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는 최종회 나올 때까지 묵혀놨다가 완결되면 한 번에 정주행해요."

취업준비생 강민우 씨(29)씨는 "마지막으로 TV 프로그램 본방송 시간을 맞춰 본 게 3년 전"이라며 이 같이 말했습니다. 그는 "요즘은 OTT(온라인 동영상 서비스)로 보기 때문에 굳이 방송 시간에 맞춰 TV 볼 필요를 못 느낀다"라고 했습니다.

대학생 이연우 씨(24)도 "최근에 드라마를 본방으로 챙겨본 적이 없는 것 같다"라며 "OTT를 몇 개 구독하고 있어서 시간 맞춰 보지 않아도 된다. OTT에서 자체 제작하는 오리지널 시리즈가 더 재미있고 퀄리티(품질)도 좋아서 TV 방송은 거의 보지 않게 된다"라고 덧붙였습니다.

★ OTT 강세에 케이블 TV·IPTV "어쩌나" ★

OTT 이용률이 증가하면서 케이블과 유료방송 업계가 한숨을 내쉬고 있습니다. 지상파 방송국과 케이블TV에서도 본방송 편성 드라마 수를 줄이는 추세입니다.

19일 방송통신위원회 '2023년도 방송시장경쟁상황평가 결과 발표'에 따르면 2023년 OTT 이용률은 77%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습니다. 2020년 66.3%였던 이용률은 4년 만에 10%포인트 이상 늘었습니다. 반면 2022년 말 기준 전체 유료방송 서비스(인터넷 TV·케이블 TV 포함) 가입자 수는 전년 대비 1.5% 증가하는 데 그쳤습니다.

이에 대해 IPTV 업계 관계자는 "IPTV에 OTT 서비스를 넣는 게 필수가 된 분위기입니다. 사용자들이 최대한 많은 OTT를 이용할 수 있도록 제휴 업체를 늘리기 위해 노력하는 추세"라며 "신규 가입자 유치보다는 인공지능(AI)을 접목한 새로운 서비스 소개 등 기존 가입자 이탈을 막기 위한 전략을 짜고 있다"라고 말했습니다.

업계에서는 방송시장 성장이 둔화하는 가운데 유료방송 가입자 수 증가 폭도 쪼그라들거나 감소세로 접어들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지난해 이동통신 전문 조사기관 컨슈머인사이트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케이블TV·IPTV 등 유료방송 이용자의 37%가 코드 커팅(유료방송 해지 및 OTT 가입)을 고려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들 중 4%가 '해지할 계획', 33%는 '고민 중'이라고 답했습니다.

★ TV 편성 드라마 이제 8개뿐 ★

방송국들은 양보다는 높은 제작비를 투자해 질로 승부하는 시대에 들어서자 수익성이 적은 사업부터 정리에 들어갔습니다. 

소위 드라마 '본방 사수(본방송 송출 시간에 시청하는 것)'도 이제는 구시대 문화가 됐습니다. 과거 각 방송국에서는 월화, 수목, 주말 드라마 등으로 매주 3개씩 방영했으나 최근엔 1~2개만 방영하거나 아예 방영하지 않고 있습니다.

현재 지상파 방송국과 케이블TV 방송을 통째로 편성된 드라마는 총 8개에 불과합니다. 요일별로 월화 드라마 2개(KBS 2TV·tvN), 금토 드라마 2개(MBC·SBS), 주말 드라마 1개(tvN)에 일일 드라마 3개(KBS 1TV·KBS 2TV·MBC)에 그쳤습니다. 종합편성채널인 JTBC와 TV조선은 방영 중인 드라마가 없습니다.

광고 시장 규모도 줄어들고 있습니다. 작품이 흥행하더라도 광고 수익으로 제작비를 충당하기 어려운 상황이 될 수 있습니다. 2022년 전체 광고 시장에서 방송 광고가 차지하는 비중은 20.6%로 전년 대비 2.1% 감소했고 규모도 2조 8940억원으로 전년 대비 3.2%(2조 9910억원) 줄어드는 등 감소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전반적으로 제작 드라마 편수가 줄어든게 근본적 원인이다. 방송국 드라마 제작의 투자 대비 성공 가능성이 낮아지고 있기 때문"이라며 "방송국은 드라마 제작비가 올라가고 시청률은 점점 떨어지고 있다. 광고도 디지털 플랫폼과 콘텐츠에 뺏기고 있어 앞으로 방송 편성 드라마 수는 더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라고 설명했습니다.

배우 봉태규가 설레는 DJ 신고식을 치렀습니다.

어제(18일) 아침 9시에 방송된 SBS 파워FM(수도권 기준 FM 107.7㎒) '아름다운 이 아침 봉태규입니다' 진행자로 첫 발을 내딛은 봉태규는 “아침창 가족 여러분들과 만날 이야기를 기대하며, 설레는 처음을 만끽해 보겠다”라며 청취자들에게 첫 인사를 건넸습니다.

봉태규는 23년 간 해당 프로그램을 진행한 김창완의 후임으로 DJ석에 앉았습니다. 김창완은 지난 14일 마지막 생방송을 진행하며 고개 숙인 눈물을 보여 아쉬움을 자아냈던 바입니다. 새로운 DJ로 나서게 된 봉태규의 부담감과 책임감도 남달랐을 수 밖에 없습니다.

봉태규는 “DJ를 하겠다는 소식이 알려지고 나서 연락이 많이 왔다. 김창완이라는 정말 훌륭한 DJ가 이 프로그램을 잘 가꿔 주셨다. 그걸 이어받은 만큼, 저도 열심히 해보겠다. 잘 부탁 드린다"라는 포부를 드러냈습니다.

본격적으로 청취자들과 소통을 시작한 봉태규는 특유의 편안함과 유쾌한 매력으로 청취자들에게 가깝게 다가가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청취자들과 노골적인 멘트도 서슴없이 하고 싶다"라며 친근한 DJ를 예고한 그는, 청취자들을 위해 직접 자기소개부터 활발한 소통 등 솔직담백한 매력으로 청취자들에게 새로운 아침을 선물했습니다.

마지막으로 봉태규는 “굉장히 오래된 프로그램에 제가 들어와서 어색할 수도 있지만, 최대한 자연스럽게 저의 이야기와 노래를 들려드리고 싶다는 생각을 가지고 왔다. 개인적으로 정말 즐겁다"라는 소감을 남겨, 과연 매일 아침 어떤 모습으로 청취자들과 추억을 쌓아 나갈지 주목됩니다.

11년 역사의 KBS 1TV ‘역사저널 그날’과 26년을 이어 온 SBS TV ‘세상에 이런 일이’가 폐지와 재정비 사이, 위태로운 상황에 놓였습니다.

두 프로그램 모두 “경쟁력을 갖춰 다시 돌아온다”라고 입장을 밝혔지만, 긴 역사의 시사 교양 프로그램마저 아슬아슬해진 현 상황에 씁쓸함이 남습니다.

KBS는 지난 2월 KBS 1TV 시사 교양 프로그램 ‘역사저널 그날’의 시즌 종영 소식을 전하며 이유를 ‘시청률 때문’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당시 방송 말미에 출연자들이 갑자기 인사를 하며 종영 소식을 전해 그 배경에 의문이 쏟아지자, “5월경 돌아올 예정”이라며 프로그램의 경쟁력을 향상해 재정비 후 돌아오겠다는 입장을 밝힌 것입니다.

‘역사저널 그날’은 지난 2013년 첫 방송을 시작해 다양한 역사 이야기를 담으며 시청자들에게 재미와 정보를 동시에 전했습니다. 마지막 방송에서 ‘역사저널 그날’의 제작진이 짚은 것처럼, PD 55명, 작가 56명, 패널 75명이 거쳐 간 KBS의 간판 시사 교양 프로그램이었습니다. 2~4%대로 높은 시청률은 아니었지만 꾸준한 응원이 이어지던 프로그램이었고, 이에 ‘역사저널 그날’의 시즌 종영 소식에 ‘안타깝다’라는 반응이 이어졌습니다.

SBS는 무려 26년 동안 방송된 ‘순간포착 세상에 이런 일이’의 폐지를 둘러싸고 논란을 빚었습니다. 첫 번째 폐지설은 지난 1월 불거졌습니다. 당시 불거진 폐지설에 대해 SBS 관계자는 “정해진 것이 없다”라고 말했지만, SBS 시사교양본부 PD들은 성명을 발표하며 문제를 제기했었습니다.

당시 PD들은 “시사교양본부에서 ‘세상에 이런 일이’라는 프로그램은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막내에서 벗어나 처음으로 구성과 편집을 배우는 작가와 PD들이 이 프로그램에서 세상과 사람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며 실력을 쌓는다. 프로그램의 평가 기준에는 수익만이 아니라 조직 내에서 담당하는 역할까지 아우르는 무형의 가치도 포함돼야 한다”라고 ‘세상에 이런 일이’가 유지돼야 하는 이유를 밝혔었습니다. 이후 지난 14일 다시금 ‘‘세상에 이런 일이’가 폐지된다’라는 내용의 보도가 나왔고, 이에 SBS가 “폐지가 아닌 휴식기”라며 “새로운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함”이라고 그 이유를 설명했습니다.

그러나 같은 날 SBS 파워FM(수도권 기준 FM 107.7㎒) ‘아름다운 이 아침 김창완입니다’(이하 ‘아침창’)에서 김창완이 마지막 방송 녹화에 임하며 끝내 눈물을 흘린 일도 이어졌습니다. 김창완은 2000년 10월 2일부터 23년 동안 매일 아침 청취자들을 만나왔지만, 결국 DJ를 후임인 배우 봉태규에게 물려주게 됐습니다. 김창완 또한 재정비 후 2024년 하반기 SBS 파워FM이 아닌 SBS 러브FM(수도권 기준 FM 103.5)을 통해 새롭게 돌아온다고 예고되긴 했지만, 장수 프로그램이 거듭 흔들리는 상황에 시청자들도 안타까움과 슬픔을 느끼고 있습니다.

방송사들의 어려워진 사정을 시청자들도 모르는 바는 아닙니다. OTT(온라인 동영상 서비스), 유튜브로 넘어간 관심을 되찾기 위해 고군분투 중인 방송사들의 상황 역시도 이해 못 할 바는 아닙니다. 평일 드라마는 사라지고, 화제성 높은 예능 프로그램도 낮은 시청률을 이유로 폐지되는 상황에서 시사 교양 프로그램만 ‘칼바람’을 피할 수 없는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상파 방송국 간판 시사 교양프로그램도 ‘시청률’과 ‘경쟁력’이라는 잣대가 적용되는 상황이 씁쓸한 것도 부인할 수는 없습니다. ‘역사저널 그날’과 ‘순간포착 세상에 이런 일이’가 각각 11년, 26년 이어지며 남긴 의미를 숫자로 환산하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그리고 이것이 지금의 지상파 방송국 위기를 부른 이유 중 하나인 OTT와 유튜브가 가지지 못한 지상파 방송국의 가치이기도 합니다. 물론 앞서 언급한 프로그램들이 재정비 후 돌아와 더 재미있는 내용으로 깊은 만족감을 선사할 수도 있습니다. 다만 ‘수익성’ 앞에서 방송사들의 역할마저 잊고 있는 것은 아닌지, ‘시청률·경쟁력 부족’이라는 이유를 앞세운 지상파 방송국이 과연 어떤 행보를 보여줄지 우려가 이어집니다.

사람이 무나 두부도 아니고, 단칼에 잘라냅니다. KBS 2TV '홍김동전'과 '옥탑방의 문제아들', KBS 1TV '역사저널 그날'까지 이어지던 개편을 빙자한 무례한 칼바람이 KBS 1TV '전국노래자랑' 김신영 하차 통보까지 이어졌습니다. 그리고 SBS 파워FM에서는 김창완이 '아침창' 마지막 생방송을 마쳤습니다. 방송인을 사람답지 못하게 대하는 방송가 분위기가 실망감을 자아내고 있습니다.

올해 들어 무수한 칼바람이 방송가를 휩쓸고 있습니다. 시작은 지난 1월 KBS 2TV 예능 프로그램 '홍김동전'과 '옥탑방의 문제아들(약칭 옥문아들)'의 잇따른 폐지였습니다. 다음 달에는 KBS 1TV '역사저널 그날'이 시즌을 종영했습니다. '역사저널 그날'의 시즌 종영이 처음은 아니었지만 명절 연휴에 갑작스러운 종영 소식은 보는 많은 이들을 황당하게 만들었습니다.뒤이어 가장 많은 이들을 폭발하게 만든 사건은 KBS 1TV '전국노래자랑' MC 김신영의 하차입니다. 지난 해 세상을 떠난 故 송해 선생님의 뒤를 이어 1년 6개월 가량 활약한 김신영이지만 하루 아침에 갑작스러운 하차 통보를 받고 New MC로 방송인 남희석이 확정됐습니다.

 

여기에 14일 아침 SBS 파워FM(수도권 기준 FM 107.7㎒) '아름다운 이 아침 김창완입니다(약칭 아침창)'에서 DJ 김창완이 마지막 고별 생방송을 진행했습니다. 비록 그는 휴식기를 가진 뒤 2024년 하반기쯤 SBS 러브FM(수도권 기준 FM 103.5㎒)으로 자리를 옮긴다고는 하나 23년 동안 이어온 '아침창'을 떠나며 흘린 눈물은 보는 이들의 심금을 울렸습니다. 심지어 같은 날 오후 SBS TV 간판 시사 교양 프로그램 '순간포착 세상에 이런 일이' 종영설까지 제기됐습니다. 봄 시즌을 방송가 사람들은 '춘궁기'라고 부릅니다. 봄만 되면 시청자들이 좋은 날씨에 나들이를 즐기며 TV에서 멀어지는 만큼 시청률 회복은 힘들고 추락만 쉽다는 말이 통용되는 여파입니다. 과거 MBC TV 예능 프로그램 '무한도전'에서도 이를 대비한 특집이 구성됐을 정도입니다. 자연스레 봄을 앞두고 이뤄지는 개편 칼바람도 어제 오늘 일이 아니지만 최근 방송가의 하차, 폐지 등은 유독 살벌합니다. 특히 '안정감'이 색깔이기도 한 지상파 방송국 3사(KBS·MBC·SBS)에서 먼저 시작된 폐지 칼바람이 더욱 스산하게 다가옵니다.

 

이를 감안해도 최근 방송가들의 변화에 많은 이들이 유독 분노하고 있습니다. 당장 하차, 폐지 시점을 두고 촉박하다는 지적이 큽니다. 법적으로 근로자들을 해고 하기 전에는 최소 한달 전에는 통보해야 합니다. 프리랜서 형태인 방송 근로자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이들을 보호하기 위해 최소 한달 전에는 통보 해야 하는 규칙이 있지만 방송일 기준인지, 마지막 녹화일 기준으로 한달인지 명확하지 않은 경우가 많습니다. 일찌감치 녹화가 준비되는 프로그램들의 경우 방송일로는 한달이 남았지만 녹화일 기준으로는 당일에 가깝게 하차 통보를 받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TV 수신료 분리 징수 위기, 방송 광고 시장 1조원 미만 추락의 우려 속에 방송사들이 허리띠를 졸라메야 하는 속사정도 이해 못할 바는 아닙니다. 산업이 흔들리는 마당에 출연자, 제작진 개개인과 작은 집단을 챙기려다 방송사 기뚱 뿌리가 뽑힐 수도 있습니다. 그 정도로 최근 국내 방송가 사정이 녹록하지는 않습니다.

더욱 안타까운 것은 이러한 금전적 당위성을 강요하는 무례한 칼바람 속에 콘텐츠 산업의 본질인 '이야기'에 대한 고려가 전혀 없다는 것입니다. 극적인 영화나 드라마가 됐건, 웃음을 주는 예능이 됐건, 노래와 춤으로 무대를 꾸미는 가요가 됐건 적어도 세계 어디를 가도 콘텐츠 산업의 본질은 한 편의 그럴싸한 이야기 혹은 이미지를 팔고 그 안에서 씹도 뜯고 맛보고 즐길 수 있는 거리들을 선사하는 것에 있습니다. 그 매력에 이끌린 사람이 모야 이 바닥의 돈이 됩니다.

그러나 그 시스템을 구성하는 '사람'을 산업의 톱니바퀴, 파편 하나 쯤으로 치부하는 단면이 보이지 않는 장막을 거두게 합니다. 방송사가 파는 그럴싸한 이야기를 믿고 즐기겠다는 대중과 화면 사이 무언의 약속을 처절하게 깨부숩니다. 당신이 즐기는 어떤 드라마, 영화, 예능, 노래 모든 게 누군가 돈을 벌고 수익을 내기 위한 산업이라고 폭로하는 순간, 어떤 콘텐츠라도 매력은 휘발되고 콘텐츠의 가치는 반감됩니다.

과거 지상파 예능 프로그램들에서 우스갯소리로 방송은 숨 쉬는 것도 가짜라고 했는데 그 말이 사실일지라도 얼마나 그럴싸하고 세련되게 보여주는 지가 방송의 만듦새, 작가의 개연성과 감독의 연출력, 출연자의 연기력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터입니다. 어떤 콘텐츠는 그 만듦새를 예술적인 경지로 끌어올려 보여줌으로써 수상 트로피를 거머쥐고 카타르시스를 선사함으로써 명예를 가집니다. 무형의 가치를 만들어내는 대중예술과 '프로그램 폐지'나 '출연자 하차', '개편'이라는 당연하지만 폭력적으로 드러나는 실체는 정확히 대척점에 있습니다.

매니지먼트 회사들이 소속 아티스트와 소속사 간 결별을 'FA'와 '아름다운 이별'로 표현하는 이유도 다름 아닙니다. 누군가에게는 가벼운 이직, 고용주의 변화 같은 돈의 문제도 스타를 위한 팬심을 생각해 살뜰하게 표현하는 게 예의이고 생리입니다. 방송가 하차에도 세련된 이별, 예의 바른 마무리가 필요합니다. 더 이상 제 발로 누군가의 웃음이나 꿈과 희망을 '와장창' 박살 내버리는 사람들에게 대중이 시간을 할애할 이유도 애정도 없지 않을까요? 적어도 손 쉽고 간편했던 폐지와 하차, 개편 따위의 말들로는 이제는 충분하지 않은 시대입니다.

KBS 1TV '전국노래자랑'과 SBS TV '순간포착 세상에 이런 일이', SBS 파워FM '아름다운 이 아침 김창완입니다'의 공통점은 장수 프로그램이라는 점입니다. 세 프로그램의 진행 시작 연도를 합치면 도합 94년입니다. 하지만 지상파 방송국의 선택은 달랐습니다. 시대에 맞춰 '변화'라는 카드를 꺼내 들었습니다.

1980년에 첫 방송을 시작한 '전국노래자랑'은 고 송해의 진행으로 시청자들의 일요일 낮을 책임졌습니다. 송해가 세상을 떠나면서 '전국노래자랑'의 MC 자리는 공석이 됐습니다. KBS 측은 고심 끝에 김신영을 고 송해의 후임으로 낙점했습니다. 김상미 CP는 김신영에 대해 대중과 함께하는 무대 경험이 풍부하다는 이유로 김신영을 선택했다고 합니다. '전국노래자랑' 최초의 여성 단독 MC가 된 김신영 역시 "가문의 영광"이라고 소감을 밝히기도 합니다.

김신영은 2022년 10월부터 '전국노래자랑'의 MC로 활약했습니다. 시청률은 4%~6%대를 왔다 갔다 했고, 지난해 연말 최고 시청률 7.7%를 기록했습니다. '전국노래자랑'의 시청률은 고정 시청자들 덕분에 큰 낙폭 없이 비슷한 숫자를 유지할 뿐 반등은 없었습니다. 그러나 지난 3월 4일 김신영이 일방적으로 MC 교체 통보로 '전국노래자랑'에서 하차한다는 소식이 알려졌습니다. 소속사 씨제스 스튜디오에 따르면 김신영은 3월 9일 마지막 녹화를 마쳤습니다.

김신영의 후임은 남희석이었습니다. 김신영의 하차 선언과 함께 후임으로 남희석이 낙점됐습니다. 시청자들은 KBS 시청자권익센터에 김신영의 하차 반대 청원을 제기했습니다. KBS는 "(김신영 님이 송해 선생님의 후임자로 발탁된 이후) 시청률은 하락세를 보였고, 시청자 민원을 통해 프로그램 경쟁력 하락에 대한 우려 역시 제기됐다. 프로그램 경쟁력 제고를 위해 제작진은 다양한 특집을 기획하는 등 김신영 님과 함께 다방면으로 노력했으나 오랜 세월 프로그램을 사랑한 시청자들의 기대를 충족시키기에는 부족했다"라고 설명했습니다.

'전국노래자랑'에 앞서 KBS는 예능 프로그램 '홍김동전'과 '옥탑방의 문제아들'을 폐지했습니다. 두 프로그램 역시 갑작스럽게 폐지 통보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역사저널 그날'도 예고 없이 갑작스럽게 종영됐으나 오는 5월에 새롭게 돌아올 예정입니다. KBS와 마찬가지로 이어 SBS도 칼바람이 불었습니다. 김창완은 3월 14일 2000년 10월부터 진행한 SBS 파워FM '아름다운 이 아침 김창완입니다' 마지막 방송을 마쳤습니다. 그는 기타를 연주하며 노래를 부르다 목이 메기도 하고 눈물을 흘린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김창완은 "그만두어야 한다는 말을 들었을 때는 귀가 저절로 닫히는 느낌이었다, 현실감이 없더라"라고 털어놓기도 했습니다.

그뿐만 아니라 올해 1월 '세상에 이런 일이'가 폐지설에 휘말렸습니다. '순간포착 세상에 이런 일이' 측은 방송사로부터 폐지 통보를 받았다는 것입니다. SBS 시사교양본부 PD들은 성명을 통해 "폐지를 반대하고 편승 측에 시간대 이동을 요청했다"라면서 "힘을 모아 '세상에 이런 일이'를 지켜야 할 때다. 단순히 하나의 프로그램을 잃는 것이 아니라 시사교양본부를 이끌어 가는 보직자들에 대한 구성원들의 신뢰까지 잃게 될 수도 있다"라고 했습니다. 다만 '순간포착 세상에 이런 일이'는 폐지가 아닌 휴지기를 갖습니다. SBS 관계자는 "방송 26주년에 맞춰 새로운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5월부터 잠시 휴지기를 갖는다"라면서 "파리 올림픽 이후에 다시 돌아올 예정이다"라고 했습니다.

방송사의 입장에서는 장수 프로그램 폐지 혹은 휴지기 등에 대해 부담감을 가지고 있을 터입니다. 이는 시청률을 통한 광고 수익 때문입니다. 코로나 팬데믹 이후 OTT 플랫폼이 활성화되면서 자연스럽게 방송 프로그램의 시청률은 하락세를 보였습니다. 드라마의 경우 재밌으면 시청자들이 너도나도 보지만, 예능과 시사 교양 프로그램의 사정은 녹록지 않았습니다. 방송국도 시대에 맞춰 변화를 선택한 셈입니다. 변화엔 고통이 따릅니다. 변화하는 것, 그 과정의 고통을 보듬어가는 방법론이 꼭 필요합니다.

지난 14일 방송가에 오랜 역사의 프로그램 두 편의 종방과 관련된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하나는 1998년 5월부터 방송된 SBS TV 간판 시사 교양 프로그램 ‘순간포착 세상에 이런 일이’, 또 하나는 1996년 11월부터 매일 아침 9시에서 11시까지 방송중인 SBS 파워FM ‘아름다운 이 아침’입니다.

‘순간포착 세상에 이런 일이’는 지난 1월 종방설에 이어 또다시 종방과 관련한 소문에 휩싸이게 됐습니다. 제작진은 이에 대해 “프로그램이 휴지기를 갖는다”라고 표현했지만, 앞선 많은 사례처럼 휴지기가 언제 끝날지는 예상할 수 없습니다.

SBS는 이미 “프로그램의 형식이 오래됐다”라는 명분을 앞세우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에 SBS 시사교양본부와 시청자들은 반대의 뜻을 내비치고 있습니다.

시사교양본부 PD들은 당시 “프로그램의 폐지를 반대한다”라며 시간대 이동을 요청합니다. 힘을 모아 프로그램을 지켜야 한다“라는 성명도 냈습니다. 시청자들 역시 각종 게시판에 폐지에 반대하는 뜻을 분명히 했습니다.

SBS 파워FM ‘아름다운 이 아침 김창완입니다’도 2000년 10월 2일부터 방송했습니다. 23년 동안 매일 아침 라디오로 청취자들을 만난 김창완은 14일 방송에서 초대 손님 잔나비와 함께 라이브를 펼쳤습니다. 결국 그는 마지막 라이브 무대에서 눈물을 흘렸습니다.

그는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서도 23년 정든 부스를 떠나는 억하심정을 드러냈습니다. 그는 “처음 ‘아침창(아름다운 이 아침 김창완입니다)’을 그만두어야 한다는 말을 들었을 때”라고 표현해 하차가 방송사의 방침임을 밝히면서 “귀가 저절로 닫히는 느낌이었다”라고 토로하기도 했습니다.

애청자들 역시 20년 넘게 자리를 지킨 DJ의 갑작스러운 하차에 안타까움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시간이 지나 편성을 바꾸고 프로그램을 폐지하거나, 진행자를 바꾸는 것은 방송사의 권한이지만 SBS의 최근 행보는 당사자들의 동의는 없어 보입니다. 김창완과 마찬가지로 ‘순간포착 세상에 이런 일이’를 진행한 MC 임성훈 역시 일부 매체에 “한 달의 시간이 남아있다”라며 상황 변화를 건의할 분위기를 보이기도 했습니다.

이러한 상황은 결국 SBS가 현재 처해있는 상황에 빗대 설명할 수밖에 없는 상황을 만듭니다. 지속적인 지상파 방송국 채널의 수익 감소는 채널의 존립마저 위협하는 수준에 이르렀습니다. 시청료로 존속하는 KBS는 일찌감치 1000억원대의 제작비 절감 대책을 발표했습니다. MBC 역시 사안의 경중만 있을 뿐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습니다.

SBS는 여기에 대주주이면서 태영건설의 지주회사인 TY홀딩스가 태영건설의 워크아웃 위기상황을 해결하는 데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이중고 상황입니다. SBS 노동조합 측은 최근 “(TY홀딩스의 인수가)결국 SBS의 자본이 투입되고 있고, 빚보증까지 서야 하는 처지가 됐다”라고 토로하기도 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는 무엇보다 시청률 등 광고 수익과 직결되는 수치들이 판단의 우선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20년이 넘는 장수 프로그램의 교체는 방송사 입장에서도 부담스러운 결정이지만 SBS를 둘러싼 상황은 생각보다 녹록지 않아 보입니다.

방송은 결국 이야기이며 이 이야기가 쌓이는 역사입니다. 특히 교양 프로그램이나 라디오의 경우는 오랜시간 방송하면서 방송사의 이미지와 충성도에 핵심적인 역할을 합니다. 김창완은 ‘아침창’ 마지막 방송 도중 눈시울을 붉혔습니다. 변화하는 시장 구도 속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지상파 방송국 채널의 위기가 투영되는 순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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