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 영국 국빈방문 환영식 보도, 지상파·종편 중 가장 긴 시간 할애한 KBS

영국을 국빈으로 방문한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공식 환영행사가 주요 방송사를 통해 전해진 가운데, KBS가 가장 많은 시간을 할애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상당한 시간을 들인 보도의 내용은 윤 대통령이 얼마나 환대를 받고 있는지 설명하는 데 집중됐습니다.

찰스 3세 국왕의 초청으로 영국 국빈방문 중인 윤 대통령은 영국 현지시각으로 21일 호스가즈(Horse Guards) 광장에서 진행된 공식 환영식에 참석했습니다. 역대 한국 대통령의 영국 국빈 방문은 2004년 고 노무현 전 대통령, 2013년 박근혜 전 대통령에 이어 세 번째입니다.

이날 지상파와 종편 등 주요 방송사들은 저녁 시간대 메인 뉴스 프로그램에서 리포트 등을 통해 윤 대통령의 환영식 참석과 양국 관계가 격상될 것이라는 해석을 전했습니다. 관련 보도에는 22일 윤 대통령이 한영 정상회담에서 양국 관계를 '글로벌 전략적 동반자 관계'로 격상시키고, 미래 협력을 위한 '다우닝가 합의'(Downing Street Accord)를 채택할 것이라는 성과 전망 등이 주로 포함됐습니다.

이는 SBS '8 뉴스' <윤 대통령 곧 버킹엄궁 환영식에 참석…한영 관계 '격상'>, MBC '뉴스데스크' <잠시 뒤 공식 환영식... 한영관계 “글로벌 전략동반자로 격상”>, MBN '뉴스 7' <한영 '다우닝가 합의' 맺는다…전략적 동반자 관계로 격상> 등 짤막한 리포트를 통해 소개됐습니다.

채널A '뉴스 A'의 경우 <영국 국빈 환영식…원전 MOU 8건 체결> 리포트에서 이번 순방 기간 양국이 원전 관련 8건의 양해각서를 체결하고 영국의 신규 원전 사업을 추진할 거라 전망했습니다. TV조선 '뉴스 9' <尹, 英 찰스국왕 첫 국빈환영식 참석…22일 의회서 영어 연설> 리포트는 윤 대통령의 영국 의회 영어 연설에 방점을 뒀습니다.

최근 전국민적 혼란을 부른 '행정전산망 마비 사태' 원인이 규명되지 않은 가운데 윤 대통령 국빈방문에 동행한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을 질책한 보도들도 있었습니다.

MBC '뉴스데스크'는 “'긴장을 유지하겠다'라던 이 장관은 오늘 영국으로 출국했다”라며 “장비의 오류 원인은 사태 발생 닷새째인 오늘까지도 미궁에 빠져 있다”라고 지적했습니다. JTBC '뉴스룸'도 “전문가들은 오류가 났던 네트워크 장비를 교체한 건 땜질 처방일 뿐이고 소프트웨어 전반을 다시 들여다 봐야 한다고 말한다”라며 “디지털 재난은 현재 진행형인데 성과는 홍보하는 상황. 답답한 건 항상 국민”이라고 꼬집었습니다. SBS '8 뉴스'의 경우 “모레(23일) 예정된 국회 행안위 현안 질의에는 고기동 차관이 참석하기로 했다”라며 “민주당은 무책임한 출국이라며 이 장관을 비판했다”라고 전했습니다.

◆ 뉴스 시간 10분의 1가량, 윤 대통령이 받는 의전 설명에 할애 ◆

KBS1 '뉴스 9'의 경우 <윤 대통령, 영국 국빈방문… '다우닝가 합의' 채택키로> 리포트에서 윤 대통령의 국빈 방문 성과를 전망한 뒤, 앵커와 기자 대담을 통해 윤 대통령이 받는 '의전' 설명에 집중했습니다.

박장범 KBS1 '뉴스 9' 앵커가 “국제사회에서 가장 화려한 의전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라고 소개하면서 시작된 대담은 공식 환영식 영상을 5분여간 보여주면서 윤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 등이 어떤 의전을 받고 있는지 설명하는 내용이 주를 이뤘습니다. 취재기자의 현장 설명이 이어지는 가운데 박 앵커가 “제가 런던 특파원 할 때 박근혜 전 대통령이 국빈 방문했던 당시 상황이 또 떠오르기도 한다”라는 설명을 덧붙이기도 했습니다.

50분 가량의 전체 메인뉴스에서 5분 35초는 상당히 긴 시간입니다. YTN이나 연합뉴스 TV 등 하루 종일 뉴스 프로그램을 방영하는 보도전문채널이 아닌 경우, 메인 뉴스 프로그램에서 홍보성으로 비칠 수 있는 현장 설명에 오랜 시간을 할애하는 경우는 이례적입니다.

앞서 말했듯이 과거 KBS가 두 명의 전직 대통령의 영국 국빈방문을 보도했을 때와도 대비됩니다. 19년 전 2004년 12월 2일, 고 노무현 대통령의 영국 국빈방문 당시 KBS1 '뉴스 9'는 7~8번째 순서로 배치한 각 1분 40초 안팎의 리포트로 홍기섭 앵커가 관련 소식을 전했습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영국 국빈방문이 있었던 10년 전 2013년 11월 5일, 15번째 순서로 현 '뉴스 9' 앵커인 박장범 런던 특파원의 현장 중계가 이뤄졌습니다. 박 앵커는 당시에도 “국제 외교무대에서 최상급 의전으로 꼽히는 여왕 초청 국빈 방문은 화려함과 전통, 격식을 잘 보여주고 있다”라면서 의전의 화려함을 부각했으나, 총 중계 시간은 2분 58초로 3분에 미치지 못했습니다.

대통령 행보에 대해 다각도의 해설이나 분석 없이 동정에 주력하는 보도는 최근 박민 사장 취임 이후 KBS 뉴스를 향해 제기되는 '땡윤뉴스' 지적을 높일 우려가 큽니다. 박 사장은 앞선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KBS가 “정파성을 노골적으로 드러내는 방송을 해왔다”라고 주장하면서, 일부 시사 프로그램 진행자가 여권에 비판적이라고 문제 삼는 여당 국회의원에게 “조치하겠다”라고 밝힌 바 있습니다. 박 사장 취임과 동시에 앵커 등이 교체된 KBS1 '뉴스 9'가 사회적 현안보다 윤 대통령 동정 보도를 앞세운다는 지적이 쌓이면서, KBS 뉴스의 정파성이 되레 강화되고 있다는 취지의 비판도 일고 있습니다.

KBS 교섭대표노조인 전국언론노동조합 KBS 본부는 21일 성명에서 “최근 KBS 보도는 어느 때보다 많은 조롱을 받고 있다. 매일 톱 뉴스가 얼마나 이상했는지 입방아에 오를 지경이다. 보도국에서 오늘도 땀을 흐리며 묵묵히 일하고 있는 기자들은 무슨 잘못으로 그런 조롱을 당해야 하는가?”라며 “지난 일주일치 뉴스만 봐도 낙하산 박민 사장과 보도본부 수뇌부들은 KBS 보도에 대해 편파성, 정파성 운운할 자격이 없는 사람들”이라고 주장했습니다.

EBS 노조, 22일 임단협 전면 중단 선언 후 경영진 사퇴 요구 나서
"단협 파기 무기로 노조 협박, 파업 종용 발언" 비판…사과 없을시 김유열 사장 퇴진 운동 돌입 예고
사측 "획기적 재무구조 개선 없인 자본 잠식 불가피…고통분담 요구한 것"

EBS 구성원들이 경영실패와 임금 및 단체협상(임단협) 파기 발언 등을 이유로 경영진 사퇴를 요구했습니다. 이에 사측은 인건비 삭감 없인 자본 잠식이 불가피한 상황이라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전국언론노동조합 EBS 지부(노조)는 22일 임단협 교섭 전면 중단을 선언한 후 경기도 고양시 EBS 건물 1층에서 경영진 사퇴 요구 농성을 시작했습니다. 노조에 따르면, EBS 노사는 올해 총 4차의 임단협 실무소위원회를 진행했지만 합의되지 않았습니다. 사측은 인건비 절감을 통한 비용 절감을 고수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256억 적자를 기록한 EBS는 올해 300억 적자를 예상하고 있습니다. 제작비는 올해 30억이 삭감됐고, 내년엔 70억이 삭감될 예정입니다.

사측은 경영 악화를 이유로 노조에 ▲ 인건비 5% 삭감을 전제로 한 주 4.5일제 시행 ▲ 연차수당 폐지 등을 제시했습니다. 노조는 당장 내년 1월부터 적용될 주 4.5일제에 대한 구체적 운영계획과 책임자에 대한 임명동의제 대상 확대를 요구했지만 사측은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노조는 임단협 중 사측 교섭위원장의 발언도 문제 삼았습니다. 노조에 따르면, 지난 8일 진행된 3차, 4차 임단협 실무소위원회에서 사측 교섭위원장은 “11월 30일까지 사측 교섭안을 거부하면 단체협약을 폐기하고 사측의 결정대로 진행할 것”, “그 이후의 파업이나 사장 퇴진 운동은 노조에서 알아서 하라”라고 말했습니다. 해당 교섭위원장은 전직 EBS 노조위원장 출신입니다.

관련해 노조는 22일 성명을 내고 “사측은 단협 파기를 무기로 노조를 협박하는 것도 모자라 인건비 절감을 들먹이며 파업을 종용했습니다. EBS 구성원과 노조에 대한 명백한 협박과 조롱으로 간주하며 강력히 규탄한다”라며 “EBS 경영 위기의 원흉인 경영진은 오랜 기간 노사의 상생 노력으로 이루어놓은 단협을 짓밟고 마치 조직원들의 탓인 양 임금을 비롯한 모든 복지 및 근무 여건을 훼손하는 교섭안과 발언을 무차별적으로 들이밀고 있다”라고 비판했습니다.

노조는 김유열 EBS 사장이 무리하게 추진한 사업으로 발생한 경영 악화를 EBS 구성원들에게 돌리며 일방적 희생을 강요하고 있다고 비판했습니다. 노조는 “김 사장이 부사장 시절부터 무리하게 추진한 사업과 편성 개입으로 EBS의 재정은 최악의 상황이 됐고, EBS 콘텐츠는 경쟁력을 잃어 갔다”라며 “사장 임기 내내 비상 경영 체제로 전환해 구성원들의 숨통을 조여왔지만 무능한 경영능력으로 재정 적자만 키워왔다. 사장이 지금까지 해온 모든 경영적 결정이 EBS를 위함이 아닌 사장 본인의 안위만을 위한 것이었음이 이번 교섭 과정에서 명백히 밝혀졌다”라고 비판했습니다.

노조는 사측에 ▲ 단협 파기 및 파업 종용 발언에 대해 사장은 공개적으로 사과할 것 ▲ 문제 발언을 한 교섭위원을 포함해 사측 교섭위원을 전원 교체할 것을 요구했습니다. 노조는 내달 1일까지 두 가지가 이행되지 않으면, 김유열 사장이 상황 해결 의지가 없다고 판단해 EBS 사장 퇴진 운동에 돌입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박유준 언론노조 EBS지부장은 22일 미디어오늘에 “사측은 아무 책임도 지지 않으려 하고, 공식적 방향 제시도 없다. 비용절감으로 재정 상황을 타파하려는 생각밖에 없다”라며 “노조는 회사 상황이 어려우니 고통분담에 참여할 수 있고 대신 다른 단협 조항에서 보강해야할 것들을 제시했지만, 사측은 인건비를 절감해서 균형재정을 맞추고 예산안을 통과시키는 게 1차 목표다. 내년에 상황이 좋아지면 다 원복시켜주겠다고 해 부속조항으로 넣자고 하니 거부했다. 교육방송이 공적 역할을 할 수 있게 지원을 유도하는 게 사장 역할인데, 그런 협상 노력이 전혀 없다”라고 말했습니다.

한편 사측 교섭위원장인 홍정배 EBS 정책센터장은 22일 미디어오늘에 “올해 300억 적자가 나면 남는 잉여금은 70억이다. 회사에서 획기적으로 재무구조 개선에 나서지 않으면 내년 자본 잠식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수신료 분리 징수로 금액이 점점 줄어들고 현금 유동성에 문제가 커지고 있는 상황”이라며 “어려운 상황 속에 EBS가 올해 초부터 비상경영을 선언하고, 2월부터 회사가 어려운 상황이니 노조가 조금만 고통분담을 같이 해달라는 논의를 해오고 있었다. 연차 수당 문제로는 올해 5월부터 8번의 공사발전위원회를 열었다. 간부들은 먼저 희생하고 있었다”라고 밝혔습니다.

노조에서 문제삼은 발언에 대해 홍 센터장은 “해당 발언을 한 건 맞다. 단협 파기와 무단협 이야기를 계속 했던 건 이렇게라도 해서 풀리면 좋겠다는 배수진을 치는 차원이었다. 절박한 심정에 무단협까지도 겸토하고 있지만 그렇게 가지 않길 바란다는 이야기였다”라며 “파업 얘기를 한건, 퇴진 운동을 하면 결과적으로 EBS에도 노동자에게도 도움이 안되니 임단협을 전향적으로 검토해줬으면 좋겠다는 이야기였다. 비용감축은 할만큼 다 하고 인건비가 남은 거다. 그래서 같이 고통분담을 하자는 논의를 해왔던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또한 “사측은 먼저 상황이 나아지면 원복시켜주겠다고 제안했고, 노조에서 원한다면 어떤 형태로든 약속할 수 있다고 답변했다”라며 “5월부터 8번의 공사발전위원회를 진행하며 노조가 사장이 경영 악화에 대해 사과하면 연차 수당 폐지를 받아들이겠다고 약속했는데 지켜지지 않은 부분도 있다”라고 말했습니다.

“이제는 추억의 골동품”

지하철·버스는 물론 개인 차량에서도 이동하면서 언제든 실시간 방송을 볼 수 있어 인기를 모았던 디지털 멀티미디어 방송(DMB) 시장이 사실상 폐업 위기에 내몰린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스마트폰 등장 이후 줄곧 내리막길을 걷던 DMB는 최근 다양한 동영상 스트리밍 플랫폼의 출현으로 이제 연간 광고 매출 10억원도 위태로운 상황입니다.

DMB는 지난 2005년 ‘보편적 방송 서비스’를 표방하며 등장했습니다. 휴대폰을 비롯해 MP3, PMP, 차량 네비게이션 등을 통해 실시간으로 지상파 방송과 홈쇼핑, 뉴스 채널 등을 시청할 수 있어 수요가 급증했습니다.

특히 올림픽이나 월드컵 등 굵직한 스포츠 경기를 이동 중에도 놓치지 않고 실시간으로 시청할 수 있어 특수를 누렸습니다.

실제로 2010년 벤쿠버 동계올림픽 당시 평일 한낮에 열렸던 피겨스케이팅 여자 싱글의 김연아 경기를 보기 위해 지하철과 택시 등에서 시민들이 너도나도 휴대폰을 꺼내 DMB 서비스를 이용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2012년 스마트폰의 보급으로 DMB 시장은 위기를 맞았습니다. 실시간 방송을 볼 수 있는 다양한 스트리밍 앱이 등장하면서 DMB를 찾는 사람들이 줄어들기 시작한 것입니다. 2014년 차량 주행 중 영상시청이 금지된 것 역시 타격을 줬습니다.

국회 과학기술정보통신위원회 박찬대 의원이 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코바코)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06년 DMB 광고매출 규모는 17억원으로 출발해 2011년 237억원까지 올라서며 가파른 성장세를 유지해왔습니다.

그러나 2012년 146억원으로 꺾인 이후 줄곧 하락세를 보였습니다. 2014년 주행 중 영상시청이 금지되면서 처음으로 100억원 밑으로 떨어졌습니다. 지난해에는 13억원에 그쳤습니다. 올해 사정은 더욱 심각합니다. 8월 기준 4억원에 불과해 이제 연간 10억원을 유지하는 것도 위태로운 상황입니다.

DMB 시장이 존폐 위기에 놓이면서 방송통신위원회는 지상파가 판매한 방송광고비 중 일부를 DMB 방송사에 지원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박찬대 의원에 따르면 방통위는 올해 8월 방송광고 결합판매 지원고시를 개정해 DMB도 결합판매를 지원받을 수 있도록 했습니다. 이는 방통위와 코바코가 기존 27개 중소·지방 방송사에게 지원했던 결합판매 지원금을 DMB 방송사에도 지원해야 한다는 대법원 판결에 따른 것입니다.

그러나 미디어 산업 환경의 급변으로 DMB 시장이 사실상 폐업 위기에 놓인 만큼 DMB 방송에 할당된 주파수 활용 방안을 검토해야 할 시기라는 지적이 나옵니다.

박찬대 의원은 “일몰된 DMB 시장을 새로운 통신시장으로 발전시키기 위해 많은 전문가들의 의견이 필요한 시점”이라며 “DMB 방송에 할당된 주파수의 활용 방안 등을 검토하는 등 국민경제적 정책 수립이 필요하다”라고 강조했습니다.

수익성 떨어진 홈쇼핑업계, 송출수수료 인상에 불만 표출
유료방송업계 "TV 홈쇼핑 기반한 수익 제대로 공개하지 않아"
홈쇼핑 수수료 의존도 높은 유료방송업계, 갈등 심화 불가피

KT스카이라이프와 현대홈쇼핑의 협상이 불발되면서 초유의 '블랙아웃'(송출중단) 위기까지 현실화하고 있습니다. TV 홈쇼핑 수익성이 떨어지면서 송출수수료 갈등은 곳곳에서 터져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홈쇼핑 송출수수료 의존도가 높은 유료방송의 특성상 '블랙아웃'이 현실화되면 방송에 미칠 파장이 클 전망입니다.

◆ 1. 현대홈쇼핑, 송출중단 직전에 '보류'

현대홈쇼핑은 지난 20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행정지도에 따라 11월 20일 예정됐던 송출 중단 일정을 대가검증협의체 종료 이후로 잠정 연기하게 됐다”라고 밝혔습니다.

갈등은 지난 3월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유료방송 플랫폼 사업자인 스카이라이프는 현대홈쇼핑과 송출수수료 협상을 진행해왔습니다. 송출수수료는 홈쇼핑이 방송을 내보내는 대가로 일종의 '자릿세' 개념입니다. 현대홈쇼핑은 채널번호 '6번'을 유지할 경우 적자가 이어질 것이라며 번호 재배치와 수수료 인하를 요구했고 KT스카이라이프는 이미 다른 번호는 계약이 돼 있어 번호 이동이 어렵고 수수료 인하도 어렵다며 맞섰습니다.

양측의 입장이 좁혀지지 않자 현대홈쇼핑은 지난 9월 19일 홈페이지에 “10월 20일 스카이라이프를 통한 방송송출이 중단될 예정”이라고 공지하며 송출중단을 공식화했습니다. 스카이라이는 현대홈쇼핑이 협상에 유리한 고지를 점하기 위해 송출중단 카드를 쓴 것이라고 보는 반면 현대홈쇼핑은 송출중단 결정은 협상카드가 아니라는 입장입니다. 대가검증협의체 논의에서도 타결이 이뤄지지 못하면 송출중단은 현실이 될 수 있습니다.

◆ 2. 송출수수료 갈등이 벌어지는 이유는?

홈쇼핑 업체와 유료방송 플랫폼 간 송출수수료 갈등은 최근 반복되고 있습니다. 딜라이브와 롯데홈쇼핑이 지난 10월 방송 중단 직전 합의를 했습니다. CJ온스타일은 지난 8월 LG헬로비전에 송출 중단을 통보한 뒤 협상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홈쇼핑 측이 송출중단 카드를 꺼내는 데는 송출수수료 부담 완화를 위한 목적이 있습니다. 한국TV홈쇼핑협회에 따르면 송출수수료는 2013년부터 지난해까지 10년 간 연 평균 8.2% 인상했습니다. TV 홈쇼핑 7개 법인 기준 2022년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10.1% 줄었지만 오히려 송출수수료는 5.5% 올랐습니다. 한 홈쇼핑 업계 관계자는 “과거에는 TV 홈쇼핑의 영향력이 절대적이었지만 지금은 온라인 쇼핑 시장이 커졌고 TV 홈쇼핑 영업이익이 계속 줄어드는 추세이기에 수수료 부담이 크다”라고 했습니다.

홈쇼핑 업체가 내는 돈이 늘어난 건 사실입니다. 방송통신위원회가 2022년 발표한 '2021년 방송사업자 재산상황 공표집'을 보면 2017년 홈쇼핑 사업자가 유료방송 사업자에 낸 송출수수료는 1조3874억 원이었는데 매년 꾸준히 증가해 지난해엔 2조2508억 원을 기록했습니다. 사업자별로 구분해보면 통신 3사가 운영하는 IPTV의 송출수수료 인상 폭이 가장 컸습니다.

그러나 유료방송 업계에선 '과도하지 않다'고 봅니다. 한 유료방송 업계 관계자는 “홈쇼핑 업체들의 모바일과 인터넷 등을 통한 매출은 계속해서 늘어나고 있는데 TV를 보고 앱을 통해 결제하는 것도 TV 시청을 기반으로 이뤄지고 있다”라며 “관련 데이터까지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라고 했습니다. 유료방송 업계는 홈쇼핑 업체들이 늘어나 경쟁이 심화되면서 자연스럽게 수수료가 인상된 면도 있다고 봅니다.

◆ 3. 홈쇼핑 의존도 높은 유료방송의 현실

홈쇼핑과 유료방송 업계 간 갈등이 지속되면 시청자에게도 여러 피해가 예상됩니다. 유료방송이 홈쇼핑과 계약 중단을 하게 되면 유료방송이 각 채널에 배분하는 사용료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한국 유료방송은 홈쇼핑 송출수수료 의존도가 높습니다. 2021년 기준 SO(종합유선방송사업자, 케이블)의 매출 중 홈쇼핑수수료가 차지하는 비중은 40.3%에 달합니다. 이어 위성방송(34.1%), IPTV(28.6%) 순입니다.

TV 홈쇼핑이 도입될 때만 해도 TV의 막강한 영향력에 바탕을 둔 비즈니스가 성립됐기에 홈쇼핑이 유료방송에 수수료를 내고, 유료방송은 이용자로부터 받은 요금과 홈쇼핑 수수료를 재원으로 지상파와 유료방송 채널 등에 대가로 제공하는 순환이 이뤄졌습니다. 특히 한국 유료방송은 이용자 요금을 1만~2만 원대의 저가로 정해 '출혈 경쟁'에 나서며 비정상적인 시장을 형성했지만 부족한 몫은 홈쇼핑 수수료로 채울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현재는 상황이 달라졌고, 앞으로 더 큰 변화를 마주할 수 있습니다. 홈쇼핑사들의 수익성이 악화되고 유료방송 가입자도 천장을 찍어 정체기를 맞았기 때문입니다.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의 'MZ 세대 미디어 이용 특징' 보고서에 따르면 베이비부머 세대의 TV 홈쇼핑 이용률이 39.5%에 달한 반면 Z세대의 TV홈쇼핑 이용률은 7.3%에 그쳤습니다. 과기정통부의 '2023년도 상반기 유료방송 가입자 수 및 시장점유율'을 보면 전체 유료방송 가입자 수는 0.27% 늘어나는 데 그쳐 '정체'를 보이고 있습니다. OTT 시장이 커지는 반면 유료방송 가입자 규모는 한계를 보인 것입니다.

MBC 男 초등생이 당근칼로 "여자애들 패요" 자막 논란, MBC "'해요'를 '패요'로 잘못 방송…초등생·부모에 사과"

MBC가 22일 전날 뉴스데스크에서 잘못 전한 초등학생 인터뷰 내용을 정정하는 사과 방송을 했습니다.

'2시 뉴스외전' 진행자인 이정민 MBC 앵커는 22일 오후 사과 방송에서 “본사는 어제 뉴스데스크에서 '파인애플 껍질도 뚫어, 당근칼 주의보'라는 제목으로 초등학생들이 사용하는 당근칼의 위험성에 대해서 보도했다”라고 말했습니다.

이 앵커는 “하지만 보도 이후 검토한 결과 보도에 포함된 초등학생 인터뷰 내용 가운데 '여자애들도 해요'라는 부분의 자막을 '여자애들 패요'로 잘못 방송했다”라고 밝혔습니다.

이 앵커는 “시청자 여러분에 깊은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라며 “인터뷰에 응해준 초등학생과 부모님께도 사과드린다. 아울러 앞으로 뉴스 보도에 있어 신중하고 면밀한 검토를 거쳐 이런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라고 밝혔습니다.

MBC 뉴스데스크는 21일 초등학생들 사이에서 유행하는 당근칼의 위험성을 보도했습니다. MBC 기자는 한 남성 초등학생을 인터뷰하며 “(경남 창원시 소재) 초등학교 앞에서 만난 한 학생은 대뜸 가방에서 당근 칼을 세 개나 꺼내 보여준다”라면서 음성변조 처리된 학생 음성을 보도했습니다.

이 학생은 '어떻게 갖고 노느냐?'는 MBC 기자 질문에 “이렇게 해가지고 찌를 수 있어요? 여자애들도 해요.”라고 답했습니다. 하지만 MBC는 “여자애들 패요”라는 자막을 달아 보도했습니다. 그러나 MBC가 보도한 학생의 음성이 “여자애들 패요”보다는 “여자애들도 해요”로 들려 논란이 일었습니다.

MBC 뉴스데스크가 단 자극적 자막으로 온라인에서는 MBC와 인터뷰한 초등학생 및 학부모를 공격하는 댓글들이 적지 않았습니다. 일부 누리꾼이 “느리게 들으면 '여자애들도 해요'로 들린다”라는 반박 글을 게시하면서 MBC 자막에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커졌습니다.

논란이 커지자 MBC는 관련 기사와 유튜브 영상에서 논란이 된 자막을 편집했고, 22일 방송을 통해 사과했습니다. 하지만 왜곡 자막을 달게 된 경위는 밝히지 않은 상태입니다.

“새 수뇌부가 시작부터 너무 선을 넘는다!”, “9시 뉴스는 사장의 스케치북이 아니다!”, “사장 취임 첫 주가 다 지나지 않았는데 회사는 전에 없는 혼란을 경험하고 있다!”

박민 사장이 취임하고 약 일주일이 지난 현재, KBS 내부는 새 사장과 간부들에 대한 구성원의 질타가 끊임없이 쏟아지고 있습니다. 급기야 박 사장은 방송 편성의 자유와 독립을 보장한 방송법 제4조를 위반한 혐의를 받는 피고발인 신세가 됐습니다.

‘혼란’, ‘점령’. KBS 구성원이 지금껏 나온 여러 성명에 이런 표현을 쓰는 건 사장 임명 직후부터 일어난 일련의 사태들 때문입니다. 임명장을 받지 않은 본부장 내정자들 지시로 메인뉴스 앵커를 비롯해 주요 뉴스·시사 프로그램 진행자들이 고별인사도 없이 물러나고, 제작진들과의 협의 없이 시사 프로그램이 당일 결방되고 폐지된 일입니다. 그리고 사장이 대국민 사과 기자회견에서 “불공정 편파보도”라며 콕 집어낸 보도 4건이 보도국 구성원 협의나 검증, 반론도 없이 당일 ‘뉴스 9’ 앵커 브리핑에서 그대로 열거된 사례입니다. 모두 박 사장 취임 이틀 만에 벌어진 일들입니다.

우선 지난 14일 방송된 뉴스 9 앵커 리포트에 대해 “사장의 뉴스 개입, 뉴스 사유화”라는 보도본부 구성원의 반발이 나옵니다. 이날 박장범 뉴스 9 앵커는 <보도 공정성 훼손 대표적인 사례들은?> 앵커 브리핑에서 “정치적 중립이 의심되고 사실 확인의 원칙을 충실하게 지키지 않는 보도가 나오지 않도록 시청자들께 약속하겠다”라며 박 사장이 “불공정 편파 보도”로 꼽은 보도 4건을 열거했습니다. KBS 기자협회가 방송 전 ‘해당 기사에 오류나 문제점이 있는지 일체 확인 절차가 없다는 점’ 등의 기자들 우려를 전달했지만 무시됐습니다.

그러자 다음날 KBS 38기 기자들은 연명 성명을 내어 “과연 어떤 부분이 정파적이었고 그 근거는 무엇이며 판단기준은 어떻게 되는지 묻고 싶다. ‘대국민 사과’를 할 정도라면, 새로운 수뇌부가 보도본부 구성원이 납득할 만한 이유를 먼저 제시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라고 지적했습니다.

KBS 기자협회는 앵커 브리핑 관련한 기자들 비판 의견을 사내 게시판에 올렸습니다. “‘기자가 정파적 이익을 위해 고의로 오보 냈다’라는 여권의 주장을 우리 회사가 인정하는 건데, 아무리 간부들이 교체됐어도 자사 기자를 이런 식으로 매도하는 건 있을 수 없는 일” 등의 우려가 담겼습니다. 지난 16일 KBS 기자협회는 “뉴스 9 시작 불과 몇 시간을 앞두고 큐시트에 등장한 4분여의 보도는 심지어 누가 썼는지도 모른다. 업무 프로세스와 관행을 한참이나 뛰어넘었다”라며 보도본부 책임자들의 설명과 사과를 요구하는 성명을 냈습니다.

시사 프로그램 진행자 일방 하차 통보, 프로그램 결방·폐지 사태를 일으킨 라디오센터장, 편성본부장 등 간부들의 사퇴를 촉구하는 목소리도 나옵니다. 앞서 ‘주진우 라이브’ ‘최강 시사’ 진행자 하차와 대체 프로그램 편성을 지시한 라디오센터장에 대해 KBS PD협회 라디오구역 PD 76명은 “동료와 후배들에 대한 일말의 예의와 상식조차 포기한 김병진 센터장은 이미 라디오 조직 수장으로서의 자격을 잃었다”라며 “권한 없는 무자격 신분으로 업무 지시를 했을 뿐 아니라 모든 절차를 무시한 채 프로그램을 바꿈으로써 KBS 방송 편성규약을 명백히 위반했다”라고 질타했습니다.

프로그램 방영 당일 편성 취소 통보에 이어 프로그램 폐지 결정을 받은 ‘더 라이브’ 제작진은 지난 17일 성명을 발표해 “편성본부장은 작금의 사태에 책임을 지고 물러나라. 편성본부장이 편성규약도 위반하는 것을 막지 못한 주변의 국장들도 함께 자리를 정리하라”라고 촉구했습니다.

전국언론노조 KBS 본부는 사장 취임 이후 일어난 이런 일들이 모두 방송법, 편성규약, 단체협약 등을 위반한 사안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KBS 본부는 21일 박민 사장 등을 방송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고, 서울지방노동위원회에 부당노동행위 고발과 특별근로감독을 요청했습니다.

KBS의 혼란은 더 이어질 것으로 보입니다. 본부장·부장 인사에 이어 팀장급까지 인사 발령이 났지만, 임명동의제가 필요한 5개 국장(통합뉴스룸 국장, 시사제작국장, 시사교양1·2국장, 라디오제작국장) 자리는 공석인 상황이기 때문입니다.

강성원 언론노조 KBS본부장은 지난 20일 긴급 기자회견에서 “내년 3월 단협 종료까지 사측이 아예 이 자체를 공석으로 계속 가지고 가는 등의 임명동의제 무력화 시도들이 나올 거라고 보고 있다”라며 “공정방송 실천을 위해선 임명동의제가 언론사 종사자들에게 중요한 근로 조건이라는 게 이미 판시로 나와 있기 때문에 법적 대응이 필요하다면 계속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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