기자! 먼저 밤 사이 상황 전해주시죠.

☆ 김정남 기자 : 네, 먼저 밤 사이 충남 청양의 하천 제방이 무너져 주민들이 대피한 소식 전해드리겠습니다. 자정쯤 청양군 청남면에 있는 대흥배수장 인근 지천이 폭우로 불어나면서 제방이 무너졌습니다. 청양군은 청남초등학교 등지에 긴급 대피소를 마련했고 인양리와 왕진리, 아산리 등 마을 주민 190여 명이 대피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현재까지 다친 사람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하지만 하천 인근 저지대가 물에 잠기고 일부 도로도 통제되고 있는 상황입니다.

날이 밝으면서 피해 상황이 더욱 뚜렷하게 파악이 될 것 같습니다.

말씀드린 충남 청양은 어제까지 사흘간 정산면을 중심으로 569㎜의 기록적인 폭우가 내린 곳이기도 합니다.

논산에서도 금강과 논산천 제방이 일부 유실되거나 붕괴 위험이 있어 성동면 우곤리와 원봉리 일대 주민들에게 대피하라는 지시가 이뤄졌습니다.

또 논산 개척리 일대에도 물이 범람하고 있다며 대피 지시가 내려졌습니다.

충남 지역에선 어제도 공주 옥룡동 일대가 물에 잠기면서 주민 1명이 숨지고 소방당국이 고무보트를 타고 주민들을 구조했습니다.

★ 이동직 앵커 : 충남권에서도 많은 비가 내렸는데요, 지금까지 비 피해 상황도 전해주시죠.

☆ 김정남 기자 : 네, 이어지는 폭우에 인명피해도 있었습니다. 어제 공주 옥룡동 침수 현장에서 50대로 추정되는 남성 1명이 목숨을 잃었고 세종과 충남에선 산사태로 어제와 그제 4명이 숨지고 2명이 다쳤습니다.

또 아산에선 70대 남성이 저수지에서 실종됐는데, 현재까지 찾지 못하고 있습니다.

동네 대부분이 물에 잠긴 곳도 적지 않은데요. 이렇게 침수 규모도 큰 데다 논과 비닐하우스 등 농경지와 축산농가의 피해도 계속 늘고 있는 상황입니다.

★ 이동직 앵커 : 문화재 피해도 있다고요?

☆ 김정남 기자 : 네, 백제의 고도 공주와 부여에서 피해가 잇따랐습니다. 먼저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된 백제역사유적지구 중 한 곳이자 사적 제12호인 공주 공산성에선 사흘 동안 내린 비로 공산성 내 누각인 만하루가 침수됐습니다.

밀려든 물에 현재 만하루는 지붕만 보이는 상태입니다. 서쪽에 위치한 문루인 금서루 하단에서도 토사가 흘러내렸습니다.

공주에는 구석기 시대에 한반도에 사람이 살았다는 사실을 처음 알게 해준 공주 석장리 유적도 있는데요, 계속된 장대비 속에 발굴지가 침수됐습니다.

석장리 유적 인근에 있는 석장리 박물관이 소장한 유물은 이동 조치된 상태고요. 박물관은 현재 출입이 통제되고 있습니다.

백제 왕릉과 왕릉급 무덤이 모여있는 공주의 무령왕릉과 왕릉원에서도 일부 지역의 토사가 유실됐고, 공주 수촌리 고분군에선 일부 경사면이 무너졌습니다.

또 부여에 있는 왕릉원에서도 서쪽에 있는 고분군 가운데 2호 무덤 일부가 유실됐습니다.

★ 이동직 앵커 : 앞으로의 비 전망은 어떻습니까?

☆ 김정남 기자 : 현재 대전과 세종, 충남 12개 시군엔 호우경보가 유지되고 있고 그 밖의 지역에도 호우주의보가 내려진 상태입니다.

현재 충남권 일부 지역의 빗줄기는 약해지거나 소강상태를 보인 곳이 있지만, 오후부터 또 강수 구름이 발달할 수 있어 기상청은 호우특보를 유지한다고 밝혔습니다.

사흘간 많게는 500㎜가 넘는 많은 비가 내린 상태에서 내일까지 충남권 남부에 최대 150㎜의 비가 추가로 내릴 것으로 전망돼 긴장감이 높습니다.

특히 모레까지도 주로 새벽과 오전시간대 시간당 30~60㎜의 강한 비가 내리는 등 비가 강약을 반복하며 이어지겠습니다.

충남 청양과 논산에서 제방이 무너져 주민 400여 명이 대피했습니다. 일부 지역에도 제방 붕괴와 범람 위험이 있는 상황입니다. 충남에서는 침수와 산사태로 4명이 숨지고 2명이 다쳤으며 1명이 실종 상태입니다. 재산피해도 늘고 있습니다.

오늘(16일) 새벽 0시 충남 청양군 청남면에 있는 대흥배수장 인근 지천 제방이 붕괴되면서 인양리와 왕진리, 아산리 등 주민 203명이 대피했습니다.

청남초등학교에 144명이 대피한 것을 비롯해 청어람센터에 51명, 아산리 마을회관에 8명이 대피한 것으로 각각 파악됐습니다.

청양군은 안전안내문자를 통해 이 일대를 통행하는 차량에 대해서도 '지천 제방 붕괴로 지방도625호 제1대흥교~중산리삼거리 구간 교통 통제하니 우회 바란다'라고 알렸습니다. 충남 청양에는 전날까지 사흘간 정산면을 중심으로 569㎜의 기록적인 폭우가 내렸습니다.

논산에서도 논산천 제방이 일부 유실되면서 성동면 원봉리 일대 주민들에게 대피하라는 지시가 내려졌습니다. 논산시는 안전안내문자를 통해 '성동면 원봉리 777-3번지 논산천 제방이 일부 유실돼 위험하니 안전한 곳으로 대피하라'고 알리고 마을방송을 통해서도 주민들을 대피시켰습니다.

성동면 주민 206명이 성동초등학교와 원봉초등학교 등지로 대피했고 인명피해는 접수되지 않았습니다.

시는 성동면 우곤리와 개척리 일대에는 현재 제방이 유실되지 않았지만 붕괴나 물이 범람하는 등 위험이 있다며 대비해달라고 당부했습니다.

전날 공주시 옥룡동을 비롯한 침수로 구조된 요양원 입소자 150명은 타 요양시설 3곳으로 분산 이송됐습니다. 공주 옥룡동 침수 현장에서 50대로 추정되는 남성 1명이 목숨을 잃었고, 논산과 청양에서 산사태로 3명이 숨지고 2명이 다쳤습니다.

또 아산에서는 70대 남성이 저수지에서 실종됐는데, 현재까지 수색작업이 진행 중입니다.

오늘(16일) 오전 7시까지 집계된 피해는 14개 시군 3256ha의 농경지가 침수되고 27.8ha가 유실·매몰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또 공주와 부여, 보령, 논산, 청양에서 64곳의 축산농가가 피해를 입었습니다. 한우 3062두와 돼지 6029두, 닭 25만 1800수, 꿀벌 150군이 피해를 입은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또 공산성과 부소산성, 석장리 유적, 부여 왕릉원, 문수사, 서천읍성 등 8곳의 문화재가 피해를 입었습니다.

현재 대전과 세종, 충남 12개 시군에는 호우경보가 유지되고 있고 그 밖의 지역에도 호우주의보가 내려진 상태입니다.

현재 충남권 일부 지역의 빗줄기는 약해지거나 소강상태를 보인 곳이 있지만, 오후부터 또 강한 비구름이 발달해 비의 강도가 강해질 수 있어 기상청은 호우특보를 유지한다고 밝혔습니다.

사흘간 많게는 500㎜가 넘는 비가 내린 상태에서 내일(17일)까지 충남권 남부에 최대 150㎜의 비가 추가로 내릴 것으로 전망돼 긴장감이 높습니다.

모레(18일)까지도 주로 새벽과 오전시간대 시간당 30~60㎜의 강한 비가 내리는 등 비가 강약을 반복하며 이어지겠습니다.

계속되는 폭우로 피해가 속출하는 가운데, 경북 지역을 중심으로 산사태 피해가 커 그 원인에 이목이 쏠립니다. '산사태 취약 지역'에 대한 관리 미비가 또다시 도마 위에 오를 것으로 보입니다.

오늘(16일) 오후 2시 기준 경북북부 4개 시·군에서만 18명 사망, 9명 실종, 17명 부상 등의 피해가 발생한 것으로 잠정 집계됐습니다. 이중 '산사태 매몰'로 인한 사인(死因)은 12명으로 잠정 집계된 것으로 전해집니다.

비극은 사실상 산사태 취약 지역에서 시작됐습니다. 경북 예천군 효자면 백석리에서는 산사태로 3명이 숨지고 2명이 실종됐습니다. 예천군이 2017년 6월부터 지난해 12월까지 산사태 취약 지구로 지정한 네 지점으로 둘러싸인 곳이기도 합니다.

산사태 등으로 1명이 사망하고 3명이 실종된 예천군 감천면 진평리도 2019년 10월 취약지역으로 지정된 곳과 불과 640m 거리에 위치합니다. 산사태로 주택이 매몰돼 2명이 사망한 예천군 용문면 사부리는 2017년 6월 28일 산사태 취약지역으로 지정된 지점과 산 하나를 사이에 낀 마을입니다.

여기에 경북 일부 피해 지역의 경우 애초 산사태 취약 지역으로조차 지정되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지면서 피해를 더욱 키웠습니다. 향후 관리 사각지대 문제가 대두될 것으로 보입니다.

산사태 취약 지역은 지난 2011년 서울 우면산 산사태 이후 집중호우와 태풍으로 인한 산사태로부터 국민의 생명과 재산, 산림을 보호하기 위해 산림보호법에 따라 정합니다.

산림청 기초조사와 지자체의 현장 실태조사, 전문가 검증 등을 토대로 위험도를 4개 등급으로 분류한 뒤 산사태 위험이 높다고 판단한 상위 1~2등급에 해당한 곳을 지자체장이 취약지역으로 지정·고시해 집중 관리를 해야 합니다.

비 피해에 따른 정전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입니다. 피해 주민 등에 따르면, 폭우가 쏟아지던 어제(15일) 새벽 예천군 전역에는 밤새도록 대피 방송과 집집이 대피 유도 전화벨이 울려 퍼졌습니다. 그러나 일부 지역은 이미 전날 늦은 오후부터 정전이었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일각에서는 경북도 차원에서 적극적인 행정력을 동원해 주민 대피를 이끌었으면 상황이 달라졌을 거라는 아쉬움도 제기됩니다. 산사태 피해규모가 컸던 만큼, 일개 군청 단위로 피해예방과 사고수습을 하기에는 역부족일 수 있다는 목소리가 나옵니다.

나흘간 300㎜ 이상의 장대비가 쏟아진 강원도 영월에서 산사태가 발생해 중학교 1곳에서 시설 피해가 발생했습니다.

오늘(16일) 강원특별자치도교육청에 따르면 이날 밤사이 호우에 따른 산사태가 발생해 영월군 산솔면 녹전중학교 펜스 등 일부 시설이 훼손됐습니다. 다친 사람은 없었습니다. 도 교육청과 학교 측은 학사일정 변동을 협의하고 있습니다.

교육부는 이번 집중호우로 피해가 발생했거나 등·하굣길 학생 안전이 우려되는 경우 휴업, 등·하교 시간 조정 등 학사일정을 탄력적으로 운영해 학생·교직원 안전을 지키도록 시·도 교육청에 협조를 요청했습니다.

당분간 장마전선 정체로 집중호우가 이어질 것으로 보이는 만큼, 교육청과 함께 학생·교직원을 대상으로 인명피해 예방을 위한 행동 요령을 교육할 계획입니다.

아울러 피해가 우려되는 지역·시설을 점검할 방침입니다. 피해를 본 교육시설은 교육청 현장 점검을 거쳐 한국교육시설안전원에서 재난복구비를 지원하고, 필요시 재해대책 특별교부금을 지원할 예정입니다.

경북에서는 산사태로 인한 인명피해가 컸습니다. 지자체별로 산사태 우려가 큰 곳을 지정해 관리하고 있으나 이번처럼 지역별로 짧은 시간 강하게 내리는 비에는 ‘안전지대’가 없었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지자체가 선제적으로 주민 대피 등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했다는 지적도 제기됐습니다.

오늘(16일) 경북도 재난안전대책본부에 따르면 이날 낮 12시 기준 예천·영주·봉화·문경지역에서 18명이 숨지고 9명이 실종됐습니다. 사망자 중 지자체가 사망 원인을 ‘산사태(매몰)’로 파악한 경우는 12명(66.7%)입니다.

이 가운데 ‘산사태 취약지역’에서 발생한 사망자는 2명인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이들은 경북도와 각 시·군이 취약지역으로 지정한 4958곳 중 1곳(영주시 풍기읍 삼가리)에서 발견됐습니다. 나머지 10명은 기존에 위험지역으로 분류되지 않은 곳에 머물다 변을 당한 것입니다.

산림보호법은 2011년 7월 서울특별시 서초구 우면산 산사태를 계기로 산사태 취약지역 지정을 의무화하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지자체마다 산림당국의 기초조사와 자체 현장조사 등을 기준으로 산사태 위험이 큰 곳을 집중 관리하고 있습니다.

지자체의 적극적인 대응도 아쉽습니다. 집중호우가 예상되는 시점부터 산사태 우려지역 주민에게 대피를 강하게 요구했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경북도 재난안전대책본부의 집계를 보면, 지난 13일 인명피해가 집중된 예천·영주·봉화·문경 등 4개 지역에서는 평균 약 25㎜의 비가 각각 내렸습니다. 이후 14일에는 전날의 5배가 넘는 128.9㎜의 비가 지역 별로 내렸습니다. 사망자와 실종자가 확인된 15일에도 평균 130㎜의 ‘물폭탄’이 떨어졌습니다.

경북도는 13일부터 산사태 취약지역과 인명피해 우려지역 등에 대한 점검 및 위험 징후 시 사전 대피 조치를 취할 것을 각 지자체에 알렸습니다. 도는 15일 오전까지 도지사 명의의 특별지시사항을 4차례 내려 보내 지자체장 중심의 상황 관리를 요구했습니다. 주민 3000여명에 대한 사전대피와 도로 등에 대한 통제가 이뤄졌습니다.

예천군 관계자는 “호우가 예보된 직후부터 마을 별로 집을 떠나 마을회관 등으로 몸을 피할 것을 안내했다”라면서 “마을방송이나 문자메시지 등 모든 수단을 동원해 알렸다”라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조치가 ‘권고’ 수준에 그치다 보니 대규모 인명피해를 막지는 못했습니다. 경북도는 사망과 실종 등이 속속 확인된 15일 오후 9시에서야 산사태 위험 및 상습침수지역 주민 등을 대상으로 ‘대피명령’을 발령했습니다.

주민들도 더욱 강한 조치가 필요했다고 입을 모았습니다. 주민 원순남 씨(56·영주시 풍기읍)는 “군청이나 행정안전부 등 온갖 기관에서 온 문자가 70통이 넘는다”라면서 “문자들이 경고의 의미는 있었지만 이제껏 비가 많이 와도 산사태가 난 적은 없어서 사고를 예상하지 못했다”라고 말했습니다.

주민 김모 씨(70대·예천군 효자면 백석리)도 “지금도 (재난)문자가 계속 들어오지만 형식적이어서 잘 안 본다”라면서 “직접 와서 보고 어르신들을 부축해서 (대피장소로) 데리고 가든지 해야 한다”라고 말했습니다. 이에 현장에서는 집이나 논밭이 걱정된다며 일부 주민이 사전 대피를 꺼리는 등 현실적인 어려움도 있었다고 토로합니다.

경북도 관계자는 “평소 산사태 우려가 없었던 곳에서 사상자가 대거 발생했다”라며 “취약지역 지정 유무와 관계없이 비가 집중된 곳은 위험했던 만큼 관련 대책을 손질할 필요가 있을 것 같다”라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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