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인 남희석이 '전국노래자랑' MC 신고식을 마쳤습니다. 김신영과는 다른 매력을 앞세워 시청자들과 만남을 가졌습니다.

오늘(31일) 오후에 방송된 KBS 1TV '전국노래자랑'은 '전라남도 진도군' 편으로 꾸며졌습니다.

이날 방송은 남희석이 '전국노래자랑' 첫 MC로 나선 자리였고 지난 12일 공개 녹화가 진행됐습니다. 故 송해의 뒤를 이어 '전국노래자랑' MC를 맡았던 김신영은 지난 9일 마지막 녹화를 했으며, 24일에 방송했습니다.

남희석은 오프닝에서 무대에 올라 관객들에게 인사를 했습니다.

남희석은 "여러분 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요!"라고 큰 소리로 인사를 했습니다. 이어 그는 "네! 반갑습니다. 오늘 '전국노래자랑' 첫 인사를 전라남도 진도군에서 이렇게 올리게 됐습니다"라고 말했습니다.

남희석은 "제가 여러분들 웃음과 행복, 안방에 잘 전달하도록 하겠습니다. 여러분 잘 부탁드립니다"라면서 90도로 허리를 숙여 인사했습니다.

그는 객석에서 관객들이 박수를 치며 환영해주자 "감사합니다!"라면서 "자, 진도에 와보니까요. 구수한 남도 사투리, 친절해요! 그리고 인심도 넘치고, 풍요로운 그런 고장이 아닌가 생각합니다"라고 말했습니다.

'전국노래자랑'에 MC로 나선 남희석은 전 MC 김신영과는 차별화된 모습을 보여줬습니다. 그의 진행은 차분했습니다. 진행 멘트도 과하지 않게, 참가자들에게 다가섰습니다.

또한 남희석은 참가자의 상황을 고려해 다가서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다리를 다쳐 목발을 짚고 올라온 학생과는 소소한 대화를 나눴고, 노래를 시작한지 얼마 안 되어서 '땡'을 받은 참가자를 위해서는 한번 더 기회를 요청하고 나서기도 했습니다. 과거  송해가 '전국노래자랑' 참가자들의 상황을 고려하며 응원과 위로를 전하는 공감 MC의 모습을 연상케 했습니다.

긴장된 듯한 모습이었던 남희석은 차분하게 참가자들을 소개하고, 진행을 이어갔습니다. 전 MC 김신영이 열정적인 진행과는 사뭇 다른 느낌으로 한결 부드러워진 '전국노래자랑'의 분위기였습니다. 김신영이 흥을 끌어올리는 분위기 메이커 느낌이었다면, 남희석은 안정적이고 참가자들에게 집중할 수 있는 진행 느낌이었습니다. 남희석의 이 같은 진행 방식은  송해의 떠올리기에 충분했습니다.

남희석은 참가자들의 무대가 이어지던 중 "진도 군민 여러분 때문에 제가 오늘 많이 웃고요. 뒤집어지고요"라면서 참가자들과 관객들 띄워주기에 나서기도 했습니다.

또한 한 참가자가 무대에 오른 후 대화를 나누면서도 "이 동네는 송가인 나올 수밖에 없어. 누구 하나, 길 가다 잡아도 이런 분위기 나와"라고 말했습니다. 인기 가수 송가인을 배출한 진도를 향한 칭찬이었습니다.

이후 남희석은 초대가수로 온 송가인을 소개하면서 "진도, 너무나도 유명한 게 많지만 진도가 낳고, 진도가 키운, 또 전국노래자랑에서 키운 대가수가 있습니다. 송가인 씨를 모시겠습니다. '한 많은 대동강'"이라고 했습니다.

또한 남희석은 송가인과 대화를 나누며 그녀가 과거 '전국노래자랑'에 출연했던 때를 언급했습니다. 송가인은 자신의 첫 '전국노래자랑' 입성에 대해 "2011년도였던 거 같아요"라면서 본명 조은심으로 출연했던 때를 언급했습니다. 송가인은 2010년 12월 19일 방송된 '전남 진도군 편'에 출연, 최우수상을 받은 바 있습니다.

'전국노래자랑'의 전설 송가인은 "진돗개보다 더 유명해져셔, 진돗개한테 너무 미안한데"라고 너스레를 떨었고, 진도를 알리고 있다면서 많은 사랑을 부탁한다고 했습니다. 남희석은 송가인과 대화도 차분하게 이어가면서 송가인 띄워주기에 나섰습니다.

남희석은 참가자들의 수상이 끝난 후 "오늘 첫 신고식이었습니다. 이 무거운 마이크 여러분들께 겸손하게 다가설 수 있도록 많은 노력을 하겠습니다"라면서 '전국노래자랑' MC로 나선 각오를 전했습니다.

 송해의 자리를 그리워 한 많은 시청자들, 일부 시청자들은 김신영의 하차에 아쉬움을 표하고 있지만 남희석에 거는 기대감도 높습니다. 신고식에서 차분하게 안정적인 진행을 뽐낸 '전국노래자랑' 새 MC 남희석, 과연 그가 어떤 활약으로 '전국노래자랑'을 계속 이끌어 갈지 귀추가 주목됩니다.

★ 돈 줄 말리고 직원들 떠나고 폐국 위기를 맞는 TBS, 과연 민영화 속도를 낼 수 있을까요? ★

서울특별시 미디어재단 TBS 교통방송의 투자자를 찾을 업체로 삼정KPMG가 선정됐습니다. 용역 업체 선정이 두 차례 유찰됐던 TBS의 민영화 절차가 본격화할 전망입니다.

TBS는 오는 1일 삼정KPMG와 ▲TBS 투자 유치를 위한 환경을 검토 ▲TBS 미래 가치 분석 및 조직 변경안 마련 ▲TBS 투자 유치를 위한 투자처 발굴 등에 관한 'TBS 투자자 발굴 용역' 계약을 공식 체결합니다.

앞서 TBS는 지난 2월 중순부터 두 차례에 걸쳐 투자처 발굴 용역업체 선정을 위한 입찰공고를 실시했지만 모두 무응찰 유찰된 바 있습니다.

강양구 경영전략본부장은 “출연기관 해제가 두 달여 남은 상황에서 TBS 투자처 발굴의 성패는 생존과 직결되는 중요한 사안”이라며 “삼정KPMG의 풍부한 경험을 바탕으로 투자유치가 본격화될 것으로 기대한다”라고 밝혔습니다.

앞서 TBS는 지난 2022년 국민의힘 다수로 재편된 서울시의회가 TBS에 대한 서울시 예산 지원을 중단하는 조례안을 통과시킨 뒤 폐국을 앞둔 수준의 위기를 겪고 있습니다. 오는 5월 31일이 지나면 TBS의 서울시 출연기관 지위가 완전히 해제됩니다.

그간 희망퇴직으로 100여명의 직원이 TBS를 떠났지만, TBS 사측은 오는 6월부터 임금 체불이 시작될 수 있다며 추가 희망퇴직을 권한 상태입니다. TBS 민영화를 추진하던 정태익 대표이사는 지난 16일 퇴사했습니다. TBS 노동조합과 전국언론노동조합 TBS 지부 등 양대 노동조합은 오세훈 서울시장이 직접 TBS 문제를 해결하라고 촉구하고 있습니다.

★ 1. 위기의 공영방송

1988년 현직 기자가 정보사 군인들의 습격을 받은 일명 ‘회칼 테러 사건’, 황상무 전 대통령실 수석이 “MBC 잘 들어”라며 이 일을 언급했다 사퇴했습니다. KBS에선 세월호 10주기를 맞아 생존자의 극복기를 담으려 했던 다큐멘터리 팀이 최근 제작을 중단했습니다. 신임 제작본부장이 ‘선거에 영향을 미칠 수 있으니 다른 사례와 함께 6월에 방송하라’라고 지시했기 때문입니이다. 윤석열 대통령의 해외순방 성과를 조명한 프로그램에 대통령과의 대담까지, KBS 시청자위원회는 ‘KBS가 정권 홍보 방송으로 전락했다’라고 지적했습니다. 이런 변화의 시작은 지난해 11월 박민 사장 취임부터라는 분석이 나옵니다. 오늘(31일) 밤 8시 30분에 방송되는 MBC '탐사기획 스트레이트'는 이른바 KBS 변화 시나리오를 담은 문건을 입수했습니다. 문건은 ‘KBS를 파괴적으로 혁신할 수 있는 기회’라며 우파 중심 인사 기용, 대국민 사과 등을 신임 사장에게 제안하고 있었습니다. 이와 함께 서울시 지원금 삭감으로 폐국 위기에 처한 서울특별시 미디어재단 TBS 교통방송, 공적 지분이 유진그룹에 팔려 민영화된 YTN의 상황도 짚어봅니다.

★ 2. 선 넘은 심의에 청부 민원 의혹까지!?

22대 총선을 앞두고 구성된 선거방송심의위원회, 아직 활동 기간이 한 달 넘게 남았는데 최고 수준 징계를 9건 의결했습니다. 중징계가 거의 없었던 과거와 차이가 큽니다. 먼저 SBS 뉴스는 출연자가 특검법을 언급할 때 ‘여사’라는 단어를 붙이지 않아 경징계를 받았고, 미세먼지 농도가 1까지 떨어졌다고 숫자 1을 강조한 MBC '뉴스데스크 날씨' 코너는 중징계 수순에 돌입했습니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선 류희림 위원장의 ‘청부 민원’ 의혹까지 제기된 상태입니다. 이동관 전 방통위원장이 국회에서 뉴스타파 녹취록 보도와 관련해 엄중 조치를 예고한 날 바로 민원이 쏟아졌습니다. 그렇다면 배경이 무엇인지 탐사기획 스트레이트가 취재했습니다.

★ 3. 풍자도 못 하나, ‘독재화’ 진행 국가로 꼽힌 한국

작년 11월 윤석열 대통령의 발언을 짜깁기한 가짜 영상이 SNS에 올라왔습니다. 그러자 여당은 대통령 명예가 훼손됐다며 경찰에 고발했고 방심위는 접속차단 조치를 의결했습니다. 이를 두고 ‘풍자도 못 하느냐’라는 지적이 나왔습니다. 최근 독일 유력매체는 ‘한국의 도널드 트럼프가 민주주의를 훼손하려 한다’라고 보도했고, 스웨덴 민주주의 다양성 연구소는 한국을 ‘민주화에서 독재화로 전환되는 나라’ 중 하나로 꼽았습니다. 이렇게 언론과 표현의 자유 위축이 주요 원인으로 제시됐습니다. 과연 2024년 한국 언론은 ‘신보도지침’을 마주하고 있을까요?

'이효리의 레드카펫' 에서 이효리가 마지막 소회를 푼 가운데, 다음 MC 지코를 응원했습니다. 4월 29일 첫 방송 예정을 선언하는 KBS 2TV '이효리의 레드카펫'에서 다음 MC 지코를 예고했습니다.

먼저 이날 첫 번째 게스트로 이효리는 "꼭 모시고 싶은 분, 김동률, 아이유, 선우정아 등 많은 분들에게 존경받는 분"이라며 올해 데뷔 53년차 가수 정미조를 소개했습니다. 이효리는 "72년 데뷔곡 '개여울'을 아이유가 리메이크했다 발표 당시 인기가 어마어마했는데 돌연 은퇴선언을 하셨다"라며 고별방송을 한 시간동안 했던 당시를 물었습니다. 그는 "가요계 신데렐라라고 했다"라며 웃음을 지었습니다.

반대로 정미조도 최근 '어른' 이란 곡을 리메이크했다고 했습니다. 이는 드라마 '나의 아저씨'의 OST입니다. 녹음하던 내내 울컥했다던 정미조는 이를 선보였고 이효리는 "어른이 불러준 어른은 또 다르다"라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두 사람이 '엄마의 봄'이란 곡을 함께 듀엣으로 불렀습니다. 정미조는 "스타지만 솔직하고 담백한 이효리, 풋풋함이 너무 좋아서 부탁했는데 승낙해줘서 감사하다"라고 해 훈훈하게 했습니다. 이효리도 듀엣무대를 마친 후, "엄마와 생애 첫 단둘이 떠나는 여행을 떠나게 됐다. 나를 떠오르고 쓴 곡인 줄 알았는데 아예 모르시더라"라며 "엄마에 관한 것이 자꾸 나에게 온다 싶어, 요즘 엄마 생각 많이 하던 때였는데 나에게 선물같은 곡이다"라며 눈시울을 붉혔습니다.

이효리는 "'다시 봄' 특집인 만큼 다시 보고 싶은 분을 모셨다"라며 1대 박재범부터 2대 MC인 잔나비 보컬 최정훈과 3대 MC 악뮤를 소개, 나란히 무대 위로 올랐습니다. 역대 1대, 2대, 3대, 4대 MC가 한 자리에 모인 무대가 됐습니다.

근황을 묻자 악뮤 찬혁은 "전국 투어 끝났다. 올해가 우리 10주년"이라며 소개함에 따라, "10주년 기념하는 계획들 세우고 있다"라고 했습니다. 최정훈도 "길게 해외여행 다녀왔다. 영국 런던 꿈에 그리던 무대에서 공연했다. 올해 잔나비도 데뷔 10주년"이라고 말했습니다.

역대 MC들의 무대가 이어진 가운데, 시청자들에게 한 마디를 해달라고 했습니다. 최정훈은 "매주 행복했다. 이 기회로 MC들도 만나 영광이다"라고 했고, 박재범은 "우리에게 관심을 주셔서 이 무대가 꾸며진 것, 음악할 수 있게 해주셔서 감사하다"라고 말했습니다. 악뮤 찬혁 "진짜 봄, 여름, 가을, 겨울 같은 MC로 보인다"라며 "다음 MC 지코 씨도 기대된다. 이 라인업에 함께해서 영광이다"라고 말했습니다. 수현도 "원래도 사랑했던 무대, 발자국 남겨서 행복했다"라고 했습니다.

이효리는 앙코르 무대를 마친 후, "화려하고 예쁜 옷 입혀준 스텝들에게 감사하다"라며 "레드카펫 끝나지만 '더 시즌즈'는 계속 될 것이다. 다음 MC 지코 사랑하고 많이 아껴달라"라고 덧붙였습니다.

한편 '더 시즌즈'는 KBS 최초로 '연간 프로젝트' 방식을 도입한 심야 음악 프로그램으로 호평을 받아왔습니다. 지금까지 가수 박재범을 시작으로 밴드 잔나비 최정훈, 남매 뮤지션 듀오 악뮤(AKMU)에 이어, 이효리가 '레드카펫'을 선보였습니다.

이후 후임 MC인 지코가 새롭게 열 '더 시즌즈' 시즌 2는 오는 4월 26일 첫 방송 예정입니다. 예고편에서도 지코의 모습을 공개, 아직 제목을 정해지지 않았지만 다음 'MC 지코'라고 적으며 벌써부터 큰 기대감을 안겼습니다.

4월 16일은 304명의 목숨을 앗아간 세월호 침몰 참사가 일어난 지 꼭 10년이 되는 날입니다. 생존자와 유족은 물론, 대한민국 국민 모두에게 트라우마를 안긴 비극적인 사건입니다. 그날 이후 누군가는 국가가 나의 안위를 지켜주리란 기대를 버렸고, 누군가는 공감 능력이 부족한 위정자들에게 마음이 꺾였으며, 누군가는 부채감에 짓눌렸습니다. 그리고 누군가는 말합니다. "지겨우니, 이제 그만해라!"

그러나 슬픔은 지겹다고 해서 잊을 수 있는 종류의 것이 아닙니다. 진실이 규명되지 않은 슬픔이라면 더욱 그러합니다. 진실에 응답하기 위해 영화 창작자들은 10년간 이 거대한 비극을 꾸준히 이야기해 왔습니다. 그 기록을 돌아보려 합니다.

★ 1. 세월호 다큐는 정치적인가요?

삼풍백화점 붕괴 참사(1995.6.29.)나 대구 지하철 화재 참사(2004.2.18.) 등에서 볼 수 있듯 어떤 사회적 비극이 발생했을 때 그것이 창작물로 소환되는 데는 어느 정도 시간이 걸립니다. 그러나 세월호 참사는 달랐습니다. 세월호 침몰과 구조 과정의 문제 등 진상 규명이 명확하게 이뤄지지 않은 사건이니만큼, 다큐멘터리스트들은 참사의 진실을 밝히려는 작업에 빠르게 뛰어들었습니다. 참사 6개월 만에 세상에 나온 다큐멘터리 《다이빙벨》(2014)이 그 시작입니다. 고발뉴스 이상호 기자와 안해룡 감독이 공동 연출한 《다이빙벨》은 세월호 희생자 수습 과정에서 실효성 논란을 빚었던 장비 다이빙벨 투입을 둘러싼 진실을 다뤘습니다. 책임지지 않는 정부에 대한 비판도 뜨겁게 담겼습니다.

첨예한 사회 현안을 빠르게 기록한 용감한 시도와는 별개로 작품 완성도 면에서는 아쉬움이 있었던 게 사실입니다. 다큐멘터리로서의 가치가 논의됐어야 할 영화는 그러나, 부산국제영화제 초청과 관련해 정치적 논란에 휩싸이며 작품 외적으로 '뜨거운 감자'가 됐습니다. 부산시가 "정치적 중립을 훼손할 수 있는 작품"이라며 《다이빙벨》의 영화제 상영을 반대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외압 논란에 휩싸인 것입니다.

"영화제 독립성과 표현의 자유를 지키기 위해" 《다이빙벨》 상영을 강행한 부산국제영화제는 이후 예산 삭감 등의 후폭풍을 감내해야 했습니다.

이듬해 세월호 관련 두 번째 다큐멘터리 《나쁜 나라》(2015)가 개봉했습니다. 세월호 특별법이 국회에서 통과되기까지의 여정을 따라가는 다큐입니다. 유가족들의 분투를 그렸습니다. 미국에서 자란 재미교포 김동빈 감독이 메가폰은 잡은 《업사이드 다운》(2016)은 외부인이지만, 한국인의 피가 흐르는 연출자의 시선으로 사건을 조명했습니다. 미국에서 참사 소식을 접한 그는 카메라 하나 달랑 들고 무작정 한국에 들어와 세월호 사건으로 자녀를 잃은 아버지 4인과 전문가 16인의 인터뷰를 영상에 빼곡히 담았습니다. '뒤집어지다'라는 뜻의 제목에 대해 감독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배가 뒤집혀있는 것을 뜻하기도 하지만, 한국 사회의 상식이 뒤집혔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2018년 아카데미 단편 다큐 부문 최종 후보에 오르며 봉준호의 《기생충》과 어깨를 나란히 했던 이승준 감독의 《부재의 기억》 역시 '국가의 부재'에 대한 뼈아픈 질문을 던졌습니다.

데이터를 기반으로 사건의 진실에 다가가려 한 다큐도 있었습니다. 세월호 항로를 기록한 AIS(선박자동식별장치) 항적도를 중심으로 세월호 침몰 원인에 접근했던 김지영 감독의 《그날, 바다》(2018)와 이 영화의 스핀오프인 《유령선》(2020)입니다. 방송인 김어준이 제작한 영화이니만큼 그 파급력이 컸는데, 동시에 잡음도 많았습니다. 그 연장선에서 최승호 뉴스타파 PD가 김어준 총수에 대해 "상상하고 추론하고 음모론을 펼치고, 때로는 영화를 만든다"라고 공개 비판한 것이 이슈가 되기도 했습니다.

★ 2. 시간과 함께 깊어진 세월호 다큐멘터리

시간이 흐르면서 세월호 다큐멘터리가 담아내는 대상도 다양해지기 시작했습니다. 세월호 참사를 지켜봤던 '보통 사람'들을 전면에 내세운 《당신의 사월》(2021), 세월호 사건 당시 두 달 이상 자원봉사자로 참여했던 민간 잠수사들의 이야기를 따라간 《로그북》(2021)이 대표적입니다. 이소현 감독이 메가폰을 잡은 《장기자랑》(2023)은 방식 면에서 한층 깊어진 면모를 보여줬습니다. 《장기자랑》은 세월호 참사로 아이를 잃은 엄마들로 꾸려진 극단 '노란리본'이 창작극을 준비하는 과정을 따라가는 작품. 영화는 마냥 슬프지 않습니다. 엄마들은 무대 위에서 욕망하고 춤추고 웃고 연대합니다.

세월호와 천안함 생존자의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PTSD)'를 연구한 서울대 김승섭 교수는 저서 《미래의 피해자들이 이겼다》에서 이렇게 말한 바 있습니다.

"타인의 고통에 엄격한 사회에서 유가족은 착하고 비참한 피해자의 전형을 갖춰야 했습니다. 울면 운다고, 웃으면 웃는다고, 싸우면 싸운다고, 가만히 있으면 가만히 있는다고 손가락질을 받아야 했습니다. 실은 그것이 우리 모두가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방식인데도 말이죠."

《장기자랑》은 이러한 피해자다움, 유가족다움이라는 프레임에서 벗어나 유족들을 그리며 호평받았습니다. 《장기자랑》이 세월호 유족을 바라보는 우리의 편견을 벗겨준 작품이라면, 4월 4일 찾아오는 《바람의 세월》은 유족이 직접 카메라를 든 작품입니다. 단원고 2학년 딸을 잃은 문종택 씨가 3654일간 찍은 영상이 무려 5000여 개입니다. 언론의 왜곡 보도에 맞서기 위해, 진실을 규명하기 위해 모은 기록들이 《바람의 세월》로 만들어졌습니다. 제목에서부터 야속한 세월의 바람이 부는 느낌이 듭니다.

★ 3. 조심스러웠던 상업영화계의 행보

다큐멘터리가 세월호를 정면에서 다루는 동안, 극영화들은 상황을 조금 더 예의를 주시했습니다. 특히 상업영화계는 비극을 상업적으로 이용하려 한다는 비판에 직면할 수 있는 만큼 행보가 조심스러웠습니다. 세월호를 소재로 했다는 이유만으로 정치적 프레임이 씌워지는 분위기 역시 발목을 잡았습니다. 실제로 2014년 크라우드 펀딩으로 제작을 준비했던 극영화 《세월호》는 재난을 눈요기로 삼는 듯한 완성도 떨어지는 포스터와 홍보 영상으로 시작부터 삐걱거렸습니다. 유가족 동의도 얻지 않고 기획에 들어갔다는 점 또한 문제로 지적된 부분입니다. 제주도로 향하다 발생한 참사를 소재로 하면서 '제주도 숙박권'을 펀딩 리워드로 제시한 발상 또한 역풍을 부르며 제작이 좌초됐습니다.

여러 우려 속에서 최초로 당도한 세월호 극영화는 《눈꺼풀》(2018)입니다. 제주 4·3을 그린 《지슬: 끝나지 않은 세월2》(2012)로 한국 영화 최초로 선댄스영화제 심사위원 대상을 받은 오멸 감독의 작품입니다. 《눈꺼풀》은 2015년 부산국제영화제에서 공개됐으나, 개봉까지 4년의 시간이 걸렸습니다. 개봉이 늦어진 이유를 두고 뒤숭숭한 소문이 돌았습니다. 4·3 영화를 만들었다는 이유로 오멸 감독이 박근혜 정권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에 올랐다는 사실이 정권이 바뀐 후에야 밝혀졌습니다. 《눈꺼풀》 개봉 4개월 후, 옴니버스 영화 《봄이가도》가 관객을 만났습니다. 그해 봄 고등학생 딸을 잃은 엄마, 구조작업에 투입된 후 트라우마에 시달리는 남자, 아내를 떠나보낸 남자의 일상이 세 개의 단편으로 흘렀습니다. 에피소드마다 시 구절이 삽입된 것이 특이점입니다. 한용운의 '나는 잊고저', 브레히트의 '살아남은 자의 슬픔', 정호승의 '꽃이 진다고 그대를 잊은 적 없다' 등이 인물들의 상황을 상징적으로 드러내 먹먹함을 안겼습니다.

그리고 세월호 5주기를 맞은 2017년, 두 편의 상업영화가 한 주 차이로 개봉했습니다. 故 이선균 주연의 《악질경찰》과 설경구, 전도연의 《생일》이 그 주인공입니다. 이정범 감독이 연출한 《악질경찰》은 자신의 비리를 덮으려 또 다른 비리를 저지르던 경찰 조필호(이선균)가 세월호 트라우마를 안은 소녀를 만난 후 변화하는 모습을 그렸습니다. 첨예한 소재를 다룬 만큼 영화는 완성본을 언론에 공개하는 날까지 세월호 소재임을 숨겼습니다. 영화는 세월호라는 비극을 가져오면서 기존에 본 적 없는 질감의 범죄물 느낌을 자아냈습니다. 아쉬운 건, 이 영화가 포기하지 않으려는 장르적 쾌감과 세월호 소재가 유기적으로 연결되지 못하고 날 선 채 부딪쳤다는 것입니다. 민감한 소재를 도입한 납득시킬 만한 알리바이를 증명하지 못하면서 《악질경찰》은 방법론에서 긴 물음표를 남겼습니다.

《생일》은 《악질경찰》이 실패한 부분에서 성공합니다. 영화는 각자의 방식으로 슬픔을 견뎌내는 이들에게 당신은 혼자가 아니라고 다독였습니다. 자칫 신파로 빠질 수 있는 설정이 배우들의 연기를 통해 애도로 발화됐습니다. 그리고 2023년 전에 본 적 없는 애도의 방식으로 세월호를 그린 영화가 나옵니다. 배우로 먼저 이름을 알린 조현철 감독의 장편 데뷔작 《너와 나》입니다. 두 여고생이 수학여행 전날 겪는 하루의 이야기를 그린 《너와 나》는 소녀들이 사는 도시가 '안산'이고 수학여행 목적지가 '제주도'라는 사실이 포개지면서 관객을 과거의 그 시간 속으로 접속시켰습니다. 그리고 그 시간 속에 갇혀 나아가지 못하는 이들을 염려하며 말했습니다. "사랑해"라고. 비극적인 실화를 영화화할 때, 창작가가 어떤 태도를 지녀야 하는가를 보여준 수작이었습니다.

★ 4. 세월호 징후를 담은 영화들

위에 언급한 작품이 아니더라도, 세월호 징후를 담은 영화는 꾸준히 나오고 있습니다. 익사 사고로 죽은 소년과 살아남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린 《살아남은 아이》(2018), 친구가 죽기 전 마지막까지 함께 있었다는 이유로 가해자로 몰린 소녀를 통해 애도의 방식에 대해 질문한 《죄 많은 소녀》(2018) 등이 이 범주에 속합니다.

재난영화가 나올 때마다 그 속에서 세월호 흔적을 찾는 이도 늘어났습니다. 터널에 갇힌 남자의 이야기를 그린 김성훈 감독의 《터널》(2016), 한재림 감독의 항공 재난영화 《비상선언》(2022) 등이 나왔을 때 많은 이가 자연스럽게 세월호를 호출했습니다. 세월호가 우리 사회에 남긴 상흔이 단순한 상처가 아니라, DNA처럼 깊게 뿌리 박혔음을 보여주는 대목입니다.

영화는 왜 10년 동안 꾸준히 세월호 참사를 담아왔을까요? 그리고 영화와 영화 창작자들은 비극 앞에서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까요? 이에 대한 대답은 배우 설경구가 영화 《생일》 기자간담회에서 한 말로 대신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시인은 시를 쓰고, 소설가는 소설을 쓰고, (가수는) 노래를 만들어 추모했습니다. 우리는 영화를 하는 사람이니까, '왜 이런 영화가 없었을까'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해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효리의 레드카펫' 에서 이효리가 결국 눈물을 보이며, 마지막 방송을 이끌어 나갔습니다. 그녀의 눈물에 많은 것이 담아있는 듯 했고, 이 모습을 지켜보는 이들까지 먹먹하게 했습니다. 

어제(29일) KBS 2TV '이효리의 레드카펫'에서 이효리가 마지막 인사를 전했습니다. 

이날 이효리는 "'다시 봄' 특집인 만큼 다시 보고 싶은 분을 모셨다"라며 "첫 번째 시즌을 책임져준 1대 MC"라며 가수 박재범을 소개했습니다. 이효리는 "1대 선배님"이라며 너스레, "1대 MC가 잘 닦아놨다"라고 했습니다. 뒤이어, 2대 최정훈, 3대 악뮤도 자리했습니다. 이효리는 "최정훈 처음 만났는데 대기실에 꽃다발 들고 오더라 정훈씨가 카드까지 써서 주더라"라며 수현의 마음을 이해한다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박재범은 꽃 안 사왔더라"라고 하자 박재범은 "끝나자마자 바로 드리겠다"라고 해 웃음을 안겼습니다. 

다시 대화로 돌아와, 이효리는 "단독 MC 여기가 처음  첫녹화가 생각보다 떨리더라"라며 "지난주 녹화 때 적응해서 이제 재밌다 싶었는데 마지막이 오더라"라고 말했습니다. 이에 모두 동감하자 이효리는 "그래서 한 번도 제대로 된 방송이 안 나온 것 같다"라고 재치있게 말해 웃음을 짓게 했습니다.

분위기를 몰아, 하이라이트 영상을 공개했습니다. 종종 눈물을 보였던 이효리입니다. 그는 "내가 아직도 누굴 보고 좋아하고 눈물 흘리는 마음이 살아있구나 싶어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라고 말한 바 있습니다. 그러면서 "난 '끝나면 끝났다'라는 스타일 마지막에 울고 있는거 아니겠죠?"라며 너스레를 떨기도 합니다.

이에 대해 묻자 이효리는 "음악이란 것이 잊고 지났는데 사람 마음을 울리는 것을 다시 한 번 느껴, '레드카펫'에 감사하다"라고 했습니다. 이에 박재범이 지금도 눈물이 보인다고 하자 이효리는 "다른 사람을 봐도 울고 내 영상보면 눈물 난다. 매번 웃지만은 않지 않나"라며 유쾌하게 받아쳤습니다.

그러면서 이효리는 "남의 말을 잘 안 듣는 편인데 남의 말을 경청하고 기다리는 법을 좀 배웠다"라고 전했습니다. 이에 찬혁도 "저도 그랬다"라며 공감, "상대방과 즐겁게 소통하는 법을 배웠다"라고 말했습니다. 이효리는 "살다보니 또 오겠지 했던 일들이 마지막일 때가 많더라, 마지막까지 소중하고 감사한 무대, 부족한 면들 사랑으로 감싸주셔서 감사하다"라고 덧붙였습니다. 

특히 앙코르 무대에서 이효리는 "그냥 가긴 아쉬우니까 노래한 곡 하겠다"라며 마지막 무대로 마무리했습니다. 특히 먼저 하늘로 보낸 반려견, 반려묘 이름을 크게 외치던 이효리입니다. 하늘을 향해 입맞춤하던 그녀는 눈시울을 붉혔고, 끝내 눈물을 보여 지켜보는 이들까지 먹먹하게 했습니다. 그러면서 관객석으로 내려간 이효리는 관객들과 소통하며 무대를 더욱 풍성하게 꾸몄습니다.

한편, '더 시즌즈'는 한 주의 시작과 끝이 공존하는 금요일 밤, 당신의 '모든 고민과 모든 걱정들을 싹 없애줄' 음악과 이야기를 담은 토크쇼로  KBS 최초로 '연간 프로젝트' 방식을 도입한 심야 음악 프로그램으로 호평을 받아왔습니다.

지금까지 가수 박재범의 '박재범의 드라이브'를 시작으로 밴드 잔나비 최정훈의 '밤의 공원', 남매 뮤지션 듀오 악뮤(AKMU)의 히트곡 제목을 딴 '오날오밤', 이효리가 '레드카펫'을 선보였습니다. 특히 '더 시즌즈 - 이효리의 레드카펫'은 톱스타 이효리가 데뷔 이래 처음으로 자신의 이름을 내걸고 선보인 단독 MC 프로그램으로 화제를 모았으며, 모두의 응원 속에서 마무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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