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조선 앵커 "5대 3구도 추측 제기" 박찬대 "어떤 지라시도 헌재사정 파악 못해"

헌법재판소가 윤석열 대통령 탄핵가결 이후 107일째 탄핵심판 선고기일 지정을 미룬 것을 두고 MBC 앵커가 “선고가 명분도 이유도 없이 미뤄져 시민 분노가 헌재를 향하고 있다”라고 비판했습니다. 이에 반해 TV조선과 채널A 등은 선고 지연의 배경을 두고 헌법재판관들의 윤 대통령 탄핵 인용과 기각 비율이 5대 3으로 팽팽히 맞선다는 추측을 잇달아 보도했습니다.

김경호 MBC 주말 앵커는 어제(29일) '뉴스데스크' <“참을만큼 참았다” 헌재 향하는 시민분노> 앵커 멘트에서 “쌀쌀한 날씨에도 윤석열 대통령 즉시 파면을 촉구하는 주말 집회에 많은 시민이 몰렸다”라며 “헌법재판소의 탄핵 심판 선고가 명분도, 이유도 알 수 없이 계속 미뤄지면서, 시민들의 분노가 이제 헌재를 향하고 있다”라고 비판했습니다.

MBC는 리포트에서 “토요일 광화문 앞이 또 인파로 메워졌다”라며 “'참을 만큼 참았다', 헌법재판소를 질타하는 시민들의 목소리는 점점 매서워지고 있다”라고 전했습니다.

정인아 JTBC 기자는 같은 날짜 '뉴스룸' <4월로 넘어간 선고… 눈 맞으며 거리로> 리포트 현장연결에서 “시민들이 하루 빨리 헌재가 결정을 내려서 일상으로 돌아가고 싶다, 시간이 지날수록 답답함과 혼란이 커지는 것 같다고 했다”라고 시민들의 반응을 소개했습니다. 정 기자는 광화문역 인근에서는 불과 1km를 사이에 두고 탄핵 반대 집회도 열렸다고 전했습니다.

최재원 JTBC 앵커는 어제(28일) '뉴스룸' <4월 18일 넘기면 사실상 '식물헌재'> 앵커 멘트에서 “헌법재판소까지 결론을 미루면서 정치는 할 일을 못하고 경제는 비명을 지르고 있다”라며 “'더 미뤄서는 안 된다'라는 목소리가 갈수록 커진다”라고 지적했습니다. 최 앵커는 “문형배, 이미선 재판관이 퇴임하는 다음 달 18일마저 넘길 경우 이런 국가 운영체제의 마비 상태가 기약 없이 길어질 수 있다”라고 우려했습니다.

JTBC는 리포트에서 오는 4월 18일까지 결론을 내리지 못한채 문형배, 이미선 두 재판관이 퇴임하면 헌법재판소는 6명의 헌법재판관만 남는데, 심판정족수인 7명을 채우지 못하면서 윤 대통령 탄핵심판 심리는 중단된다며 “제기능을 못하는 '식물 헌재' 우려가 현실이 된다”라고 분석했습니다. 후임 재판관 2명을 곧바로 임명하는 과정도 순탄하긴 어렵고, 한덕수 권한대행이 국회 몫의 마은혁 후보자는 임명하지 않고 버텨오다 진보 성향 분류 재판관 2명이 퇴임한 이후에야 임명권을 행사할 경우 야권의 반발이 예상된다는 지적입니다.

선고기일이 늦어지는지를 두고 TV조선과 채널A는 5대 3구도설을 강조했습니다. 김명우 TV조선 주말 앵커는 어제(29일) '뉴스 7' <4월로 넘어간 선고… '5:3'구도탓?> 앵커 멘트에서 “헌법재판소는 아직 선고일을 정하지 못하고 있는데 이렇다 보니 8명의 재판관들이 5대 3으로 팽팽하게 갈려 늦어진다는 추측이 더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라고 밝혔습니다.

TV조선은 리포트에서 이같이 분석하면서도 한 법원 관계자가 “재판관들 모두 상황을 회피하지 않고 18일 전에는 결론을 내릴 것”이라고 했다고 전했습니다.

김윤수 채널A 주말 앵커도 어제(29일) '뉴스A' <”기각 3.5 vs 인용 4.5… 빨리 결론내라”> 앵커 멘트에서 국민의힘도 민주당 만큼이나 헌법재판소를 향해 '당장이라도 결론을 내라고 압박한다면서 “그 속내는 민주당과 전혀 딴판이다. 헌재가 아직도 선고를 못 했다는 건, 그만큼 기각될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라고 판단하는 것”이라고 해석했습니다. 채널A는 “헌재가 역대 최장기간 심리를 하며 결론을 내지 못한 건, 그만큼 탄핵 기각 가능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라고 보고 있는 것”이라고 보도했습니다.

김지윤 채널A 기자는 전날(28일) '뉴스A' 스튜디오 출연해 선고 지연과 관련해 “'5:3 딜레마'에 빠졌다는 관측이 우세하다”라며 “각하 의견 없이 인용이 5명, 기각이 3명일 경우, 1명만 더 인용으로 끌어오면 6명이 모여 파면이 가능해진다. 반면 인용의견 1명이 마음을 바꾸면 4:4 동수로 기각이 된다. 경계선에서 양쪽 의견이 팽팽하게 맞서다 보니, 설득의 과정이 끝없이 이어지느라 늦어지는 게 아니냐는 것”이라고 추측했습니다.

SBS는 어제(28일) '8 뉴스' <재판관 퇴임까지 3주…4월 18일이 '마지노선'> 리포트에서 “노무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사건 선고 전례를 따른다면, 윤 대통령 탄핵 사건 선고일도 금요일인 4월 4일이나 11일이 될 수 있다고 전망할 순 있다”라며 “그러나 이 역시 평의가 순조롭게 이뤄져 평결 절차에 들어갔을 때 생각해볼 수 있는 전망”이라고 분석했습니다. SBS는 “지금은 재판관들 의견 차이로 선고 기일을 안 잡는 게 아니라 못 잡는 것이라는 추측까지 나오는 만큼, 재판관 간의 논의가 숙성돼 언제 평결에 들어가느냐가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라고 내다봤습니다.

KBS는 전날(28일) '뉴스 9' <윤 대통령 선고…사실상 4월로> 리포트에서 “퇴임 전까지 앞으로 약 3주 정도 남은 셈인데, 이 때까지는 선고가 이루어질 것이란 관측이 많다”라고 예상했습니다. KBS는 헌재의 고심이 길어지면서 대한변호사협회가 “윤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가 지연되면서 사회적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라며 헌재의 조속한 선고를 촉구했다고 전했습니다.

MBN은 어제(29일) '뉴스 7' <변수 정리된 탄핵심판…선고일 나오나>에서 “문형배·이미선 재판관 퇴임 후 6인 체제에서 선고가 불가능한 건 아니지만, 결과의 정당성에 대한 논란이 계속될 수 있어 퇴임일인 4월 18일 전에는 선고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라고 분석했습니다.

그러나 MBN은 전날(28일) '뉴스 7' <헌재, 윤 대통령 선고 안하나 못하나>에서는 “충분한 심리가 이뤄지지 못했기 때문에 평의 단계에서 의견조율에 난항을 겪고 있고, 법원의 윤 대통령 구속취소 결정 이후 절차적 문제를 따져봐야 한다는 부담까지 안고 있다는 것”이라며 “내부적으로 인용 대 기각의견이 5:3으로 갈린 채 교착상태에 빠져들었다는 추정도 있다”라고 소개했습니다. MBN은 “헌재가 선고를 하고 싶어도 향후 후폭풍 때문에 선고를 못 하고 있다는 말까지 나온다”라고 내다봤습니다.

YTN도 전날(28일) '뉴스나이트' <탄핵심판 장기화에... “선고 않고 퇴임?” 해석 난무>에서 “속도를 내던 대통령 탄핵심판 변론 일정과 달리 늦어지는 선고에, 여당은 일부 기대감과 함께 의구심도 드러내고 있다”라며 “일단, 헌법재판관 8명이 5대 3으로 갈라져 탄핵 정족수인 6명에 못 미치고 있다는 가설에 힘을 싣고 있다”라고 전했습니다.

이 같은 해석과 관련해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오늘(30일) 기자간담회에서 선고지연 이유를 묻는 질의에 “지금 찌라시 등을 통해서 많은 예측 자료가 나오고 있는데 그 어느 것도 사실 정확하게 헌재의 내밀한 사정을 파악할 수는 없다”라고 반박했습니다.

"저는 미래 세대가 윤석열 탄핵을 당연하게 여길 때까지 끝까지 투쟁할 것입니다. 내란 세력은 헌법재판소가 가루가 될 수 있다는 폭력적 발언을 내보내고 있습니다. 진짜 힘은 폭력 아닌 연대에서 나옵니다."

대학생 성예림 씨는 시민단체 윤석열 즉각퇴진∙사회대개혁 비상행동(비상행동)이 오늘(22일) 주최한 집회에서 윤석열 대통령 파면을 촉구하며 이같이 말했습니다. 성씨는 5∙18 광주민주화운동을 언급하며 시민들의 연대와 끊임없는 투쟁으로 우리나라 민주주의 역사가 세워졌다고 덧붙였습니다.

윤 대통령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 선고가 예상을 넘어 늦어지면서 시민들의 피로감도 높아지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이번 주말 역시 윤 대통령 파면을 촉구하는 집회가 서울 도심에서 잇따라 열렸습니다. 비상행동은 이날 오후 5시부터 서울지하철 3호선 경복궁역 일대에서 탄핵 촉구 집회를 열었습니다.

집회 참가자들은 이날 오후 6시쯤 헌재를 향해 몸을 돌려 "윤석열을 당장 파면하라"라는 구호를 총 10회 외쳤습니다. 이외에도 "내란수괴 파면 선고 미루는 헌재를 규탄한다", "광장에 모인 시민의 힘으로 윤석열을 파면하자" 등의 구호가 울려퍼졌습니다.

연사들은 헌재를 향해 윤 대통령에 대한 신속한 탄핵 선고를 촉구했습니다. 비상행동 박석운 공동의장은 "헌재가 윤석열 탄핵안을 우선 처리하겠다고 공언해놓고 한덕수 국무총리 탄핵 선고기일을 먼저 잡았다"라며 "주범에 대한 심판을 제쳐놓고 종범에 대한 심판부터 하는 것은 너무 웃긴 일 아니냐"라고 비판했습니다.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의 임재성 변호사도 "(헌재가) 군을 동원해 계엄령을 내린 대통령을 다시 국군통수권자로 돌려놓을 것인지 이 간단한 문제를 지금까지 끌고 있다"라며 "8대 0으로 피청구인 윤석열에 대한 파면 결정을 내려달라"라고 호소했습니다.

이날 오후 4시에는 서울 경복궁 동십자각 부근에서 야(野)5당이 주최한 '공동 비상시국 대응을 위한 범국민대회'가 열렸습니다. 더불어민주당과 조국혁신당, 진보당, 기본소득당, 사회민주당 의원 등이 자리에 참석했습니다.

서울 광화문 월대에서 단식 농성 중인 민주당 권향엽 의원은 "윤석열을 파면하라는 소리가 헌법재판소 재판관들 귀에는 들리지 않느냐"라며 "이번 주말이라도 결단 내려서 다음주 월요일에 심판을 내려줄 것을 촉구한다"라고 말했습니다. 조국혁신당 김선민 대표 권한대행은 "지금 헌재마저 침묵한다면 누가 이 나라의 정의를 지키느냐"라며 "더 이상 머뭇거리지 않고 결정을 내리지 않으면, 헌재가 국민의 심판을 받지 않겠느냐"라고 외쳤습니다.

한편 탄핵심판 선고 장기화에 단식농성자들의 건강 우려도 커지고 있습니다. 김경수 전 경남도지사는 이날로 14일째 단식 농성을 하다 결국 병원으로 이송됐습니다.

앞서 이미 단식 농성을 중단해야 한다는 의료진 소견이 나왔지만 김 전 지사의 단식 농성 의지가 강했다고 합니다. 김 전 지사 측은 "어제 의료진 정밀 검사를 진행했고, 의료진은 단식을 중단해야 한다고 했지만 김 전 지사의 의지가 강했다"라고 설명했습니다. 하지만 이날 오후 7시 15분쯤 결국 병원으로 옮겨졌습니다.

비상행동 공동의장단 소속 15명 인사들도 14일째 단식을 이어가던 중 건강상의 이유 등으로 전날 오후 2시 단식을 중단했습니다. 이들 모두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고 있습니다. 대신 이날부터는 비상행동 공동대표, 공동운영위원장을 비롯해 12명이 단식 농성을 이어갑니다.

정청래 "아무일 없었다? 왜 탄핵구속 됐나"

윤석열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해놓고 '실제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라고 거듭 앞뒤가 안맞는 주장을 편 것을 두고 JTBC 앵커가 “온 국민이 다 봤는데 없던 일로 만들려는 궤변”이라고 성토했습니다. MBC 앵커는 “공감능력이 있다면 할 수 없는 말”이라고 쓴소리했습니다.

윤 대통령은 선관위에 군을 동원한 것이 본인 지시라는 것을 인정했고, 대국민호소용 계엄이었다는 사실을 계엄중에 국무위원과 사령관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았다고 시인했습니다. 국회 탄핵소추인단의 단장인 정청래 법사위원장은 그럼 왜 헌재 탄핵심판이 열리고 있고, 본인은 왜 탄핵가결되고 구속됐느냐며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는 주장은 동의할 수 없다고 비판했습니다.

윤 대통령은 어제(4일) 헌법재판소 탄핵심판 변론기일에서 “이번 사건을 보면 실제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았는데, 지시를 했니 받았니 이런 얘기들이 마치 그 어떤 호수 위에 떠 있는 무슨 달 그림자 같은 거를 쫓아가는 그런 느낌을 좀 많이 받았다”라고 말했습니다.

윤 대통령은 “장관에게 얘기할 때는 '이거는 계엄의 형식을 빌린 대국민 호소고 국회 그 해제 결의가 있으면 즉시 할 것'이라고 얘기하지만 그런 내용은 해제하고 설명을 해야지 국무위원들한테 계엄 전에는 얘기할 수가 없는 것”이라며 “국방장관도 지휘관들, 사령관들한테는 '이 계엄은 곧 해제될 계엄이고 전체 군 투입은 얼마 안 된다' 이런 얘기를 안 하고 이제 필요한 그 대통령의 선포에 따라서 각자 맡은 업무를 하도록 했기 때문에 각자 정해진 매뉴얼대로 하다 보니까 저나 장관이 생각한 것 이상의 어떤 조치를 준비 했을 수는 있다”라고 주장했습니다.

그는 방첩사가 합동수사본부를 맡고, 육군참모총장이 계엄사령관 발령을 받았지만 조직을 구성하기 전에 국회의 계엄해제 요구에 따라 자신이 군 철수 지시를 했다는 점을 들어 “그래서 아무 일도 안 일어났다는 말씀을 드린 것”이라고 했습니다. 그러나 윤 대통령은 정작 선관위에 군 동원을 지시한 사실은 시인했습니다. 그는 “제가 평소에 의문을 가졌던 거, 2023년 10월에 국정원 보고를 받고 대단히 미흡하게 점검했다는 것 때문에 점검을 하도록 시킨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도 압수한 게 전혀 없었다는 점을 들어 아무 일도 안 일어났다고 했습니다.

이를 두고 국회 탄핵소추위원단장인 정청래 법사위원장은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으면 오늘의 헌법 재판소 심판 법정이 없었을 것”이라며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는데 하늘의 별이라는 그 군 장성들이 구속되어 재판을 받아야 하고, 안보상으로 국가적으로나 국가적 큰 손실이 이렇게 일어났으며, 대통령이 탄핵되어 또 구속되어서 탄핵심판도 받고 있고 형사재판을 받아야 되는 이런 엄청난 일이 벌어졌는데 아무 일이 일어나지 않았다는 부분에 대해서는 동의하기가 상당히 어렵고 국민들도 그렇지 않을까 이런 생각이 든다”라고 비판했습니다.

한민용 JTBC 앵커는 이날 저녁 '뉴스룸' 톱뉴스 오프닝 멘트에서 “12·3 내란의 밤 온 국민이 생중계로 지켜본 계엄군의 국회 난입을 아예 '없던 일'로 만들어버리려는 궤변”이라고 강하게 비판했습니다. 조현용 MBC 앵커도 이날 '뉴스데스크' 클로징 멘트에서 “지난 두 달 넘게 국민들이 무슨 일을 겪었는지 관심이라도 있고 아주 약간의 공감 능력이라도 있다면 도저히 할 수 없는 이야기”라며 “그래서 안 된다는 거다. 현실 인식조차 안 되는데 과거에서 무얼 배울 수 있고 미래는 어디에 있겠느냐. 그래서 안 된다는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尹측, 합헌 근거 직답은 않고 부정선거론·국회 비난 궤변만
배진한 1시간 넘어가자 기자석에선 실소·탄식 소리 커져
국회 측 "만일 파면 안 되면 예측불허, 미래에 독재자 키워내는 일"

“변호사의 임무는 의뢰인을 위해 재판부를 설득하는 일인데, 이 사건 피청구인(윤석열 대통령) 대리인들은 재판부를 설득하려고 선 것 같지 않다는 느낌을 강하게 받았다.”

어제(16일)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2차 변론기일을 마치고 심판정을 나온 국회 측 대리인단의 장순욱 변호사가 취재진 앞에서 한 말입니다.

윤 대통령이 변론기일에 불출석한 가운데 윤 대통령 측 대리인단은 2시간 넘게 부정선거론을 비롯한 내란사태 옹호 발언을 이어갔습니다. MBC 대주주이자 감독기구 방송문화진흥회의 현직 이사도 변론에서 '부정선거' 궤변을 펼치는 한편, 이사직 사퇴 의사는 끝내 밝히지 않았습니다.

이날 변론은 3시간 20분 가량 진행됐습니다. 국회 측이 제시한 ▲비상계엄 선포 ▲포고령 ▲국회와 선거관리위원회 침입 행위 등이 위헌이라는 탄핵소추 사유에 대해 윤 대통령 측은 정면 논박을 하지 않은 채 장황한 주장을 이어가면서 중계를 지켜보는 현장 곳곳에선 기자들의 한숨소리와 코웃음 소리가 점점 커졌습니다.

국회 측에선 정청래 법제사법위원장이 10분, 김진한 변호사가 20분씩 변론을 맡아 탄핵소추 사유를 제시했습니다. 정청래 위원장은 “피청구인 윤석열은 내란 이후 법관이 발부한 영장마저 거부했고 일부 지지자에 기대어 국가 혼란을 부추기고 '부정선거' 망상에 사로잡혀 있다. 관저 앞 농성전 때문에 일촉즉발 무력 충돌까지 염려될 지경이었다. 체포 순간까지 사법체계를 부정했다”라며 “헌법 수호 의지가 손톱만큼도 없다”라고 탄핵 필요성을 강조했습니다.

김진한 변호사는 변론을 마치며 “피청구인은 매우 위험하다. 만일, 만에 하나 탄핵심판 청구가 기각돼서 피청구인이 대통령직에 복귀한다면 어떤 위헌적 행위를 할 것인지 전혀 예측 불가능하다. 그래서 많은 국민들이 불안해하고 있다”라며 “파면하지 않는다고 한다면 미래에 이를 본보기 삼는 독재자를 키워내는 결과가 될 것”이라고 했습니다.

이에 대한 답변을 맡은 윤 대통령 측 조대현 변호사는 27분 발언했습니다. 조 변호사는 비상계엄 선포 행위가 “고도의 통치행위”라며 “사법부(헌재)의 심사 대상이 되지 않는다”라는 사실과 다른 주장을 이어갔습니다. 12월 7일 첫 대통령 탄핵소추안 표결 당시 의사정족수가 되지 않아 국회의장이 투표 불성립을 선언한 것을 두고 “불성립이 아니라 부결됐다”며 국회가 일사부재의 원칙을 어겼다는 주장도 했습니다.

이후 배진한 변호사가 “한 말씀만 드리겠다”라며 마이크를 잡은 뒤 약 1시간 10분 간 부정선거론과 '예산폭거' 주장을 이어갔습니다. “이런 비상계엄은 없었다. 국회의원도 한 명도 체포 안 되고 유혈사태도 나지 않고 국가에 어떤 피해도 입히지 않았다”, “어떻게 한 명도 못 들어가게 못 막을 수 있나”라고 되묻기도 했습니다.

이어 투표함 자물쇠와 투표용지를 묘사해가며 부정선거론을 주장했고, 다음으로는 국회의 예산 삭감 의결을 탓하며 연구개발사업 등 삭감 내역을 하나하나 열거했습니다. 야당이 국회 증언감정법을 통과시켜 기업에 불리한 입법을 했다고도 주장했습니다. 그러면서 비상계엄 선포 당시가 국가비상사태였다고 주장했습니다.

배진한 변호사가 “시간이 없으니 빨리 하겠다”, “이제 마무리하겠다”라면서도 국회 측 주장에 대한 직접 답변과는 거리가 먼 발언을 장황하게 이어가면서, 그의 변론이 1시간에 이르자 기자들 사이에서도 실소와 탄식 소리가 커졌습니다. “여기까지 마치겠다”라던 배 변호사가 “마지막으로 한 말씀만 드리겠다”라며 다시 마이크를 잡자 중계를 보던 기자 브리핑룸 곳곳에서 “허”, “진짜”, “하, 씨” 등 헛웃음과 한숨, 탄식이 터져나왔습니다.

배 변호사 변론이 끝나자 진행을 맡은 문형배 소장 권한대행이 잠시 휴정을 선언하며 “(속개하면) 10분 이내에 피청구인 의견 진술을 마쳐달라”라고 했습니다. 이어진 변론에서 윤 대통령 측 차기환 변호사가 또 다시 부정선거론을 주장하며 13분 넘게 발언하자 문 대행은 “마무리하라”라고 했습니다. 차 변호사가 발언을 잇자 문 대행은 “제한하겠다”라며 들여보냈습니다.

재판부는 오는 21일 3차 변론기일엔 국회 측이 증거 신청한 국회와 선관위 CCTV 영상을 집중적으로 살펴보고 이에 대한 윤 대통령 측 답변을 듣기로 했습니다. 윤 대통령 측이 행정안전부에 사실조회 증거신청 하기로 했던 국무회의 자료 관련 신청을 이날까지 하지 않아 정형식 재판관이 “하지 않은 이유가 있느냐”라며 “바로 해 달라”라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재판부는 또 이날 6~8차 추가 변론기일을 각각 2월 6·11·13일 오전 10시부터 종일로 지정했습니다.

변론기일을 마친 뒤 윤 대통령 측은 심판정 앞 취재진 앞에서도 40분 넘게 부정선거론 주장을 이어갔습니다. 이날 MBC 대주주인 방문진 이사의 거취에 대한 질문도 나왔습니다. 차 이사는 윤 대통령 측을 대리하는 변론을 하면서 이사를 맡는 것이 MBC 관리감독에 지장을 준다고 생각하지 않느냐는 미디어오늘 질문에 “지금도 (방문진 이사) 하고 있다. 전혀 그렇게 (MBC 관리감독에 지장을 준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라고 했습니다.

대한민국 헌정 사상 세 번째 대통령 탄핵안이 지난 14일 국회를 통과했습니다. 기자 생활 9년차 이상이라면 적어도 두 번은 목격했을 현직 대통령에 대한 탄핵안 가결입니다. 2016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때와 비교하면 이번 윤석열 대통령 탄핵은 내용과 형식면에서 여러 차이점이 있습니다. 탄핵 국면을 결정지은 사건의 성격이 확연히 다르고, 여론을 이끈 미디어 플랫폼도 크게 달라졌습니다. 두 차례 탄핵 정국에서 언론사 간 희비가 엇갈리는 모습도 보입니다. 8년 전과 지금, 언론과 미디어 측면에서 달라진 점은 무엇일까요?

① 페이스북서 유튜브로... 8년 만에 급변한 미디어 환경

한국 정치사를 뒤흔든 두 차례의 탄핵 국면, 다만 여론을 이끈 미디어 플랫폼은 그새 크게 달라졌습니다. 2016년 박 전 대통령 탄핵 당시엔 페이스북과 페이스북 라이브가 시민들의 목소리를 전하는 주요 창구였지만 올해 윤 대통령 탄핵 정국에선 유튜브와 유튜브 라이브가 그 자리를 대체했습니다.

2016년만 해도 페이스북 라이브는 광화문 촛불집회 현장의 생생한 목소리를 전달하는 핵심 플랫폼이었습니다. 가장 많은 이용자가 그곳에 있었고, 언론사들은 자연스레 페이스북 라이브로 집회 현장을 실시간 생중계하며 더 많은 시민들의 참여를 이끌어냈습니다. 당시 언론사들은 페이스북을 활용한 실시간 여론조사 ‘라이브폴’ 등을 도입하며 독자들의 폭발적 호응을 얻었습니다.

그러나 페이스북 전성기는 오래 가지 못했습니다. 스마트폰과 인터넷 동영상 시장의 확산, 페이스북의 언론사 브랜드 페이지 노출 감소 정책 등이 겹치며 미디어 플랫폼은 빠르게 유튜브로 넘어갔습니다. 이제 대부분의 언론사들은 유튜브 실시간 라이브로 주요 뉴스를 전합니다. 계엄령이 발령됐던 3일 밤 수많은 시청자들이 유튜브로 몰린 것도 당연한 일이었습니다. 이날 오마이TV 실시간 라이브 동시접속자 수는 66만명에 육박하며 지상파 방송국을 멀찍이 따돌렸고, 윤 대통령의 탄핵소추안이 가결된 지난 14일엔 MBC의 유튜브 실시간 라이브 동시접속자 수가 총 133만명에 달했습니다. JTBC(22만명)와 YTN(12만명) 등 채널에서도 각각 10만명이 넘는 시청자가 유튜브로 탄핵안 가결 장면을 지켜봤습니다.

다만 유튜브의 영향력은 2016년에도 이미 드러나고 있었습니다. 당시 JTBC는 유튜브에서 라이브 스트리밍 서비스를 주력으로 내세웠고, 그 덕분에 박 전 대통령 탄핵 라이브 동시접속자 수는 36만명에 달했습니다. 박 전 대통령이 직무정지 상태에서 유일하게 인터뷰했던 ‘정규재TV’ 역시 기성 언론이 아닌 유튜브 방송이어서 많은 화제를 모았습니다.

② 언론이 주도했던 2016년, 대통령 스스로 무너진 2024년

8년 전 탄핵과 이번 탄핵은 사건의 성격도 다릅니다. 기성 언론의 끈질긴 취재와 특종 보도로 시작됐던 2016년 탄핵 국면과 달리 이번엔 대통령 스스로 선포한 계엄령이 도화선이 돼 탄핵이 진행됐습니다.

8년 전 탄핵의 첫 단추를 끼운 곳은 TV조선이었습니다. TV조선은 그해 7월부터 미르·K스포츠재단 의혹을 내보냈고, 한겨레신문이 이를 받아 이들 재단과 전국경제인연합의 비정상적인 커넥션, 최순실씨 딸 정유라씨의 대학생활 특혜 의혹을 제기했습니다. 결정적인 장면은 JTBC의 태블릿PC 특종이었습니다. 증거를 통해 최씨의 국정 농단 실체가 드러나자 박 전 대통령은 결국 대국민 사과를 했고, 이후 하루가 멀다 하고 언론사들의 치열한 특종 경쟁이 벌어지며 탄핵의 동력을 만들어냈습니다. JTBC와 TV조선, 한겨레는 그 공로로 이듬해 한국기자상을 공동 수상했습니다.

반면 이번 탄핵은 대통령의 말 한마디가 모든 것을 바꿔놓았습니다. 계엄령이 선포되자마자 여야를 막론, 정치권의 반발이 터져 나오더니 결국 여당 의원 일부가 탄핵에 가세하는 사태로 이어졌습니다. 진행 속도도 확연히 달랐습니다. 2016년엔 첫 촛불집회부터 탄핵안 가결까지 한 달 넘게 걸렸지만 이번엔 계엄령 선포 이후 열흘 만에 탄핵안이 가결됐습니다. 덕분에 기자들도 조금은 고생을 덜었습니다.

사건팀 바이스(부팀장)인 전현진 경향신문 기자는 “박근혜 때는 외부 의혹을 기자들이 취재하고 그게 수사 대상이 되는 경우들이 있었는데, 이번엔 사실관계가 꽤나 간단명료하다”라며 “군 지휘체계를 파악하는 정도니 외부에서 취재해 들어갈만한 거리가 별로 없다. 그래서 예전보다는 단독 경쟁이 덜하고, 거의 모든 매체가 나오는 내용을 잘 정리해 따라가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습니다. 다.

다만 수많은 신문이 특별판과 호외를 발행하고 ‘거리편집국’을 꾸리며 현장 구석구석의 목소리를 전한 건 이번에도 비슷했습니다. 이주현 한겨레 뉴스룸국장은 “저도 노무현 대통령 서거 때 한 번 만들어본 뒤 이번에 처음으로 호외를 두 번이나 만들어봤다”라며 “저에게도 새로운 경험이었는데 젊은 세대들에게도 낯설고 신기한 경험이었을 거라 생각한다. 새로운 세대가 민주주의를 위해 광장에 나왔고 그들에게 저희의 메시지가 담긴 신문이 전달됐는데, 종이 신문의 물성을 접하고 ‘굿즈’처럼 생각하게 된 기회였다고 본다”라고 말했습니다.

③ 손가락질 받던 지상파... MBC는 웃고, KBS는 울고

두 차례의 탄핵 정국에서 대한민국 대표 공영방송인 KBS와 MBC의 운명도 극명하게 엇갈렸습니다. 2016년 탄핵 당시 두 방송사는 모두 ‘보도 참사’로 시민들의 강한 질타를 받았다. 하지만 8년이 지난 지금 분위기는 사뭇 다릅니다.
당시 MBC는 ‘최순실 게이트’ 보도를 제대로 하지 못해 현장에서 온갖 수모를 당했습니다. 시민들의 질타에 기자가 ‘MBC NEWS’ 로고를 뺀 마이크를 들고 현장 소식을 전해야 했고, 신뢰도와 영향력 모두 JTBC에 뒤처지며 ‘청와대 방송’이라는 비판을 받았습니다. 하지만 이번엔 달랐습니다. 계엄령 사태를 충실하게 전하며 유튜브 실시간 라이브 동시접속자 수, 시청률 같은 지표에서 선두권을 달리는 등 박 전 대통령 탄핵 때와는 확연히 다른 모습을 보였습니다.

반면 KBS는 그때나 지금이나 비슷한 상황에 처해 있습니다. 8년 전 최순실 게이트 보도 참사에 이어 이번 계엄령 사태 때도 시청자들의 외면을 받으며 내부 비판이 분출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윤 대통령의 탄핵안이 가결된 지난 14일만 보면 수도권 가구 기준(닐슨코리아) '특집 MBC 뉴스데스크'와 ‘MBC 뉴스특보’가 10% 이상의 시청률을 기록하는 동안 KBS 1TV의 'KBS 뉴스특보'는 3.2%를 찍으며 SBS에도 밀리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구성원들은 2017년 공영방송(KBS·MBC) 총파업으로 고대영 사장의 사퇴를 요구했던 것처럼 이번에도 박장범 사장의 사퇴를 요구하며 ‘공정방송 사수’를 외치고 있습니다.

노태영 KBS 기자협회장은 “박근혜 탄핵 때는 뉴스를 어떻게 만들었는지 궁금해 큐시트를 찾아봤는데 그때 큐시트를 제작한 사람이 윤 대통령 탄핵안 발의 때도 만들고 있더라. 그래서 게이트키핑이 그 모양 그 꼴이었다”라며 “최근 보도국장이 바뀌었고 신임 보도국장과 간부들이 노력을 하고 있다. 그런데 뭐든지 무너지기는 금방이어도 다시 세우기는 쉽지 않아서, 단기간에 회복은 어려워 보인다”라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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