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영그룹의 지주회사인 TY홀딩스는 오늘(16일) 이사회를 열고 오동헌 부사장 겸 비서실장을 사장 TY홀딩스 대표이사로 내정했다고 밝혔습니다. 오 사장은 내년 3월 주주총회를 거쳐 대표이사로 정식 선임될 예정입니다.

또 사측은 우상욱 미디어정책실장 상무를 미디어정책실장 겸 비서실장으로 임명했습니다.

태영건설 관계자는 "TY홀딩스는 그룹의 불확실한 대내외 환경에 기민하게 대응하고, 경기침체기 극복과 내실 중심의 성장에 초점을 두기 위해 풍부한 경험과 전문성을 갖춘 인사를 기용했다"라고 설명했습니다.

이번에 승진한 오 사장은 춘천고,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한 후 SBS에 입사해 비서팀장, 경제부장을 역임했습니다. 이후 SBS 계열 경제 채널인 SBS Biz 대표로 근무했습니다. 우 실장은 단대부고,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했으며 SBS에 입사해 베이징 특파원, 사회부장, 보도국장을 지냈습니다.

두 번째 보도본부장 후보로 양윤석 전 TY홀딩스 미디어정책실장 지명
2016년 '박근혜 국정농단' 보도 약해 4개월만에 보도국장 교체되기도

SBS 보도부문 최고책임자(보도본부장) 임명동의가 한 차례 부결된 가운데, 다음 보도본부장 후보로 대주주 TY홀딩스 미디어정책실장을 지냈던 양윤석 SBS 정책실장이 지명됐습니다. 양 후보자는 지난 2016년 보도국장 재임 당시 '박근혜 국정농단' 관련 보도경쟁력이 약하다는 내부 평가에 4개월 만에 교체된 바 있는 인물입니다.

SBS는 지난 5일 사내 공지를 통해 양윤석 보도본부장 후보자에 대한 임명동의 투표를 실시한다고 밝혔습니다. 투표 기간은 오는 10일부터 12일까지입니다. 보도본부장은 보도보문 재적 인원의 50% 이상이 반대할 경우 임명 철회됩니다. 양 후보자는 1991년 SBS 공채 1기 기자로 입사해 문화과학부장, 보도국장, 정책팀장, TY홀딩스 미디어정책실장 등을 거쳐 현재 SBS 정책실장을 맡고 있습니다.

양 후보자는 지난 2016년 SBS 보도국장을 맡았으나, 당시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국면에서 타사에 비해 보도경쟁력이 약하다는 평가가 나오는 가운데 당시 서두원 보도본부장과 함께 약 4개월 만에 교체됐습니다. 최순실 게이트 국면에서 JTBC 등 종합편성채널에 시청률이 뒤쳐지며 보도경쟁력 강화를 요구한 사내 분위기가 일정 부분 반영된 결과로 해석됐습니다.

양 후보자는 2020년부터 SBS 대주주이자 태영그룹 지주회사인 TY홀딩스 미디어정책실장으로 일했습니다. 지난 1월에는 태영건설 워크아웃 신청과 관련해 채권단 설명회를 진행하기도 했습니다. 이후 올해 5월 정책실장을 맡아 SBS로 복귀했습니다. 양 후보자는 지난 5일 보도본부 내부망에 올린 인사말에서 보도본부의 미래 비전과 전략, 기자 개개인의 성장과 역량 극대화 방안, 효율적이면서 공정한 업무 분배 등에 대해 함께 협의하겠다는 의지를 비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앞서 SBS는 최대식 보도국장을 보도본부장 후보자로 지명했으나 임명동의 투표에서 재적인원 50% 이상이 반대해 부결됐습니다. 최 후보자가 보도국장을 맡는 동안 권력에 비판적인 보도가 축소됐고, 창업회장 비서실 출신 인사가 보도본부 요직을 맡는 사례가 반복되고 있다는 내부 평가가 반영된 결과로 해석됩니다.

최대식 SBS 보도본부장 후보자에 대한 임명동의 투표가 부결됐습니다. 낙마한 후보자가 현직 보도국장이란 점에서 충격은 더 큽니다. 뉴스 경쟁력 하락은 물론 소통 부족, 지주회사에 종속된 의사결정 구조 등 전반적으로 누적된 ‘조용한 분노’가 표심으로 나타났다는 해석이 나옵니다.

SBS가 지난 26~28일 보도본부 구성원들을 대상으로 진행한 최대식 본부장 후보자 임명동의 투표는 재적인원 과반의 반대로 부결됐습니다. SBS 보도본부장 임명동의가 부결된 건 2019년 정승민 후보자에 이어 두 번째이며, 현직 보도국장으로서 보도본부장에 지명을 받고도 구성원들의 반대로 낙마한 첫 사례입니다.

① 부결 어려운 요건인데 적극적으로 반대표 행사

SBS 보도본부장 임명동의 요건은 ‘재적인원 기준 보도 50% 미만 반대시’로 부결이 어려운 구조입니다. 반대표가 투표인원이 아닌 재적인원의 50% 이상이어야 부결되므로 일단 투표율이 높아야 합니다. 반대 의사를 가진 사람이 투표를 많이 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이번에 투표율이 81.6%로 전임 본부장 때보다 높았던 것은 적극적인 반대표 행사가 많았다는 뜻입니다. 다만 득표율 및 반대표 수 등은 노사합의로 공개되지 않습니다.

정승민 후보자 때는 과거 보도국장 재임 당시 ‘세월호 인양 고의 지연 의혹’ 오보로 감봉 6개월의 징계를 받은 전력 등 비교적 명확한 결함이 있었습니다. 그에 비하면 최대식 후보자는 결격 사유가 뚜렷하지 않은 편입니다. 문제가 있다면 ‘현직 보도국장’이란 점이었습니다. 따라서 이번 임명동의 부결은 최대식 후보자 개인에 대한 것을 넘어 보도본부, 나아가 SBS 인사와 경영을 책임지는 리더십 전반에 대한 구성원들의 경고 메시지로 해석하는 것이 타당해 보입니다.

② 뉴스 경쟁력 하락에 자괴감·패배감… “이대론 안 된다”

취재에 의하면 이번 부결 사태는 원인을 몇 가지로 특정하기 힘들 만큼 복합적인 배경이 작용한 결과로 보입니다. 우선은 ‘보도국장으로서의 역량 부족’이 평가받은 거란 분석이 하나입니다. “전반적으로 보도 관련 실적이 무너지고 자존심도, 저널리즘도 살아나지 못한다는 패배감이 ‘리더십 이대로 안 된다’라는 뜻으로 모아졌다”라는 것입니다.

최대식 보도국장 재임 1년 3개월여 동안 SBS의 저널리즘은 물론 뉴스 경쟁력, 평판 등이 모두 하락했다는 지적엔 이견이 없어 보였습니다. 직전 정치부장 시기까지 합해 최근 2년간 가장 중요한 역할들을 맡아 왔으나, 그 기간 SBS 뉴스의 경쟁력은 크게 기울었다는 지적입니다.

정권에 비판적인 보도나 굵직하고 민감한 이슈에 관한 보도가 실종됐다는 지적이 대표적입니다. 예컨대 대통령 부부 관련, ‘채 상병’ 이슈 등 굵직한 이슈가 있을 때마다 주도적으로 나서지 못했다는 자괴감이 큽니다. 이처럼 ‘보도가 잘 되고 있느냐’라는 물음표는 최 국장 재임 내내 따라붙었고, 분노와 불만은 소리 없이 쌓여갔습니다. 최근엔 중간연차 이하 기자들이 이런 문제의식을 국장을 비롯한 보도국 수뇌부에 질의서 형태로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10년차 미만인 A 기자는 “방향성에 대한 고민이 필요했던 것 같다. 내부에서나 밖에서 보기에도 비판(보도) 이런 수위가 낮아지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있었고, 이게 보도국장 개인의 책임이 아닌 걸 인지하고 있지만, 재임 기간 보여준 변화랄까 그런 게 구성원들에게 와닿지 않았던 것 같다”라고 말했습니다.

이는 실적으로도 나타났습니다. 시청률이 떨어지고, ‘디지털 아성’이 무너졌습니다. “가장 핫(hot)한 이슈를 다루지 않으니 디지털에서도 조회수가 나올 수 없다”라는 지적이 나옵니다. 실제 기자협회보 최근 보도에 의하면 9월 이후만 보더라도 SBS 뉴스 Youtube 채널 월간 조회수는 계속 하락세로 10월 3주 기준 MBC의 절반 수준이며, YTN에 3위 자리마저 내줬습니다.

이런 문제가 비롯된 가장 큰 원인으로 B 기자는 “소통이 안 된 것”을 꼽았습니다. “1년 동안 보도국 구성원들과 소통이 되지 않았고, 그런 일이 적체되면서 오해도 많이 생겼는데, 이를 해소하려는 노력 없이 목덜미만 끌고 간 게 결과적으로 이런 상황을 만들었다”라는 것입니다. 최근 젊은 기자들이 문제제기에 나선 것도 그때그때 소통하며 해결하지 않은 결과라고 했습니다. 그는 “다른 회사처럼 파업이나 피케팅을 하는 등 항의하는 게 외부에 알려질 만큼은 없었지만, 내부의 아쉬움이 많이 쌓이면서 이번 기회에 표출된 것 같다”라면서 이를 ‘조용한 분노’로 설명했습니다.

③ SBS의 비전과 미래를 ‘여의도’에서 결정한다?

근본적으로는 SBS의 경쟁력과 미래가 걸린 의사결정을 지주회사의 ‘올드보이’들이 주도하는 것에 대한 우려와 반감이 반영된 결과로 봐야 한다는 해석도 있습니다. 인사권자는 SBS 사장이지만, 실질적인 의사결정은 ‘여의도’(TY홀딩스 소재지)에서 이뤄진다는 공공연한 소문이 있고, 바로 이게 문제의 핵심이란 것입니다.

C 기자는 “옛 ‘올드맨’들이 복귀해서 60대 할아버지들이 의사결정권을 행사하고 최종적인 확정은 90대 할아버지가 하는 기형적인 구조”라고 설명하며 “SBS가 콘텐츠 회사로서 경쟁력을 담보하려면 발탁 인사도 하고 외부 인재도 끌어오고 해야 하는데 이런 엄혹한 시기에 의사결정 구조가 노후화되고 있고, ‘고인 물’들이 회전문처럼 돌아가는 사안에 대한 안타까움이 배어 있는 것 같다”라고 말했습니다.

SBS 설립자인 90대의 윤세영 창업회장은 태영건설 위기 상황에서 지난해 12월 SBS 지주회사인 TY홀딩스 대표이사로 복귀했습니다. 지난 13일 SBS 창사 34주년 기념식에는 윤석민 TY홀딩스 회장이 오랜만에 참석하며 사위인 TY홀딩스 경영관리실장과 TY홀딩스 임원들을 대거 대동해 그 배경을 두고 여러 말을 낳기도 했습니다.

대주주 입김이 더 세지는 것을 경계하는 분위기가 반영됐다는 해석이 나오는 것도 이런 배경에서입니다. 조정 현 보도본부장을 비롯해 최대식 국장과 정치부장까지 과거 윤세영 창업회장 비서실에서 일했던 인사들이 최근 몇 년간 보도본부 요직에 연속 기용되고 있다는 점도 의심을 키운 부분입니다.

취재 결과 세대별로, 속한 부서나 맡은 업무에 따라 견해차는 있었지만 ‘이대로 안 된다’라는 위기의식만큼은 명확해 보였습니다. SBS 경영진과 대주주는 이번 부결의 의미를 어떻게 해석하고 다음 카드를 꺼내 들까요? 회사는 7일 이내에 새 후보자를 공지해야 합니다.

채권단 워크아웃(기업재무구조개선)을 진행 중인 태영건설의 대주주 TY홀딩스가 자금지원을 위해 KKR(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과 공동보유 중인 자회사 '에코비트' 매각 계약을 체결했습니다.

에코비트는 매립, 소각, 수처리 사업 등을 하는 종합환경기업입니다. TY홀딩스는 지난 26일 에코비트 지분 100%를 총 2조 700억원에 매각하는 주식매매계약을 체결했습니다. 매각 대상은 IMM컨소시엄으로 이번 매각 자금 지원을 통해 워크아웃 시계가 빨라질 것으로 태영건설은 기대하고 있습니다.

다만 아직 TY홀딩스가 쥐게 될 매각자금과, 태영건설에 지원될 자금 활용 방안 등은 정해지지 않았습니다.

TY홀딩스가 보유한 에코비트 지분은 50%로 약 1조원 넘는 매각 대금이 들어올 것으로 예상됩니다. 하지만 TY홀딩스는 에코비트 지분을 담보로 KKR로부터 사채발행을 통해 약 4000억원 규모 자금을 조달한 바 있습니다.

이에 따라 4000억원에 대한 원리금 상환과 추가로 공동매각에 따른 협의 정산 등을 제외할 경우 총 지원금액은 5000억원 내외가 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TY홀딩스 관계자는 "KKR측과 공동매각 협의 등을 진행 중으로 아직 구체적인 금액과 자금이 들어오는 시기는 정해지지 않았다"라며 "자금이 확정되면 태영건설 자금 지원 활용 방안 등을 정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어 "워크아웃 이행 기간은 3년이지만 에코비트 매각 등이 태영건설 워크아웃 조기졸업에 이바지하게 될 것으로 전망한다"라고 덧붙였습니다.

한편 태영건설은 지난해 12월 28일 워크아웃을 신청했습니다. 최근 출자전환·영구채 발행 등을 통해 자본잠식 상태 해소, TY홀딩스 등 대주주 지분 무상감자, 주요 자산 매각 등 재무구조 개선을 위한 자구계획을 수행 중입니다.

SBS가 2020년 이후 4년 만에 공모 회사채 시장으로 복귀합니다. 태영건설 리스크가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가운데 파리올림픽 중계료 지출에 따른 손실 등 악재 속에서 목표 물량 확보가 가능할지 주목됩니다.

20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SBS는 어제(21일) 2년물 400억원, 3년물 600억원 등 총 1000억원어치 회사채 수요예측을 연다. NH투자증권, KB증권, 삼성증권이 주관사단을 맡았습니다. 흥행 여부에 따라 1500억원까지 증액이 가능합니다.

확보한 자금은 채무상환용으로 투입됩니다. 2019년 발행한 800억원어치 회사채 만기가 오는 29일 도래합니다. 지난해 찍은 500억원어치 기업어음(CP) 만기도 대비해야 합니다.

SBS가 회사채 시장에 등장한 건 2020년 이후 처음입니다. 당시 SBS는 3년물 300억원에 1000억원, 5년물 400억원에 1000억원 등 총 2000억원의 매수 주문을 받는 등 흥행에 성공했습니다.

태영건설 워크아웃(기업구조개선작업) 작업이 여전히 진행되고 있다는 게 자금시장의 주목을 받는 요인입니다. SBS는 연초부터 공모 회사채 시장 복귀를 타진했습니다. 하지만 태영건설 사태가 터지면서 발행 시점을 하반기로 미룬 것으로 관측됩니다. 태영그룹 지주사인 TY홀딩스는 SBS 지분 36.9%를 소유하고 있습니다. 물론 워크아웃 과정에서 TY홀딩스는 지난 2월 4000억원을 빌리기 위해 산업은행에 SBS 보유 지분 전량을 담보로 제공하기도 했습니다. 태영건설의 워크아웃 관련한 자구책이 시행되면서 분위기가 다소 잠잠해지자 다시 자금시장에 등장한 것으로 풀이됩니다.

파리 올림픽 중계권 지출에 따른 손해를 고려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옵니다. 하나증권은 SBS의 3분기 연결 기준 매출액은 2740억원, 영업손실은 43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3분기 적자 전환이 예상된다는 뜻입니다. 이기훈 하나증권 연구원은 “올림픽 관련 광고가 판매됐던 시기에는 메달에 대한 기대가 낮아 TV와 뉴미디어 판매 모두 부진했다”라며 “올림픽 영향에 따른 손실이 100억원 이상으로 예상된다”라고 말했습니다.

신용평가사들도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습니다. SBS의 신용등급은 ‘AA(안정적)’ 우량한 수준입니다. 한국신용평가는 “과거 올림픽과 월드컵 등 대형 스포츠 이벤트 중계 시 제작비용 증가로 영업적자를 기록하는 등 실적 가변성이 있다”라며 “대형 스포츠 이벤트 중계 여부가 손익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는 모니터링할 예정”이라고 말했습니다.

워크아웃을 진행 중인 태영건설의 채권단이 출자전환을 통한 자본확충을 추진하면서 대주주 지분이 50% 이상으로 확대되는 것을 두고 뒷말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오너 일가의 지배력이 강화됐다는 비판이 제기되는 가운데, 알짜 계열사까지 정리하는 자구노력의 결과라는 반론도 팽팽히 맞서고 있습니다.

어제(18일) 금융권에 따르면, 태영건설의 주채권은행인 KDB산업은행은 1조원 규모의 자본확충 방안을 골자로 하는 태영건설의 기업개선계획을 오늘(19일) 금융채권자협의회에 부의하고 이달 30일에 의결할 계획입니다.

태영건설 기업개선계획은 대주주 주식은 100대 1, 기타주주는 2대 1로 차등화해 무상감자를 실시하고, 대주주와 금융채권자가 각각 기존채권의 100%, 무담보채권의 50%를 출자전환하는 내용을 담았습니다.

금융권에서는 이를 통해 태영건설에 대한 대주주 지분이 41.8%(TY홀딩스 27.8%, 윤석민 회장 10.0%, 윤세영 창업회장 1.0%, 윤석민 회장 배우자 3.0%)에서 60% 가까이 높아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통상 무상감자를 진행하면 지분이 줄어드는 대주주의 지위가 흔들리는 경우가 많지만, 태영건설은 출자전환에 대주주가 참여함으로써 지분율이 상승하는 케이스입니다. 출자전환 참여규모는 태영건설의 지주사인 TY홀딩스가 4000억원으로, 금융채권자(2395억원)보다 많습니다.

대주주의 의결권·경영권 행사가 제한되는 워크아웃 기간이 종료되면, 대주주의 지분이 늘어난 만큼 오너 일가의 지배력이 강화될 것이란 지적이 일각에서 나오는 이유입니다. 과거 금호산업이나 쌍용건설, 대우조선해양 등은 출자전환 이후 최대주주 지위가 채권단으로 넘어갔습니다.

다만 금융권에서는 워크아웃의 원칙인 ‘대주주의 자기책임’을 이행하기 위한 노력이라는 관점에서 대주주의 출자전환 참여를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의견에 무게가 실리고 있습니다. 건설업 환경이 어두운 상황에서 태영건설의 대출채권을 주식으로 선뜻 전환하려는 금융채권자가 없었을 것이란 관측입니다.

실제로 은행들은 출자전환 이후 국제결제은행(BIS) 자본비율 악화 가능성에 대한 우려도 적잖았습니다. 바젤Ⅲ 기준 위험가중자산에 대한 자기자본비율 산출기준을 보면, 기업 익스포저에 대한 위험가중치가 신용등급에 따라 20~150%인 반면, 상장주식은 250%, 비상장주식은 400%나 됩니다. 위험가중치 상승에 따른 추가 자본적립 부담을 고려하면, 대출채권 그대로 보유하는 게 낫다는 계산이 설 수밖에 없습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채권단은 원금 회수가 최우선 목표지, 100원이라도 더 출자전환하고 싶은 곳은 없었을 것”이라며 “주식은 위험가중치도 높은 데다 향후 주가 흐름상 원금 회수 가능성도 낮은데 나설 이유가 없다”라고 지적했습니다.

앞서 태영그룹은 태영건설 워크아웃 위기를 넘기기 위해 ▶태영인더스트리 매각대금 납입 ▶에코비트 매각 ▶블루원 지분 담보 제공 및 매각 추진 ▶평택싸이로 지분 담보 제공 등의 자구책을 내놨고, 유동성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윤세영 창업회장 등이 보유한 SBS 지분 및 TY홀딩스 지분도 담보로 제공하기로 했습니다.

이후 태영그룹은 물류 계열사인 태영그레인터미널 지분도 모두 처분해 태영인더스트리 매각대금 1549억원을 포함한 3349억원을 태영건설에 납입 완료됐습니다. 몸값이 2조~3조원에 달하는 에코비트도 국내외 투자자들을 대상으로 투자안내서(티저레터)를 배포하는 등 매각 작업을 한창 진행 중입니다.

태영인더스트리와 태영그레인터미널 매각을 통해 태영그룹 계열사 수는 82개로 줄어들었습니다. 앞으로 태영건설에 수혈할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우량 자산을 추가로 내놓을 경우, 태영그룹의 덩치는 더 줄어들 수 있습니다.

금융권 관계자는 “워크아웃에 공적자금이 투입되면 혈세 낭비, 채권단 자금을 넣으면 관치금융이라는 비판이 나오는 상황에서 대주주가 경영책임을 이행한 것으로 봐야 한다”라며 “부실 경영에 대한 책임을 지기 위해 알짜 계열사까지 팔면서 뼈를 깎는 자구노력을 한 부분은 인정해줘야 한다”이라고 말했습니다.

한편, 태영건설의 59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사업장에 대해 PF 대주단은 상당수는 정상적으로 공사를 진행하되, 토지매입(브릿지) 단계에 있는 사업장은 경·공매를 통해 신속하게 정리한다는 방침을 세웠습니다. 사업장 처리 과정에서 대주단이 태영건설에 청구 가능한 손실분(보증채무 이행청구권)은 출자전환, 상환유예 및 금리인하 등을 통해 우발채무를 해결하기로 했습니다.

산은은 “기업개선계획과 PF 사업장 처리방안이 예정대로 이뤄질 경우, 자본잠식 해소, 수익성 개선 및 유동성 확보로 경영정상화가 가능할 것”이라며 “대주주가 가용 가능한 자산과 역량을 태영건설의 정상화에 신속하게 투입하도록 함으로써 경영책임 이행의 원칙을 확립하고 금융채권자 등 이해관계자의 손실 부담을 최소화했다”라고 평가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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